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못했습니다.

2017.05.02 05:52

그럼 조회 수:1197

여기 듀게에 어떻게 하면 쉽게 들어오나 했더니 '메인게시판'으로 검색을 하면 제일 위에 뜨네요. 메인게시판은 어디나 다 있는 것인줄 알았더니만.


잠시 돌아보자면, 제 첫 투표는 14대 대선이었는데 그때 2번을 찍어야 하나 8번을 찍어야하나 한참을 고민했었습니다. 문제는 그 고민을 투표소 안에 들어가서까지 했어서 같이 갔던 가족분이 왜 안나오냐고 놀라셨던 기억이 나네요. 15대 때에는 의외로 별 고민 없이 없었던 듯 합니다. 아마 4번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거에요. 문제의 16대 때에는 막판에 판세가 급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원래 찍으려고 했던 것을 못 지키고 말았지요. 지금도 살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이 뭐냐고 하면 그때 2번을 찍었던 것이었습니다. 17대 때에는 아시다시피 전혀 고민할 것 자체가 없었지만 그런만큼 투표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졌었고, 지난 18대 때에는 다행히 정리가 잘 되어서 좋던 싫던 찍어야 할 후보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선거 결과 나오고 나서는 굳이 투표장에까지 가서 혹시나하고 한표 주었던 것을 후회했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전혀 의미없는 일은 아니었네요. 


원래대로 이번 연말에 대선이 치뤄졌다면 아마 비슷한 고민을 계속 했을 것 같지만 어쩌다보니 이번 대선은 간만에 의외로 별 고민없이 제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던져도 될 듯 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과연 좋은 것일까요. 특히 지난 미국 대선의 과정과 결과를 보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집니다. 정리하자면 최악을 물리치기 위해 최선을 버리고 차선 또는 차악을 선택해야 하냐는 것인데, 물론 이번 선거는 최선을 선택한다고 해서 차선이 차악이 되고 결국 최악이 이기고마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들 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이니까요. 이상적인 것은 차선이 1위로 당선되더라도 최선이 2위가 되어 그 뒤를 받쳐주는 것이지만 지금은 차악도 아닌 최악이 2위를 하게 되어서 생명연장의 꿈을 이루게 될 판이지요. 만약 결선투표제라는 것이 있었다면 지난 대선하고 같은 꼴이 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겠네요. 


무언가 잘 정리가 되지 않는 기분에 뭐가 최선이고 차선이고 차악인지 명시하고 싶은 생각도 안듭니다만 모쪼록 무난하게 지금 1위하는 후보가 되어서 그냥 기권을 해도 별달리 찜찜하지 않도록 되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이번에는 부디 그렇게 뽑히신 분을 잘 지탱해 주어서 지난번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고 차선에서 최선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보수가 모처럼 부패로 망해가는 데 진보가 분열로 망하면 또 안되지 않겠냐하는 것이 결론인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실행하러 투표장에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실은 지금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진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부터 잘 따져봐야겠습니다만, 그게 또 분열의 시작이라면 참으로 할 말이 없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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