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온 영화이고 런닝타임은 야심찬 3시간 7분!!! 장르는 뭐랄까... 인도산 대체 역사 히어로물? ㅋㅋㅋ 결말이 워낙 뻔하지만 디테일한 스포일러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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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하나는 불, 다른 하나는 물을 상징하는 게 잘 그려져 있네요. 제목의 의미도.)



 - 시대는 식민지 시절 인도. 깊은 숲속 마을에서 간악한 영국 총독 부부가 마을 여자 아이를 강제로 데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때 총독 부부의 사악함이 얼마나 심플 우직 돌직구인지 보시면 놀랄 거에요(?) 하하. 암튼 그래서 그 마을 최강의 사냥꾼, 마을 지킴이 '빔'이란 청년이 아이를 찾아오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되구요. 그 전에 호랑이와의 배틀 장면으로 전투력 자랑은 덤.

 두 번째 주인공 '라주'가 소개됩니다. 얘는 경찰이고 그러므로 당연히 영국 총독부 및에서 일합니다. 출세에 목이 말라서 같은 인도인들 탄압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면서 또한 어마어마한 맷집과 전투력의 소유자죠. 하지만 아무리 탁월한 활약을 해도 도무지 승진을 안 시켜주네요.

 본격적인 이야기는 '빔'이 아이를 찾아 도착한 델리에서 우연히 '라주'를 만나면서 시작입니다. '라주'는 방금 전에 그 마을 소녀 & 총독을 노리는 인도인을 체포해오면 무조건 특진 시켜준단 얘길 들었거든요. 서로의 목적을 모르는 채 둘은 운명적으로 만나 뜨거운 사랑 우정을 쌓아 버리는데... 과연 이들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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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손 아님. 포박 아님. 설명이 복잡하지만 암튼 호랑이랑 싸우는 중입니다. ㅋㅋ)



 - 보다 보면 이 영화의 한국 버전이 머릿 속에 그려집니다.

 일제 강점기에 총독을 노리는 테러리스트와 순사 노릇을 하며 출세해보려는 조선인이 만나 뜨거운 우정을 쌓고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 둘은 그대로 마블 영화 속에 들어가도 한 몫을 거뜬히 할만한 초능력자들이고 영화 내내 필요 이상(...)으로 그 힘을 뽐내죠. 그 와중에 등장하는 일본인들은 하나 같이 다 뼛속까지 악의로 가득찬 인간 말종, 꼬리와 뿔만 안 달린 악마들이라서 주인공들은 내내 단순 무식 호쾌 화려하게 그들을 싹싹 쓸어 버립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돌직구 애국 애족 국뽕 감동 코드에 담아서 전달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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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 일본 순사복이랑 되게 비슷해서 보면서 감정 이입이? <-)



 한국에선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영화겠죠. 왜냐면 지금은 2022년이고 아무리 상업 오락 영화라고 해도 캐릭터들을 어느 정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건 필수잖아요. 특히 아무리 일본인들이 역사적으로 악역이었던 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렇게 막 단순하게 순수한 악으로 표현해 버리면 한국인들도 불편해합니다. ㅋㅋ 하물며 주인공들이 하늘을 날고 땅을 가르며 한 방에 일본군 수십을 날려 버린다? 그것도 실제 역사를 침범해 버릴 정도로 큰 스케일로 이야기를 키우면서?? 하하. 무립니다. 관객들도 외면할 거고 평자들도 좋은 평은 안 해 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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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물며 중간에 이렇게 기나긴 뮤지컬 장면이 들어간다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이런 건 인도에서만 하는 걸로. ㅋㅋㅋ)



 - 근데 뭐랄까요. 이 영화는 정말로 '그딴 거 필요 없고!'라는 느낌... 도 아니고 그냥 애초에 그런 걸 평생 신경 써 본 적 없다는 투로 달리거든요. 뭘 하든 그냥 다 끝까지 갑니다. 액션의 스타일, 스케일, 역사 고증 포기, 캐릭터의 단순 평면화, 애국 애족 프로파간다 등등. 영화가 담고 있는 그 어떤 것에도 브레이크가 없고 한계선 같은 게 없어요. 이렇게 아예 극단으로 가 버리니 보는 저도 덩달아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안 써버리게 되더군요. ㅋㅋㅋ 그렇게 비판뇌의 기능이 정지한 상태로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결국 입력되는 것은 순수한 스펙터클, 볼거리와 들을 거리. 그리고 단순 호쾌 무식한 스토리에서 오는 알 수 없는 쾌감... 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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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cg겠지만 혹시라도 cg가 아닐까봐 무서운 스펙터클!!!!!)



 - 그리고 이 영화는 정말 거대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엄청난 숫자의 군중씬들이 펼쳐지는데 이게 또 인도 영화이다 보니 '저놈들은 cg도 안 쓰고 진짜로 저만큼 사람을 동원했을 수도 있어' 라는 기분이 들어서 (사실 관계는 확인 안 해봤습니다 ㅋㅋ) 헐리웃 영화의 대규모 군중씬들보다 훨씬 압도적인 느낌이 들구요. 끊임 없이 새로운 장소로 옮겨가며 펼쳐지는 대규모 액션씬들이 지금 일일이 다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많구요. 진짜 과장이 아니라 스펙터클로 비교하자면 '엔드 게임'의 그 '어셈블~' 장면보다도 훨씬 강력한 장면들을 여러 번 보여주는 영화에요. 그리고 이런 느낌을 참 오랜만에 받아서 그런지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 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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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용으로 합성해 만든 스틸샷 같죠? 실제 영화 속 장면입니다. 우하하.)



 - 액션 장면들은... 웃음 반, 감탄 반입니다. ㅋㅋㅋ 앞서 말 했듯 정말 사실성 따위 처음부터 1도 신경 안 쓰고 그냥 화려한 볼 거리 아이디어에만 올인을 하면 이런 것도 나올 수 있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어요. 기본적으론 마블 영화를 비롯한 환타지 액션물에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의 연속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나 어떤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그 와중에 참말로 '신박한' 장면들도 자주 나오는데, 죄송한 표현이지만 오래된 인터넷 유행어대로 'xx 같지만 멋있어'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돼요. ㅋㅋㅋㅋㅋ 주인공들의 파워와 폼을 정말 과장되게 계속해서 만들어 보여주는데, 이게 웃기려는 게 아니라 본인들은 정말 진지하게 멋지다고 생각하고 만든 장면이다 보니 그냥 웃음만 나오는 게 아니라 종종 설득이 되더라구요. 허허허. 

 암튼 뭐, 좋게 평가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정말 다른 데서 보기 힘든 구경거리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듯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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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면 이런 장면 아이디어에 돈을 때려 박을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 세 시간이 넘다 보니 보다 지루해서 중간에 접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전혀 그럴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일단 이게 이야기 전개가 빠릅니다. 좀 짧은 드라마 한 시즌 분량 정도 될 이야기를 세 시간에 욱여 넣었기 때문에 전개 자체는 빨라요. 그런데 그렇게 빠른 만큼 들어 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뭐 죄다 완전 평면 캐릭터들이 나와서 아무 고민 없이 쾌속으로 진행해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휙휙 지나가구요. 또 언제나 우리의 막가파 스펙터클 화려 액션 & 거대 스케일 뮤지컬씬들이 함께 하기에 늘어지는 구간 같은 건 없었네요. 게다가 정말로 장면 하나하나가 상당한 구경거리에요. 기본적인 화면 때깔부터 미술 디자인까지 허술한 구석 하나 없이 죄다 화려합니다. 대체 제작비를 얼마나 쓴 거야? 라는 생각을 내내 했는데... 이렇게 적으면서 내친김에 검색을 해 보니 미국돈 기준 6900만 달러. 한국 돈으론 902억이 들어간 인도 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 영화라네요.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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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캐릭터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뭐 여자친구1과 2 정도. 이 분은 특히 그냥 엔딩의 뮤지컬 장면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네요.)



 - 뭐 더 길게 말은 못 하겠구요. 

 암튼 정말 보기 드문 구경 거리입니다. 신기한 구경거리(?)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보세요. 반드시 가능한한 가장 큰 화면으로 보셔야 하구요.

 '본인이 이런 영화를 만드니 기생충이 졸립다 그럴만 하지' 라는 사람들 반응에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ㅋㅋ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그 발언 납득이 돼요.

 뭐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1년에 여러편씩 보고 산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난생 처음 본 저는 아주 만족스럽게 잘 봤습니다. 대단했어요. 다만 뭔가 좀 진지하고 알맹이가 있는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피하시는 편이 좋을 듯 하네요. 그런 거 없습니다. ㅋㅋㅋㅋ 적어도 인도인이 아닌 입장에선 그랬어요.




 + 덤으로 확인해봤는데, 한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는 '옥자'의 5천만 달러. 근데 이렇게 헐리웃에서 만든 경우를 제외하면 '설국열차'의 437억원이네요. 그래도 이 영화의 절반 밖에 안 되는... ㅋㅋㅋ



 ++ 근데 사실 인도는 한국(=조선)만큼 피지배 상황에 빡세게 저항하고 그러진 않았다는 게 제 기존 지식이었는데. 제가 뭘 잘못 알았던가요.

 이 영화만 놓고 보면 전혀 안 그래 보여서요. 역사 & 국제 사회 지식이 일천한지라 그냥 궁금하네요. 그냥 영화가 좀 오버한 건지. 아님 인도 사람들 의식이 바뀐 건지. 아님 그냥 이 영화 속 태도가 실제 인도인들의 역사와 인식을 제대로 반영한 게 맞는지.



 +++ 옥의 티랄까요. 이 영화 역시 '영국인들'이 많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 서프라이즈 삘이 꽤 납니다. 뭐 영화 톤이 있다 보니 진지한 한국 영화 중간에 튀어나오는 서프라이즈 st. 외국인 연기만큼 위화감이 쩔진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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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비주얼은 다들 상당히 어울리게 그럴싸하십니다.)



 ++++ 인도 사람들은 뭔가 되게 선명하고 강렬한 걸 좋아하나봐요. 영화가 내내 해상도 4K가 훨씬 넘는 풀프레임 DSLR로 찍은 사진을 보는 기분의 선명도와 과장되게 화려한 색감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보다보면 그냥 모든 장면이 다 cg 같고 그래요. 실제로 벌어지는 장면들도 다 cg 같으니 그러려니 하긴 합니다만. ㅋㅋ 뭐 그 쪽 취향인 거겠죠.



 ++++ 이렇게 무대뽀로 상상력을 뻗쳐 나가는 게 한국 영화나 그냥 각종 문화 창작물 전반에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이렇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따지고 태클 걸며 진지하게 달려드는 것도 또 다른 스타일 아닌가 하는 데서 생각을 멈췄습니다. 그 길로 쭉 열심히 달린 끝에 지금 성과(?)도 잘 내고 있구요. 그럼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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