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뷰티스(1975, 스포일러)

2022.08.01 14:31

ally 조회 수:355

예전부터 리나 베르트뮬러 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마침 영상자료원에서 <세븐 뷰티스>의 복원판을 상영한다기에 갔습니다.


~전 영화 잡지에서 주인공인 지안카를로 지아니를 미남 배우로 꼽은 기억이 어렴풋한데 복원한 영상에서 보니 이 사람의 담녹색 눈동자가 죽이더구만요.


영화는 이 명배우가 연기하는 나폴리 청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줍니다. 이 사람은 별볼일 없이 허세만 쩌는 이탤리 마초인데, 못난 일곱 자매를 지키겠다고 보호자를 자처하는데서부터 한심함이 줄줄 흐릅니다.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맏누이를 유혹한 포주를 얼결에 죽인 담에 제대로 처리 못해서 살인마로 낙인찍힌건 좀 안됬다 싶었더니, 주제에 있는척 하느라 경찰에 자기 범죄를 전부 자백하는 바람에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에 놓이자, 살고 싶어서 정신 이상을 가장하고 정신병원으로 갑니다.


맘착한 여의사의 눈에 든 것은 좋았으나 동료 여환자를 강간하다 발각되어 전기충격치료를 받게 되고요. 이때가 마침 세계 2차 대전의 절정기라서 전과자/정신병자라도 사지멀쩡하면 군인노릇하라고 풀려나게 되네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러시아 전장으로 배정되는가 싶더니, 가는 길에 기차가 폭격을 받아서 탈영병이 됩니다. 하지만 피아노치는 반라의 독일미녀네 집에서 음식을 훔쳐 배를 채운 것도 잠시, 강제수용소에 끌려가서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 신세가 됩니다.


그저 살겠다는 의지만 있는 이 버러지는 수용소를 지배하는 잔혹한 나치 여수용소장의 눈에 들고자 목숨을 건 유혹을 시작하는데….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힌 여자가 구차한 목숨을 구하려고 (핸섬하고 조금은 착한) 나치 장교를 유혹하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남자가 (과체중에 정말 사디스트인) 여자 나치를 유혹하는 이야기를 본 건 첨입니다

주인공이 너무 한심한 놈이라 강제수용소에서 하루살이 목숨이 되도 별로 불쌍하지 않은데요. 그렇지만 이 사람이 위엄있게 죽지 못해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걸 보면 참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페르난도 레이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인텔리 동료 병사역을 맡아서 더더욱 대조가 되고요.

 

평범한 이태리 남자의 입장에서 겪은 2차 세계대전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보통은 주인공이 이상적인 시각을 가진 착한 청년인데 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 타락하거나 파괴되는 이야기여야 하는데, 여기서는 원래 쓰잘데기 없는 한량인데 살겠다고 온갖 추잡한 짓을 하면서 목숨을 부지하는 내용이라 참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88
120726 [영화바낭] 세상에 좋은 여자가 드물답니다 - '굿 우먼' 잡담 [9] 로이배티 2022.08.16 796
120725 피겨 스케이팅은 스포츠인가 [9] catgotmy 2022.08.16 748
120724 (스포) [헌트] 보고 왔습니다 [9] Sonny 2022.08.16 1038
120723 프레임드 #158 [6] Lunagazer 2022.08.16 185
120722 인구 대비 확진자 [4] thoma 2022.08.16 642
120721 버즈 라이트이어의 트레키적 세계관 [5] skelington 2022.08.16 386
120720 [넷플릭스] 아케인. 강추강추!! [11] S.S.S. 2022.08.16 588
120719 링 (1998) [2] catgotmy 2022.08.15 350
120718 [넷플릭스바낭] 닐 게이먼의 '샌드맨'을 다 봤네요 [6] 로이배티 2022.08.15 1214
120717 영화 두 편 잡담입니다. [8] thoma 2022.08.15 646
120716 금연 3개월, 탈중 9개월 [4] soboo 2022.08.15 751
120715 일본영화 추천 - 실종 [9] LadyBird 2022.08.15 742
120714 [공지] 신규 가입 인증 및 암호 변경 확인 이메일 발송 불능 [6] 엔시블 2022.08.15 623
120713 프레임드 #157 [4] Lunagazer 2022.08.15 139
120712 어떤 로마 팬 daviddain 2022.08.15 185
120711 이준석의 눈물즙무제한제공참말 사건 [7] Sonny 2022.08.14 1323
120710 혹시 인터뷰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례금 있음) 한동안익명 2022.08.14 585
120709 프레임드 #156 [4] Lunagazer 2022.08.14 186
120708 간통죄와 홍상수 [1] catgotmy 2022.08.14 729
120707 기나긴 이별을 원서로 읽고 [1] catgotmy 2022.08.14 3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