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9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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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릴러 장인이라는 히치콕의 명성을 신경쓰다 좀 애매해진 듯한 포스터네요.)



 - 그림처럼 예쁜 시골 마을 풍경이 보입니다. 미국 버몬트주의 어딘가라네요. 꼬맹이 하나가 장난감 총을 들고 동네를 누비다가 산에 올라가서는 건장한 남자의 시체 한 구를 발견해요. 소년은 그걸 보고 놀라서 후닥닥 집에 돌아가고. 다음엔 그 곳에서 토끼 사냥을 시도 중이던 할배 하나가 계속되는 실패에 낙담하며 자기가 쏜 총알이 다 어디로 갔나... 하고 확인해 보다가 한 발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라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역시 시신을 발견하죠. 

 아악 내가 이 나이에 살인범이라니!!! 라며 슬퍼하던 할배는 억울한 맘(?)에 그 시체를 치우려고 질질 끌고 가다가 그만 마을 주민에게 딱 걸립니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싶은 순간에 그 주민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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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익후 이게 뭐꼬!!!)



 - 위와 같이 시작하는 알프레드 히치콕제 영화인데요. 장르가 코미디입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로맨스구요. 뭐 요즘에야 시체 여럿 생산하면서 코미디 하고 로맨스도 까는 영화들 많지만 그 시절에다가 감독이 히치콕이라니 나름 레어한 물건이 아닌가!! 하고 봤어요. 사실 왓챠 목록을 훑기 전까진 존재 조차 몰랐던 히치콕 영화였기에 호기심도 생겼구요. ㅋㅋ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희한한 일은 아닙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히치콕이 원래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잖아요. 좀 변태 같은 방향으로 뛰어나긴 하지만 이 영화의 기본 설정도 충분히 변태스럽구요. 다만 그런 변태 개그를 메인으로 들이미는 영화가 많지 않았을 뿐이고 이게 바로 그런 영화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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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들 표정만 봐도 긴장감이라곤 0.1도 찾을 길이 없죠. ㅋㅋㅋ)



 - 영화의 분위기는 뭐랄까, 한적하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서 평화롭고 정겹게 살아가는 주민들이 나오는 전원 드라마 내지는 시트콤 느낌입니다. 등장 인물들 중에 악인이 없어요. 다들 뭔가 괴팍한 구석들이 있지만 그건 캐릭터에 입체성을 더해 매력을 부여하고 웃음을 자아내기 위함이지 스릴을 자아내기 위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괴상하게 선량한 사람들이 시체를 눈앞에 두고선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연애도 하고 꿈도 이루고 서로 도우며 정도 나누는 훈훈한 이야기인 거죠. 거기에 정말로 '그림처럼' 예쁜 버몬트의 풍경들이 어우러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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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케이션이 한몫 하는 영화입니다. 곱고 예쁘고 평화롭고... 뭔 일이 벌어지든 말이죠.)



 - 하지만 기본 설정(이 시체를 어쩔겨!!!)이 계속해서 이야기에 어른거리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많이 짓궂은, 그리고 좀 변태스런 유머가 됩니다. 여기에서 히치콕의 국적이 새삼스레 떠오르죠. 캐릭터들도 유머도 다분히 영국맛이에요. 위급한 상황에서도 괴상할 정도로 여유로운 인물들이 괴상할 정도로 여유로운 템포 속에서 느긋하게 허를 찌르는 대사들을 날리며 쿡쿡거리며 웃게 만드는. 저처럼 무식한 사람에게 누가 이걸 히치콕이 영국에서 찍은 영국 영화라고 말해줬다면 아마 아무 의심 없이 덥썩 믿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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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렇게 짤만 보면 진지해 보이기도 하구요.)



 - 나름 어두운 톤의 알멩이가 있긴 합니다. 주요 등장 인물들이 다 함께 서로를 오해하고 남의 죄를 덮어주려 애쓰고, 그러다가 본인들이 죄를 범하게 되는 상황들 같은 걸 보면 히치콕이 즐겨 다루던 '죄의식'이라는 소재가 여기에도 여지 없이 나오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죠. 영화 성격상 결국 모두 다 쉽고 행복하게 풀리긴 하지만 순간 순간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번뇌는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적어도 그 순간들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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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됐고 내 겁나 끝내주는 레모네이드나 한 잔 더 드시지?)



 - 기본적으로 캐릭터 코미디인데 그 캐릭터들이 참 좋습니다. 사격 솜씨가 형편 없는 '선장님'과 동네 노처녀 아줌마 커플도 참 흐뭇하게 구경하게 되는 귀여운 커플이지만 주인공들이 특히 좋아요. 꼬꼬마 뉴비 배우 셜리 맥클레인이 연기하는 레모네이드 성애자 캐릭터도 계속 실없이 웃기면서도 발랄하고 매력적이구요. 존 포사이드의 까칠한 척 막말하면서도 참으로 사상이 건전하고 로맨틱한 동네 화가님도 영화의 로맨틱한 분위기랑 참 잘 맞아요. 불쾌한 느낌 없이 귀엽거든요. 그리고 이 둘이 무척 잘 어울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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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노인네 커플도 귀엽기론 젊은이들에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 사실 귀엽긴 이쪽 커플이 더해요. ㅋㅋ)



 - 암튼 뭐... 그렇습니다(?)

 히치콕의 대표작이라든가, 재평가 받아야할 걸작이라든가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가볍게 즐기기 좋은 코믹 로맨스이지만 단단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 정도. 그리고 거기에 우리가 아는 히치콕의 개성이 평소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잘 녹아 있는 거죠.

 좀 여유롭고 느긋한 페이스의 영화를 즐기시고, 특히 부담 없이 즐길만한 작품을 원하신다면 70년 가까이 되는 영화의 나이나 알.프.레.드.히.치.콕. 같은 이름의 무게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선택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저도 그냥 그런 식으로 즐겁게 봤어요.




 + 이 장면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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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고' 생각이 나더라구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깜찍한 양말로 웃기는 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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