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작. 런닝타임은 1시간 46분. 코믹 스포츠물에 스포일러랄 게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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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야구공 캐릭터가 귀여워서 기억에 남았던 포스터.)



 - 수십년째 성적 개차반이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즈의 구단주가 급사합니다. 대신 그 자리에 오른 건 쇼걸 출신이라는 그의 아내. 이 분은 아주 의욕이 넘치시는데 그 방향이 좀 이상합니다. 자긴 클리블랜드도 싫고 구장도 싫고 선수들도 싫다며 더 나은 지원을 약속한 마이애미로 옮겨가고 싶다는 거에요. 그런데 클리블랜드 시와의 계약 때문에 맘대로 옮길 순 없고, 유일한 방법은 팀이 폭망해서 관중 수가 급감하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퇴물, 듣보, 잉여, 결함 선수들과 야구계를 떠나 다른 일 하고 살던 감독들을 긁어 모아 팀을 꾸려요. 거기엔 무릎 부상으로 퇴물이 된지 오래인 베테랑 톰 베린저, 청소년 교도소에서 곧 출감 예정인 공만 빠른 바보 찰리 쉰, 다리만 엄청 빠르고 배팅은 잼병인 웨슬리 스나입스에 뭐 부상 무서워서 수비를 대충하는 이미 갑부 한량 선수, 직구는 무조건 홈런이지만 모든 변화구에 헛스윙만 해대는 부두교 신자 등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오합지졸들은 지리멸렬, 자중지란의 시간을 거쳐 리그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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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고 선량함으로 가득한 이 영화의 유일한 빌런 구단주님. 지금 와서 보면 여성 혐오 클리셰의 결합체랄까 뭐 그렇습니다. ㅋㅋ)



 - 시즌에 올라온 영화들을 보고 있었죠. 어제 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호러 영화들만 훑고 있었는데, 그러다 프랑스산 괴악한 고어 무비에 기겁을 해서 기분 전환이 필요해져 버렸습니다. ㅋㅋ 호러도 아니고 진지한 드라마도 아니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노긴장으로 편하게 볼 영화가 필요하다!! 는 생각으로 목록을 훑다 보니 이게 딱 걸리더라구요. 이것도 그 시절에 못 본 영화였지만 워낙 유명해서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고. (티비 방영 때 부분부분 보기도 했구요) 그래서 밀린 인생 숙제도 할 겸 골라봤죠. 80년대 코미디 영화이니 지금 보기 많이 구리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목적은 그저 멘탈 회복인 것을. 뭐 그런 맘으로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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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타지 야구 스토리의 필수 요소 1. 시큰둥 한 척 하면서 따뜻하며 지략 뛰어난 감독님)



 - 아니 이거 영화가, 잘 만들었습니다? ㅋㅋㅋㅋ 당황했네요. 아니 정말로 영화가 괜찮아요. 지루하게 늘어지는 부분도 없고 적절히 웃기고 적당히 흐뭇해요. 야구 경기 연출도 상당히 좋고 캐릭터들도 다 얄팍하지만 정이 가게 잘 꾸며 놓았구요. 뭣보다 영화가 의외로 촌스럽지가 않습니다. 80년대 코미디 영화 중에 이런 게 별로 없는데요. 하물며 클리셰 중의 클리셰인 '오합지졸 스포츠팀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아주 전형적으로 주욱 따라가면서도 디테일들이 개성있고 재밌고 또 나름 충실해서 보던 이야기 또 보는 기분이 별로 안 들어요.

 이게 뭐꼬? 하고 각본 겸 감독을 맡은 양반의 필모를 확인해 보니 뭐 성공작이 많진 않지만 '스팅'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각본을 쓰신 분이었군요. 몰라봬서 죄송했다고 사과 하고 싶은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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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믿음직하고 성격 좋은 포수와 무식하게 공만 빠른 컨트롤 엉망 루키 투수)



 - 다들 아시다시피 이제 찰리 쉰에 대해선 뭐 좋은 얘길 해주기가 힘든 시국이죠. 그러니 이 분은 그냥 패스하고. 꼬꼬마 신인 시절 웨슬리 스나입스의 방정스런 개그 연기도 재밌었구요. 오래 세월 잊고 지냈던 그 시절 인기 스타 톰 베린저의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사실 찰리 쉰이 아니라 이 분이 주인공인데요. 팀 내에서 기둥 역할을 해주면서 80년대식 낯간지럽고 올드한 로맨스로 유일한 연애 요소를 맡고 있거든요. 근데 참 괜찮아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ㅋㅋ 로맨스는 아무래도 구식이라 요즘 기준으로 보면 거시기한 부분들이 있지만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서 적당히 봐줄만 하구요. 또 그 상대가 풋풋하기 그지 없는 비주얼의 르네 루소라서 걍 좋구나... 하고 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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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뜬금포 장타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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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걍 무식하게 발만 빠른 놈. 대체로 개그 담당)



 - 그런데 보면서 좀 이상하더라구요. 영화가 마지막 시합 결과가 나온 후 우루루 모여서 기뻐하는 장면으로 바로 끝!!! 하고 마무리 되어 버리는데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악당 구단주가 신경 쓰였거든요. 아무리 봐도 이 양반이 사실은 팀을 아끼는 게 아닌가, 그게 반전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걍 그딴 거 없이 끝나버리더라구요. 그래서 괜한 미련을 품고 검색을 해 보니 원래 결말이 그랬던 게 맞네요. ㅋㅋ 일반 관객 상대로 비밀 시사 같은 걸 했는데 참가자들이 이 반전을 싫어했답니다. 그래서 그냥 다 그대로 둔 채 시합 후에 이어지는 그 반전 부분만 싹둑 해버린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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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화기애애하게 사진도 찍었는데!!!)



 뭐 당시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습니다만. 좀 아쉽긴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낡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 구단주 관련 부분들이었거든요. 쇼걸 출신에다가 돈만 밝히는 악당이고 또 주인공들이 이 양반 입간판을 세워 놓고 승리 한 번 할 때마다 옷을 한 조각씩 벗기는(...) 식으로 자축을 한다는 설정이 있고 그래요. 여기에 이 반전이 들어갔다면 적어도 2022년 기준으론 소감이 훨씬 깔끔했을 거에요. 애초에 이 영화가 '악당'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 선량한 톤의 영화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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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물론 누군가 한 놈은 연애를 해야 하니 스포츠 좋아하는 미녀도 한 분 모셔야.)



 - 뭐 더 길게 말할 건 없겠습니다.

 제가 좀 오버를 했는데, 옛스럽고 낡은 부분들 있어요. (부두교 관련 묘사만 봐도 뭐 ㅋ) 그게 큰 단점으로 거슬릴만큼은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그 시절스럽게 나이브하고 느긋하면서도 뭔가 그냥 즐겁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고. 코미디, 캐릭터, 야구 시합까지 다 준수한 퀄로 만들어져서 서로 잘 결합되어 있고 그래요. 진짜 아무 기대 없이 틀어서 그랬나, 상당히 만족스런 두 시간이었습니다. 영화의 거의 유일한 단점은 찰리 쉰이랄 정도(...)

 그래서 어젯밤엔 기분 좋게 잤습니다. 프랑스제 고어 영화 따위 잊고!!! 사실은 지금도 계속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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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최고!!!!)



 + 이걸 보고 나니 '내추럴', '꿈의 구장', '19번째 남자', '사랑을 위하여' 같은 그 시절 케빈 코스트너 야구 영화들이 막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인데요. 음. 당연한 듯이 이 중에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군요. 세상이 이렇죠 뭐. 넷플릭스에 있는 '머니 볼'이라도 봐야 할까요. ㅠㅜ



 ++ 보면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라는 팀 명이 요즘 세상에 좀 안 맞지 않나? 했는데. 바로 올해부터 '가디언스'로 팀명이 바뀌었더군요. 물론 이유는 다들 생각하시는 그게 맞구요. ㅋㅋ 100년 넘은 이름이었다는데,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네요.



 +++ 영화는 이제 봤지만 이선영의 영화음악실에서 종종 들었던 연애질 테마곡은 테잎으로 녹음해서 여러번 들었거든요. 그걸 꽤 오래 잊고 있다가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기억이 떠올랐어요.



 제가 이 시절에... 아니 사실은 지금도 맨날 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헷갈리거든요. 빌 메들리랑 조 카커요.

 근데 '헷갈린다'는 말도 좀 안 맞는 게, 늘 반대로 기억합니다. ㅋㅋ 그래서 이 곡을 부른 게 조 카커라고 지난 30년간 생각하고 있었던 듯.

 죄송합니다 빌 메들리씨. ㅠㅜ 이제라도 확실히 암기하는 걸로. '더티 댄싱', '사랑과 영혼', '메이저리그'는 빌 메들리. 조 카커는 '사관과 신사'랑 '케빈은 열두살'!!



 ++++ 근데 마지막 시합, 마지막 순간의 전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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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이걸 그대로 갖다 써먹은 만화책을 본 기억이 나는데 뭔 작품이었는진 생각이 안 나네요.

 암튼 멋졌습니다. 저 예고 홈런 포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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