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가 엄청 잔인하다는 평을 듣고 단단히 각오하고 가니까 싱겁게 다가왔던 것처럼


리미츠 오브 컨트롤이 꽤 졸립고 지루하다는 평을 듣고 단단히 각오하고 가니까 나름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더군요.


이삭 드 번콜 말고 나머지 배우는 정말 카메오 수준으로 잠깐 나오는 것이더라구요. 그래도 다들 그 존재감이 꽤 컸던 것 같아요. 영화 내내 잔향처럼 그 존재감이 맴돌아서 참 좋았어요. 


영상도 예쁘고, 음악도 좋고, 건조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그 모든 게 일관되어서 참 좋기는 했는데, 딱 그뿐이란 감상이 들었어요. 다 보고 나니 'pretentious'란 단어가 생각나더라구요. 


이러한 영화가 있다는 것은 영화사에서, 혹은 예술사에서 값지게 기념할 만한 일이지만(독창적이고 희귀하다는 점에서요), 그것 자체가 과연 예술로서 제대로 구실하는지 살펴보면 부정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작가' 자무쉬 감독의 작품은 확실하지만, 영화작가 자무쉬 감독의 '작품'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나 할까요. 그 모든 모호함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야 있겠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는 게 그저 확대해석인 것만 같아서 더 깊이 생각하고픈 여유가 안 생기더라구요.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좋았어요. 그동안 본 짐 자무쉬 영화 중에서는 '고스트 독'이 제일 좋네요. 이삭 드 번콜이 재밌는 아이스크림 장수로 나왔죠. '미스터리 트레인'도 좋았구요. 사실 좋지 않았던 자무쉬 영화는 한 편도 없는 것 같네요. 그래서 이번 영화도 좋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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