- 1986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90분. 스포일러는 오늘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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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편에 비해 지나치게 심각한 포스터가 아닌가... 싶지만 뭐 일단 보기 좋네요.)



 - 황당한 오프닝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평온한 우주에 갑자기 거대한 우주선이 나타나요. 그 안에선 그레이 외계인 변종 비슷한 것 하나가 뭔가를 들고 도망치고 있어요. 다른 놈들이 막 따라오며 "막아!! 저 실험체를 빼앗아야 해!!" 같은 소릴 지르고 있고, 도망치던 놈은 궁지에 몰리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밖으로 던져 버리고, 그게 지구에 떨어집니다.

 장면이 바뀌면 때는 대략 1950년대 미국의 어느 마을이구요. 갓 연애를 시작한 젊은 대학생 커플이 산에다 차를 세워놓고 데이트를 하다가, '넌 어떤 별이 좋아?' 같은 닭살 돋는 대화를 나누던 중에 산 저 쪽에 뭔가 떨어져요. 가보자! 하고 달려가지만 남자 혼자 삘 받아서 산 속으로 달려가다가 뭘 보고 경악하고, 여자는 이게 뭐꼬... 하고 차에서 기다리다가 도끼를 든 정신병원 복장의 남자를 마주치는데...


 에서 또 장면이 바뀝니다. 때는 현재. 태어나서 연애 한 번도 못 해 봤음직한 너드 남자애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그 중 한 놈은 같은 학교 미녀를 짝사랑 중이구요. 다른 한 놈이 얘를 도와준답시고 그 여자애한테 아무 말을 막 던지며 대화를 시도하는데... 당연히 금발 푸른 눈의 싸가지 없고 잘 나가는 백인 남자애가 끼어들어 내 여자 친구에게 뭔 짓이냐며 훼방을 놓겠죠. 그래서 일단 좌절했던 너드들은 그래도 포기는 못하겠다며 그 싸가지가 리더인 대학 사교 클럽, '베타 클럽' 가입을 신청하는데요. 그 싸가지가 입회 테스트라면서 시킨 일은 '학교 연구소 지하에 있는 시체 하나를 가져와서 기숙사 앞에 던져 놓아라' 입니다. 시킨다고 그걸 또 하러 간 우리 찐따들은 연구소 지하에서 아주 수상한 방을 발견하고, 그 수상한 방엔 더더욱 수상한 냉동 보관 시체 하나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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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기려고 이랬던 건지 정말 이 정도로 돈이 없고 힘들었는지 격하게 궁금해지는 도입부입니다.)



 - B급 호러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꽤 유명한 고전이죠. 전 옛날에만 제목을 듣다가 오랜 세월 까먹고 살았고. 그러다 대략 1년쯤 전에 '히든'이란 영화 뻘글을 썼다가 댓글로 이 영화 제목을 다시 들었어요. 아 그거 보고 싶었는데 잊고 있었네. 어디에서 보지... 하다가 올레(지니) 티비에 있다는 걸 알았는데 유료더라구요. ㅋㅋㅋ 그래서 찜만 해놓고 다시 잊고 살다가 엊그제 봤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게 어느샌가 들어와 있는 5천원 쿠폰의 힘으로 1200원에... 그런데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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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은 이 두 분. 아싸 너드가 사랑을 이루는 청춘 코믹 로맨스! 스토리구요.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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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이 한 분 더 있습니다. 이 분은 자기 나름의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고 이 쪽은 되게 진지해요. 그렇다고 개그를 안 한다는 건 아닙니다만...)



 - 글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미칠 듯한 자막 테러가 이어집니다. "이걸 견뎌낼 수 있겠는가!"라는 듯한 거대한 도전이었네요.

 처음에 '얼짱'이란 표현이 등장할 때까진 그냥 그 시절 자막이구나... 하고 말았습니다만. '야 우리는 정준하야'에서 흠칫 하다가 '이경규보다 재밌죠?'에 한 방 맞고. '그러는 너도 최민수는 아니야', '그냥 실미도나 보죠' 같은 과도하고 밥맛 떨어지게 친절한 의역들의 홍수를 견디고 나면 '어떻하지?'라든가, 27년 전을 '2년 전'이라고 적어 올린다든가... 하는 오역들과 싸워야 합니다. 자막이 구린 것도 정도가 있지, 이쯤 되니 진지하게 영화의 재미를 확실하게 떨어뜨리는 수준이 되더라구요. 특히 주인공 중 한 놈이 호러 덕후라서 자꾸 옛날 호러 영화들 인용을 하는데 그걸 완전히 전멸시켜 놓은... ㅠㅜ 대체 번역한 놈이 누굴까요. 붙잡아다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습니다... 와 같은 상태로 영화를 감상했다는 걸 감안해 주시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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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고서 번역자님 댁에 찾아가서 인사 나누면 재밌겠...)



 - 본편이 시작되고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이게 정색하고 진지한 호러 영화라는 겁니다. 전 오프닝을 보곤 100% 코미디인 줄 알았다구요!!

 아니 유머가 많긴 해요. 수다쟁이 찐따 주인공 콤비 때문에 계속 드립이 이어지고 개그씬도 적잖이 있긴 한데.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어둡고 잔혹합니다. 특히나 저 50년대 장면과 관련된 등장 인물 하나는 내내 정색하고 행동을 하구요. 또 다 보고 나면 아 사실은 이 놈이 진짜 주인공이었구나... 하게 되는 이야기거든요. 그러니 대충 복고풍 제목에 주인공들 생김새 보고 깔깔대며 웃기는 재미난 코믹 호러를 기대하시면 안... 될 것까진 없는데 조금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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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 효과는 당연히 허술합니다만. 그래도 참 부담 없는 디자인을 골라서 잘 써먹었네요. 특별히 대단한 짓 안 해도 징그럽잖아요. ㅋㅋ)



 - 그래서 대충 이런 이야기입니다.

 도입부에서 외계인이 지구에 내다 버린 것은 거머리처럼 생겨서 미칠 듯한 스피드로 기어다니다가 사람 몸 속에 파고들어가 뇌를 장악하고 조종하는 기생 생명체에요. 그러니까 '바디 스내쳐' 류의 SF 호러가 되겠구요. 그렇게 조종 당하게 된 인간은... 길게 설명할 것 없이 그냥 좀비 상태가 되어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을 공격합니다. 그러니까 좀비 영화도 되구요. 하필 도입부에서 정신병원 탈출한 도끼 살인마가 외계 생명체에게 장악 당하기 때문에 슬래셔 무비도 됩니다. 이렇게 세 가지 호러 서브 장르를 하나로 묶어서 저글링을 하는 가운데 전체적인 스토리는 아웃사이더 너드 남학생의 소원 성취 러브 스토리죠. 평범 내지는 살짝 그 아래의 남자애가 예쁘고 인기 많은 여자애 짝사랑하는데 갸한테는 학교에서 최고 잘 나가는 남자 친구가 있고. 그런데 학교에 괴상한 소동이 일어나면서 진심과 열정(!)으로 뭉친 우리의 주인공이... 뭐 이런 이야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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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로맨스 맞습니다. 딱 봐도 로맨틱하잖습니까?)



 - 포인트는 영화의 도입부입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느낌으로 정말 올드해서 귀여워 보일 지경인 외계인들 추격 장면, 그리고 굳이 1950년대를 흑백으로 짧지 않게 보여주는 것. 사실 이야기 구성만 놓고 생각해보면 이 두 부분은 그냥 빼버리고 현재 부분부터 시작해도 되거든요. 근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굳이 이런 장면들을 넣어둔 게 대충 이해가 돼요. 그러니까 만드신 분께서 이런 구식, 옛날 호러 영화들을 몹시 사랑하는 분이고. 그래서 그 옛날 호러들에 대한 오마주를 바치며 만든 영화인 겁니다. 그렇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 굳이 시작 부분에 그런 장면들을 넣은 것이고. 주인공 콤비가 (한글 자막에선 다 의역되어 사라졌지만) 자꾸만 옛날 영화들 언급하는 것도 그래서인 것이고. 이렇게 생각하면 영화 속에 은은히 흐르는(?) 올드한 감성들과 의외의 진지함도 다 이유가 있는 걸로 납득이 되구요. 애정을 담아 헌사를 바치는 와중에 그걸 놀려대며 농담을 하면 좀 이상하잖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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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말하지만, 장르를 놀려대지 않는다는 거지 농담을 하지 않는단 얘긴 아닙니다!!)



 - 솔직히 그 호러 3종의 결합이 그렇게 훌륭하다... 고 말하긴 좀 애매합니다.

 그냥 바디 스내쳐로 쭉 가다가 마지막에 좀비물로 클라이막스를 맞고 슬래셔는 군데군데 조금씩 박혀 있는 정도인데요. 뭐 큰 단점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흐르거든요. 하지만 특별히 참신하게 되게 잘 했다... 이런 수준까진 아니고 그냥 무난한 정도.

 그래도 계속 이야기 하듯이 만든 사람들이 각 장르에 꽤 진심이고, 그래서 기억할만한 장면들도 장르별로 한 두 가지 이상씩은 있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거의 메인 장르에 가까운 바디 스내쳐 이야기가 나쁘지 않아요. 외계인들도 충분히 징그럽고 그걸 활용해서 징그러운 장면도 꽤 만들어 보여주거든요. 역시나 새로울 건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심심하게 않고 재밌으니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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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막스의 좀비 대습격! 하지만 제작비가 모자라!!! ㅋㅋㅋ 그래도 잠시 후엔 이것보단 많이 모여요.)



 - 대충 결론을 내자면. 

 귀여운 영화라고 생각하기엔 의외로 진심이고, 엄숙하게 봐주기엔 또 가볍고... 그런 오묘한 영화였네요. ㅋㅋ

 재밌습니다. 재밌습니다만, 잔혹한 번역가의 테러 때문에 아마도 느꼈어야 할 재미의 50%는 날아가 버린 느낌. 그게 참 고통스러웠구요.

 옛날 호러 무비 팬이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들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만든 오마주스런 영화이면서, 자기 나름의 특징이나 개성도 잘 드러낸 작품...

 ...이지만 엄연히 80년대 B급 호러입니다. ㅋㅋㅋ 뭐 대단한 걸 기대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렇게 뭐 대단한 걸 기대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름 모를 자막 번역가에 대한 거대한 분노와 짜증은 알아서 극복하셔야 합니다만. 대체 이 영화와 관객들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길래... ㅠㅜ




 + 이 영화의 각본 & 감독을 맡은 프레드 데커님은 또 무슨 영화를 만드셨나... 하고 보니 제가 어렸을 때 완전 재밌게 봤던 '악마 군단'의 각본 & 감독이셨군요!!

 그러고나선 '로보캅3'의 각본, 감독을 맡으셨고... (으음;) 이후론 연출은 없습니다. 헐. 그래서 결국 저는 이 분의 극장 영화 연출작 전부를 본 사람이 되었습니다! ㅋㅋ

 이 영화와 '악마 군단'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고전 호러에 대한 사랑은 정말 매우 진심인 분이셨던 듯 하구요.



 ++ 중간에 티비로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을 보는 장면이 잠깐 지나갑니다. 네 네 감독님 마음 잘 알겠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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