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다수의 소수 배제

2017.06.04 19:20

윤주 조회 수:1622

군형법 92조 6항의 폐지법안을 대표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인터뷰인데 한국사회의 다수의 소수 배제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네요. 국회 국방위 소속이라서 그런지 이외에도 사드, 북핵, 햇볕정책 얘기도 들을 만하네요.

http://m.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1336

"- 2013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 했지만, 그때도 보수 개신교와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쳐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와 비교했을 때 동성애 여론은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비단 보수 개신교 반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보수적이다 보니 군형법 92조 6 폐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점점 더 어려워질 거다. 법과 체계는 민주주의로 나아가지만, 사람들의 심정은 차별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차별금지법뿐만 아니라 이주 아동과 관련한 이자스민법,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법, 세월호특별법 등 입법에 실패했다.

우리 사회에는 독특한 이데올로기가 있다. 공리주의 사상의 한 변종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소수가 있으면 배제한다. 말 그대로 '편협한 공리주의'다. 정신 질환자, 동성애자, 세월호 유족, 국책 사업 희생자(강정마을·연평도 주민 등), 탈북자 자녀, 외국인 자녀 등 소수인데, 다수는 이들을 '떼쓰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국가는 당연하다는 듯 소수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다수는 왜 거저먹으려 하느냐고 비난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데올로기화해 있다.

나는 차별 없는 세상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차별은 어떤 식으로든 있을 수밖에 없다. 무서운 점은 그 차별이 이데올로기화할 때이다. 어떤 경우를 불문하고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소수는 보호·배려 대상이 아닌 제거·격리·차별 대상으로 인식된다. 그런 이데올로기는 이 사회가 유지되는 근간으로 활용된다. 차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이상, 군형법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 처리도 낙관할 수 없다.

사실 차별 이데올로기는 '허구'다. 다수가 만들어 낸 허위의 이미지다. 이데올로기 안에서 보호받는 '다수'도 언젠가 실패자가 되거나, 낙오하거나, 추방당할 수 있다. 이들은 인생 실패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떠는 다수에 지나지 않는다.

다수라는 개념도 허구다. 다수에서 소수로 전락할 수 있다. 사업 또는 입시에 실패해서, 재난을 당해 소수가 될지 모른다. 다수는 기득권이 불안하다고 인식하고, 그 불안한 기득권에 누군가가 숟가락을 얹으면 강하게 거부한다. 그래서 소수자를 외면하고, 배려하지 않는다. 점점 우리 사회는 관용과 포용의 톨레랑스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간다. 나는 이런 사회를 '구토하는 사회'라고 이야기한다.

과거 우리가 어렸을 때 어느 마을을 가든 부랑자와 정신이 안 좋은 분들을 볼 수 있었다. 그걸 당연시하고 살았다. 이는 '소화하는 사회', '흡수하는 사회'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시민사회는 그들을 격리 대상으로 삼았다. 수용소를 만들어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들만을 위한 다른 공간으로 보내 정상인과 분리했다. 이런 시스템이 오늘날 너무 발전했다.

군대의 '그린캠프'도 마찬가지다. 적응 못하는 군인을 수용하는 곳이다. 1년에 3,000명 넘게 들어간다. 저 아이들을 분리하지 않으면 정상인 다수를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로 만들었다. 여기에도 다수라는 허구의 개념이 깃들어 있다.

사회는 어떤가. 직장에서 남들보다 일을 못하면 '성과 퇴출자'로 빨리 제거해야 나머지 일 잘하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탈북자촌이 많이 생기는데, 탈북자들을 따로 한군데로 몰아 버린다. 관용과 포용으로 더불어 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공동체 밖으로 내밀고 있다. 이들은 경계선 바깥에 위치한 존재가 된다. 구토하는 사회에서 특히 성소수자는 매우 좋은 표적이다. 요즘 민주주의와 인권의 근본을 묻는 소수자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차별 이데올로기'가 팽배한 이상 언제든 추방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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