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영화입니다. 미국에선 1989년에 개봉했다 그러고 한국엔 비디오 출시만 한 것 같은데 시기는 모르겠네요. 암튼 런닝타임 103분에 장르는 블랙 코미디. 스포일러는 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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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마국인들도 포스터 사기를 쳐요. 이게 어떻게... ㅋㅋㅋㅋㅋㅋ)



 - 오하이오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하이틴물입니다. 이 학교엔 여왕벌 3인조가 있는데 어쩌다 보니 얘들 이름이 다 '헤더'에요. 그래서 '헤더스'인 것이구요. 주인공은 어떻게든 이 클럽에 들고 싶어서 몸부림 중인 베로니카라는 녀석입니다. 딱히 모자랄 게 없는 아이 같은데 그저 학교의 핵인싸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여러가지 무리를 합니다.

 그러다 그 짓거리에 회의가 들어 이 짓 때려 치울까... 하던 중에 바람처럼 나타난 불량한 전입생 제이슨 딘(...)과 가까워지고. 이 놈의 장난에 장단 좀 맞춰 버리려다 얼떨결에 우두머리 헤더를 죽여버리게 돼요. 간신히 운 좋게 해결(?)하고 넘어가는가 했지만 베로니카에겐 아직도 골칫거리가 좀 남았고. 우리의 제이슨 딘 군도 여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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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벌 클럽! 그 시절 패션 센스 같은 걸 구경하는 재미도 좋습니다.)



 - 예나 지금이나 북미권의 트렌드가 문화 상품을 타고 세계로 퍼져나가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만. 인터넷이 없던 예전과 지금은 그 전파 속도 면에서 차이가 있죠. 보시다시피 저 비디오 케이스에 '엑스 세대 레퀴엠' 같은 문구가 적혀 있고 아마 한국에서 저 개념이 유행을 시작한 게 1994~1995년이라고 기억합니다만. 요 영화는 그보다 4~5년 전에 나왔단 말이에요. 하지만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나서 보니 저 문구는 정확합니다. 그 시절 한국의 '엑스세대'로 불리던 사람들의 정서나 취향과 정확하게 잘 맞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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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 세대 레퀴엠!!!)



 - 엊그제 '패컬티'를 보고 나니 그냥 이 영화가 바로 떠오르더라구요. 제가 90년대에 본 미국 하이틴물이 별로 없다 보니. ㅋㅋ 근데 영화를 틀고 보니 둘 다 오하이오네요. 그냥 우연이겠지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이제사 생각해보니 이 영화가 이후 하이틴 영화들에 남긴 유산이 은근 많아요. 특히 영화 속 여왕벌 클럽의 상태나 스타일, 이들을 다루는 태도 같은 걸 보면 '아 이게 원조였구나' 라는 생각이 바로 들구요. 미국 고딩들의 삶을 신분제 사회처럼 묘사하는 시각도 그렇죠. 특히 이 분야의 대표작으로 늘 거론되는 '클루리스'나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 미친 영향은 아주 노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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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주인공의 살인 행각이 펼쳐지는 어두컴컴 코미디라는 거.)


 다만 이 영화는 상당히 막 나갑니다. 시작부터 살인이고 주인공은 자의 반 타의 반의 공범이면서 범행 은폐에 여념이 없구요. 독살에 총살에 막판까지 가면 폭탄 테러까지 등장하는데 영화의 주제는 하이틴의 학교 생활이고 장르는 코미디란 말입니다. 요즘 기준으로도 튀고 과격한 이야기인데 1989년 당시엔 어땠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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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훈하게 눈맞는 청춘들 같지만 손에 들린 물건이...)



 - 솔직히 매끈 탄탄하게 잘 만든 영화라고 말하긴 좀 애매합니다. 코미디라는 핑계로 개연성은 대충 접어 나빌레라이고 주요 인물들의 심경이나 관계 변화 같은 것도 이리저리 막 튀어요. 게다가 결정적인 게, 주인공들은 도대체 본인들 삶에 뭔 그리 큰 문제가 있어서 이 난리인지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아요. 영화 속 대사 마냥 그저 'Life Sucks'인 겁니다. 뭘 더 설명해라 마라야!! 나 원래 이런 놈이야!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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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부 에이스들이 쓰레기라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냐고!!!!)



 - 그런데 사실 바로 이런 부분이 당시 청년들의 갬성을 정확하게 건드렸던 거죠. 마치 당시 유행하던 염세&반항적인 롹밴드의 콘서트 느낌입니다. "여러분!!! 다들 인생 x같으시죠!!!? 그냥 막 달려봅시다!!!" 라는 느낌. ㅋㅋㅋ 학교는 x같고 거기 다니는 우리네(?) 인생도 다 x같고 그걸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 모두 아는데 뭐 더 설명이 필요하냐는 식. 


 이 영화는 그렇게 구조나 디테일보단 스피릿(!)이 더 확 들어오는 영화이고 그걸 또 기가 막히게 살려주는 게 바로 크리스찬 슬레이터입니다. 이걸 오랜만에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이 양반이 그 시절에 이렇게나 간지나는 분이었구나. 정말 그 시절 반항아 정서 그 자체였던 배우였구나... 하구요. 자칫 하찮고 뻔해질 수 있는 비현실적 캐릭터를 엑스 세대 간지(...)로 완벽하게 승화시켜줘요. 오오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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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빙자료.gif)



 - 이게 결말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좀 혼돈의 카오스거든요. 결국 위노나 라이더의 주인공 캐릭터는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길을 거부하고 한 판 승부를 벌이죠. 그러고서 선택하는 길이 그렇게 건전할 수가 없습니다. 한 마디로 'Grow Up!' 그래서 그런 훈훈한 이야기였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정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그 시절 간지를 작렬시키며 폼나게 퇴장을 합니다. 이거 뭐야. 대체 어쩌라는 이야긴데. ㅋㅋㅋㅋ 반항을 하라는 거야 10대라고 위세 부리며 뻘짓 정당화 그만하고 나이 좀 먹으라는 거야. ㅋㅋㅋ

 근데 이렇게 앞뒤가 좀 안 맞아도 괜찮습니다. 왜냐면 그냥 둘 다 간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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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ㄱㄹㅇ ㅂㅂㅂㄱ)



 - 암튼 재밌는 영홥니다. 계속 좀 덜 다듬어진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그만큼 (당시 기준) 재기발랄한 부분들이 많아서 계속 즐겁게 보게 되구요. 주인공들이 벌이는 막장 행각 같은 건 사실 요즘 기준으로도 꽤 자극적이에요. 사건 전개도 그 시절 영화치곤 쾌속 진격!

 게다가 찬란한 청춘을 뽐내는 위노나 라이더와 크리스찬 슬레이터라는 두 배우가 내내 눈호강 겸 안정적, 매력적인 연기로 캐리해주고요. 마지막으로 이젠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그 시절 그 정서'가 영화 내내 뿜뿜합니다. 

 요즘 젊은 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틀어봐도 최소한 지루하거나 재미 없다는 반응은 잘 안 보일 영화에요. 물론 그 시절을 직접 비슷한 나이로 살아 본 사람들이 느낄 재미에 비할 바는 아니겠습니다만. 특히나 전 로드쇼에 실린 위노나 라이더 팬레터 주소까지 메모해두고 고민하던 인간이었... ㅋㅋㅋ

 끝이구요.


 


 + 이제 와서 다시 보니 살짝 '파이트 클럽' 생각이 나네요. 크리스천 클레이터가 마치 그 영화의 브래드 피트 같은 역할을 해요. 가만 생각해보면 혼자 비현실적으로 둥둥 떠다니며 위노나에게만 집착하는 모습도 있구요. ㅋㅋ 하지만 뭐 그냥 위노나의 자아 배틀 같은 걸 '상징'하는 걸로 끝입니다. 그런 반전 같은 건 없어요.



 ++ 이게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꽤 장수하고 있나 보네요. 생각해보면 뮤지컬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영화로 볼 땐 좀 덜컹거리는 느낌 드는 부분들이 뮤지컬로 번안하면 그쪽 장르적 특성으로 덮일 것 같기도 하구요.



 +++ 왓챠에도 있고 올레 티비에도 있고 그래요. 한국에서 그렇게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영화는 아닌데 아마 영화 선정하는 분들이 엑스세... (쿨럭;)



 ++++ 이걸 보고 나니 '볼륨을 높여라'도 보고파지는데 이건 지금 볼 수 없는 곳이 없네요, 아깝...



 +++++ 사실 위노나는 이 시절에 그냥 예쁜 게 아니라 뭔가 아싸 같고 친구 없어 보이게 예쁜 게 매력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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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도 참 특이한 재주(?)였던 것 같습니다. ㅋㅋ

 근데 이 양반 나온 영화 '루카스'는 정녕 한글로 구해다 볼 길이 아예 없는 걸까요.

 주말의 영화로 10대에 한 번 보고 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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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말로 '치였다'라고 할 만한 일생의 거의 유일한 경험이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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