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원작 소설을 가지고 지금까지 나온 영화가 네 편. 아니 세 편입니다. 2007년에 뭔가 나왔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기분 탓이에요. 1956, 1978, 1993년에 세 편 나온 겁니다!!

 평소와 다르게 스포일러 가득한 글이 될 테니 참고하시길. 워낙 유명한 이야기들이라 그냥 막 적으렵니다. ㅋㅋ



1. '신체강탈자의 침입'은 1956년 흑백 버전입니다. 얘는 개봉을 안 했던 건지 제목 표기가 제각각인데 일단 제가 본 왓차 기준이에요. 런닝타임은 간신히 80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랑의 다섯 손가락... 아니구요. ㅋㅋㅋ 암튼 앞으로 반세기를 휩쓸 전설의 시작!!)



 - 액자 구성으로 경찰서에서 시작합니다. 옆마을 의사 선생이 반쯤 정신이 나가서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막 해요. 그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영화의 줄거리겠죠.

 작은 마을에서 일 하는 의사쌤인데, 일 때문에 며칠 출장으로 어딜 좀 다녀왔어요. 근데 그 사이에 주민들이 우루루 긴급하게 면담을 요청했다가 금방 취소해버리는 어색한 일이 있었고. 또 그나마 만나 본 환자들은 다 이상한 이야기를 하죠. 자기 가족이 언제부턴가 가족이 아니게 됐다는 거에요. 의사쌤은 당연히 일부의 히스테리 같은 거라 생각하고 예전에 나가리났던 동네 미녀와의 연애 떡밥을 되살리는데 전념합니다만. 당연히 상황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대략 초기 파티 4인. 하지만 금방 둘이 떨어져 나가고 나머지 둘이 예쁘게 사랑합니다.)



 - 그러니까 뭐 다들 아시잖아요. 외계에서 날아온 괴상한 식물이 범인이죠. 주변의 인간 하나를 카피해서 인간 열매(?)를 낳고, 복제가 끝난 인간의 원본은 잠 드는 순간 외계 식물의 정신으로 대체됩니다. 그리고 얘들이 그렇게 지구상의 인간들을 싹 다 자기네 동족으로 교체해 나가는 거죠. 영차영차!


 근데... 이걸 수십(?)년만에 다시 보니 설정이 좀 이상합니다. 복제 과정과 복제 후 처리가 다 이해가 안 돼요. 잠들 때 영혼(?)을 교체해서 원래 몸을 빼앗을 거면 복제는 왜 만들죠? 복제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원본에 새로 생긴 상처까지 복제해 버리는 건 어떤 원리일까요. 원본의 기억을 완벽하게 유지한 채로 새로운 인격으로 변화하는 게 가능할까요? 게다가 일단 변화하면 인간적 감정은 사라진다는 공식인데 기억에서 감정을 배제한다는 게 가능은 할까요. 그리고 이렇게 몸을 빼앗긴 사람을 체포(?)한다면 지구의 법으로 처리가 가능한가요. 이전과 다른 사람이라고 입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데... 주절주절 등등등.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랑의 불시착!)



 - 암튼 오늘은 좀 짧게 적고 싶은 기분이라 결론 위주로 평소보다 더 격하게 막 적어 보자면,

 긴장 스릴 공포!!!! 같은 건 기대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옛날 영화답게 이야기 템포도 참 느긋~ 하구요. 이야기상으로 깜짝 놀랄 구석 따위 뭐 작품의 명성과 숱한 아류작들 덕에 다 사라진지 오래구요. 또 뭐 우리가 70년 묵은 저예산 영화를 보며 액션이나 특수 효과를 기대할 것도 아니구요. 완성도나 역사적 의의와는 별개로 '지금 보기에' 막 '무서운' 영화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img.gif

 (생각보다 훌륭한 특수 효과. 흑백에 어둡게 찍어 낸다는 심플하면서 효과적인 편법도 한몫 하구요.)



 - 하지만 재미는 있어요. 

 일단 역사적 유적 같은 걸 구경하며 기존 지식을 재확인하는 재미가 있죠. (와! 정말 기억보다 훨 노골적인 빨갱이 히스테리, 반공 스토리구나!) 

 시대의 한계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티가 나는 장면들을 보며 감탄하는 재미 같은 것도 있구요. (그 외계 식물에서 사람이 흘러나오는 특수 효과가 꽤 좋습니다.)

 또 지금 봐도 상당히 인상적으로 잘 짠 미장센, 조명과 촬영 같은 거 보며 역시 옛날 영화여도 클라쓰는 어디 안 감!!! 하고 끄덕거리는 재미도 괜찮습니다.


 여튼 '아주 옛날 영화다'라는 걸 감안해서 자극적인 재미는 살짝 포기하고 보면 잘 만든 영화에요. 특히 당시 사회상 반영 측면에 집중해서 보면 더 흥미롭구요. 런닝타임도 셋 중 가장 짧아서 그 시절 영화다운 느긋한 템포도 대략 커버가 됩니다. 엔딩 직전 주인공의 정신줄 놓은 절규씬처럼 지금 봐도 꽤 인상적인 부분들도 있구요. 결정적으로 이걸 보고 다음 영화를 봐야 그 영화에 담긴 오마주스런 장면들을 알 수 있죠. ㅋㅋ 잘 봤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들이 왔다!!! 당신이 바로 다음이다아아아아악!!!!!!)



 + 시작과 끝의 액자 구성이 생존&사망(?)자 셀프 스포도 되고 좀 별로 아닌가 싶었는데 지금 찾아 보니 암울한 결말을 싫어했던 제작자님들  때문에 추가된 장면이었나 보네요. 덕택에 결말은 다른 버전들에 비해 일말의 희망을 남깁니다. 그래도 걍 그 유명한 '다음은 당신이야!!!!' 절규로 끝내는 게 훨씬 강렬 했을 거에요.


 ++ 샘 페킨파가 단역으로 나왔다보더라구요. 아시다시피 감독은 돈 시겔. 더티 해리!!!


 +++ 동양인이 이유 없이 슬쩍 불쾌&불안감을 조성하는 역할로 잠깐씩 나옵니다. 뭐 시대가 시대이니...




 2. 이번엔 1978년작입니다. 1시간 55분으로 런닝타임이 30분 넘게 up!!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원조에 만만치 않게 올드한 느낌의 포스터입니다만)



 - 그냥 차이점 위주로 얘기하겠습니다.

 일단 스토리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주인공들 직업도 다르고 관계도 조금씩 다르고 또 '주요 인물'이라 부를만한 사람이 좀 늘었어요. 

 근데 그 모든 게 선배 영화의 '변형'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으니 시대에 맞게 조금 다르게 개작을 했다고 해야 맞겠지만 영화만 연달아 보고 있으니 표현이 이렇게 나오네요. ㅋㅋ

 암튼 뭔가 다른 이야기인 것 같은데 정작 핵심은 거의 그대로 굴러갑니다. 그 와중에 대놓고 선배 영화의 명장면을 오마주하는 부분들도 많구요. 거꾸로 기존 버전의 관계나 장면을 가져다 뒤집고 비트는 전개도 많구요. 여러모로 1956년작을 먼저 보고서 기억을 하는 상태로 보는 게 더 재밌을 영화에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스포크옹... 그리고 뽀송 골드블럼.)



 - 물론 영화 자체도 재밌어요. 그냥 이걸 원조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던데 그래도 될만큼 재밌고 불쾌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일단 그간 특수효과도 많이 발전해서 더 징그러운 걸 더 길게 보여주고요. 제작비도 넉넉하게 받았는지 액션도 아주 많아졌습니다. 뭣보다 이야기의 배경이 도심이 되어서 스펙터클한 군중씬도 자주 나오구요. 이야기의 스케일이 훨씬 큽니다. 에필로그격으로 붙어 있는 마무리 장면 같은 건 그야말로 '묵시록적'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 사실 그냥 오락 영화로 생각하면 세 편 중 가장 대중적으로 반응이 좋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22년의 초격차가 낳은 우월한 특수효과를 보라!!)



 - 다만 시대가 바뀌었다 보니 원작의 강렬한 시대 반영 같은 건 좀 약합니다. 노골적으로 공산당(...)을 가리키는 표현 같은 건 거의 사라졌구요. 그냥 개개인의 개성과 자유 의지에  대한 이야기 정도. 근데 뭐 사실 원작도 이런 해석은 가능했으니 크게 바꾼 건 아닌 셈이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아주 옛스럽게 남성 위주의 러브 스토리는 여전합니다. 심지어 여배우 외모도 좀 비슷하게 뽑은 느낌)



 - 외계 생명체와 그것이 인간을 잡아 먹는(?)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은 좀 나아졌어요. 카피가 끝나면 원본은 녹아 없어지고 카피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걸 분명히 해서 선배 영화의 아리송함은 사라졌습니다만. 마지막 부분에선 극적인 연출 한 번을 위해 그걸 또 괴상하게 만들길래 피식 웃었습니다. 카피로 부터 한참 멀리 도망왔는데 본체가 녹으니 바로 옆에 카피가 갑툭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전설의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씬. 이렇게 보니 웃기네요. ㅋㅋㅋ)



 - 결론적으로 이 또한 잘 만든 영화이며 오락 영화로 2022년에 즐기기엔 원조보다 오히려 낫기도 합니다. 도널드 서덜랜드나 제프 골드블럼 같은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즐기는 재미도 있구요. 결정적으로 마지막 장면의 반전(?) 임팩트가 참 지금 봐도 괜찮더라구요. 재밌게 봤습니다.



 + 감독은 필립 카우프만. 전작(?)의 감독 돈 시겔이 특별 출연하고 주인공 배우가 카메오로 나와서 전설의 그 대사를 읊죠. 여러모로 뤼스펙!!

 

 ++ 전작 뤼스펙은 좋으나 동양인이 의미 없이 불쾌하게 나오는 것까지 재연할 것까진...




3. 이번엔 '바디 에일리언'입니다. 원제는 invasion of 를 자른 'Body Snatchers'. 1993년작이고 런닝타임은 다시 짧아져서 87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여성 주인공의 등장!!!)



 - 여전히 원작 소설을 공유하는 작품입니다만 이야기는 가장 달라요. 이번엔 스물 근처의 젊은 여성이 주인공이거든요. 여름방학인데 군에서 일하는 환경 기술자 아빠 때문에 아직 어색한 새엄마, 골칫덩이 초딩 동생과 함께 황량한 무슨 부대 관사에서 지내게 되어 짜증이 폭발이죠. 근데 거기 가는 길에 시리즈(?) 전통의 경고 캐릭터가 나타나서 불길한 분위기 한 번 깔아주시고요. 그렇게 도착한 부대는 사실 이미 그들에게 거의 접수된 상태입니다. 참 재수도 없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참으로 예쁘셨던 가브리엘 앤워. 수퍼스타까진 못 가셨지만 열심히 잘 살고 계십니다.)



 - 세 편을 다 보고 나니 주인공의 변화가 나름 인상적이었네요. 1956에선 그저 주인공이 사랑을 바치는 대상, 1978에서도 나름 할 일이 생겼지만 여전히 주인공의 보살핌을 받는 존재였던 여성 캐릭터가 드디어 주인공이 되었어요. ㅋㅋ 하지만 거기에 딱히 큰 의미 같은 건 없습니다. 아마 배경 & 적들과의 상성을 생각했던 것 같고, 그냥 전형적인 옛날 호러 무비 여주인공의 역할만 성실히 수행하거든요. '고생' 말고는 놀랍도록 하는 일이 없단 얘기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똑똑한 거, 위험한 거 혼자 다 하면서 막판에 주인공을 쩌리 만드는 훈남씨.)



 - 당연히 공산당 빨갱이 뉘앙스는 깔끔하게 사라지고 완전하게 인간의 개성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군부대라는 배경이 괜히 선택된 게 아니겠죠. 사실 주인공과 파트너의 성별도 이것과의 대비를 위해 선택된 것 같구요. 덧붙여서 이 영화는 현실의 군대라는 조직 그 자체에 대한 풍자이기도 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함께하지 않겠는가?)



 - 워낙 튀는 작품들로 유명했던 아벨 페라라의 영화이다 보니 너무 멀쩡 무난하다는 이유로, 또 원작과 너무 다른 얘기라는 이유로 좀 찬밥 취급을 당하는 영화인데 사실 완성도는 양호합니다. 일단 군대라는 새로운 상징과 우리 외계인 군단의 결합이 좋아요. 의미상으로 잘 통할 뿐만 아니라 비주얼면에서도 한층 압박스런 공포 분위기를 잘 조성해주거든요. 유치원 장면처럼 신선한 것도 있고 군부대 배경 활용도 좋고 외계 식물도 충분히 불쾌하구요.

 다만 마무리가 많이 싱겁습니다. 너무 하찮게 술술 풀려서 뭔가 '흔한 B급 호러' 느낌 낭낭하게 끝나 버리는 게 너무 아쉽더군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상할 정도로 불쌍한 역이 잘 어울리는 포레스트 휘테이커도 나옵니다.)



 - 결론적으로 두 선배 영화보단 많이 쳐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였어요. 꽝과는 거리가 멀지만 막 칭찬해주긴 많이 아쉬운 느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하지만 엄마는 역대급!)



 + 쓸 데 없이 불쾌한 동양인은 안 나오지만 배경에 맥락 없이 한자가 슬쩍 지나갑니다. 이런 데 집착하지 말라고!!!!!



4. 종합하자면, 셋 중 하나만 딱 보겠다면 1978년작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굳이 이걸 볼 거면 1956년판을 먼저 보고 봐야 더 재밌구요.

 1993년작은 나름 준수하지만 형들 대비 상대 평가로 많이 아쉬운 작품 정도. 전 그랬습니다.

 참고로 앞선 두 작품은 왓챠에 있고 마지막 영화는 OTT에 없어요. 올레티비에도 없어서 검색하다가 정체불명의 사이트에 한글 자막까지 붙어 올라와 있는 걸 발견하고 거기서 봤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3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77
120710 혹시 인터뷰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례금 있음) 한동안익명 2022.08.14 585
120709 프레임드 #156 [4] Lunagazer 2022.08.14 186
120708 간통죄와 홍상수 [1] catgotmy 2022.08.14 729
120707 기나긴 이별을 원서로 읽고 [1] catgotmy 2022.08.14 374
120706 [넷플릭스바낭] 듀게 호러팬분들의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 '학교괴담: 더 시리즈' [9] 로이배티 2022.08.14 1033
120705 카카오 페이지에 연재하던 글이 완결이 났습니다. [6] 스위트블랙 2022.08.13 664
120704 겟 스마트 (2008) catgotmy 2022.08.13 282
120703 신인 걸그룹 뉴진스 데뷔곡, Attention MV 메피스토 2022.08.13 458
120702 정신 나간게 뭔지 아니 가끔영화 2022.08.13 353
120701 프레임드 #155 [7] Lunagazer 2022.08.13 197
120700 Anne Heche 1969-2022 R.I.P. [6] 조성용 2022.08.13 410
120699 [근조] 장 자크 상페 [5] 영화처럼 2022.08.13 583
120698 왓챠 다큐 추천 - 리틀 걸 [5] LadyBird 2022.08.12 485
120697 놉을 보고(스포없음) [2] 예상수 2022.08.12 688
120696 [디즈니플러스] 갬성 하나로 다 덮어드립니다 - '네버 렛 미 고' [12] 로이배티 2022.08.12 813
120695 프레임드 #154 [8] Lunagazer 2022.08.12 203
120694 축구 짧은 바낭 ㅡ 다음 시즌 맨유는 진정 웅장하겠어요 [1] daviddain 2022.08.12 331
120693 좋아하는 과자 [6] catgotmy 2022.08.12 504
120692 2022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다녀왔어요!! [7] Sonny 2022.08.12 767
120691 헌트를 보고 #스포 [2] 라인하르트012 2022.08.12 6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