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작이니 올해로 32살! 런닝타임은 야심찬 2시간 2분. 스포일러는 없... 나요? 이 영화 결말 모르시는 분?? ㅋㅋ 그래도 안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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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과 얼굴을 반대로 붙여 놓은 게 인상적...)


 - 새삥 경찰에 이어 새삥 FBI 요원이 주인공입니다. 은행강도 대책반에 들어온 이 친구도 출근 첫 날부터 큰 사건을 맡게 되는데 지난 수년간 무려 30군데를 털고도 체포는 커녕 단서 하나 제대로 안 남긴 '전직 대통령들' 갱단이에요. 감독 전작의 주인공 못잖게 퍽퍽한 성격의 우리 주인공 '자니 유타'씨는 이미 포기 상태인 파트너이자 왕고참 개리 부쉬 아저씨를 마구 쪼아보지만 나오는 얘기라곤 '아마 서퍼일 듯 하기도?'라는 희미한 단서 뿐. 그리고 이들은 갑자기 코믹물 주인공들마냥 서퍼 세계 잠입(?) 작전을 개시하고. 그 와중에 패트릭 스웨이지의 형상을 한 신비주의 카리스마 서퍼를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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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메이크해서 오바마와 트럼프를 나란히 붙여 놓으면 재밌을 듯.)


 - 오래 됐는데도 언제 어디서 누구랑 봤는지가 딱 떠오르는 영화는 왠지 더 정이 가죠. 수능 끝나고 국딩 때부터 절친이었던 친구네 집에 가서 비디오로 봤습니다. 기억나는 이유는 중반 액션씬 하나 때문인데요. 샤워실에서 갑자기 쿠와앙!! 하고 미친 듯이 달려드는 누드녀(...) 액션 장면에서 친구 어머니랑 여동생이 껄껄 웃으며 니들 왜 이런 거 보냐고 우리를 비난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사이 좋게 앉아서 함께 봤죠. 음. 근데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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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신입아, 서핑이란 건 결국 다 바란스, 균형이거든? 인생도 다 마찬가지다 그 말이야.)


 - 여성 서사 같은 건 말끔하게 내다 버리고 우정!!! 의리!!!! 배신!!!!!! 쏴나이들의 세계!!!!!!!! 이렇게 가 버린 이야기입니다만.

 그래도 뭔가 '블루스틸'과 비슷한 점이 없는 듯 꽤 있습니다. 퍽퍽한 성격의 사법기관 신참이 노숙한 고참과 팀을 이뤄 강력 범죄자를 잡으러 다니고. 그 와중에 그 범죄자와 뜻하지 않게 교감(?)을 나누게 되고. 그러면서 결국 주인공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받아 좀 변화를 겪고 그러는 이야기죠. 디테일한 게 좀 더 있지만 스포일러라서 생략.

 하지만 이 영화에선 비글로우가 각본엔 손을 안 댔어요. 그냥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고, 비글로우가 본인 취향대로 고른 결과일 수도 있고, 그냥 그 시절 유행 설정일 수도 있고. 전 모릅니다. 다만 비슷한 구석이 있긴 하다는 거죠. ㅋㅋ 고작 1년 텀으로 나온 영화들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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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참과 고참의 즐거운 한 때. 이 영화에서 키아누가 보여주는 가장 자연스런 연기입니다.)


 - 일단 '블루스틸'과 연달아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때깔의 차입니다. 어두컴컴 칙칙하던 전작에 비해 이 영화는 시작부터 햇살 눈부신 바닷가의 서핑 장면으로 환하고 쨍한 볼거리를 펼쳐 주고요. 잠시 후엔 화끈하고 긴박감 넘치는 은행 강도 장면이 이어지고요. 그 후로도 계속 그래요. 액션도 많고 그것도 '총 들고 부들부들 노려보기'가 과반이던 전작과 달리 역동적인 느낌에 뭘 부수기도 많이 부숴요. 카체이스에 후반에 쌩뚱맞게 길게 이어지는 스카이 다이빙 장면까지 볼 거리가 상당히 많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걸 다 적절히 잘 연출해 주고요. 액션 연출에 대한 캐서린 비글로우의 포트폴리오 영상 같은 느낌도 좀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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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볼만합니다.)


 - 시나리오는 여전히 문제가 많습니다.

 뭐 그냥 다 운이에요. 서퍼 코스프레 첫 날에 도움 받은 여자가 범인들 친구였고. 그들이 범인인 줄 전혀 의심 않고 행복하게 어울려 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깨달음을 얻고. 언더커버가 들통났는데도 무리들이 다 아는 자기 집에서 보호도 안 받고 혼자 자빠져 자다가 끌려가서 위기에 처하고. 뭐 등등 일일이 지적하자면 끝이 없구요. FBI와 경찰들의 탁월한 무능함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ㅋㅋㅋ 그러고보면 요즘 영화들은 참 각본 쓰기 빡세진 듯.

 덧붙여서 그 시절엔 간지로 느껴졌던 대사들 중 대부분이 지금 보기에 낯간지러운 똥폼으로 느껴진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만. 이건 좀 딱 짚어 뭐라 하기가 애매한 부분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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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한 여성 캐릭터는 그저 '여자친구' 역일 뿐이구요.)


 - 그러니까 홍콩 느와르를 통해 '쏴나이 우정!' 코드에 중독돼 있었던 그 시절엔 이 영화의 패트릭 스웨이지를 아무 의심 없이 미쿡판 윤발이 형님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요. 이제 디톡스(...)를 마친 눈으로 다시 보니 얘가 그냥 어설픈 오리엔탈리즘과 80년대 롹스타식 저항 겉멋에 꽂힌 양아치가 아닌가 싶은 거죠.

 일단 은행 털이를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애써 포장하는데 그 돈 쓰는 곳은 그저 파티와 유흥에 찌든 삶 + 서핑이구요. 그나마 막판에 정체 들통나니 무리수를 막 던지다 자멸하구요. 그 과정에서 그 동안 배부르고 등 따실 땐 허세 잔뜩 부리며 '원칙'이라 주장했던 걸 스스로 다 내팽개칩니다. 심지어 인질극까지 벌이잖아요? 얘가 진정으로 미쿡판 윤발이 형님이었다면 절대로 안 했을 짓을 본인이 나서서 저지르며 폼을 구겨요. 솔직히 지금 다시 보니 찌질해 보이더라구요(...)

 키에누 리브스의 주인공도 비슷합니다. 뻣뻣하게 살던 애가 '자유로운 쏴나이!!' 문화를 받아들이며 좀 나긋나긋 즐거워지는 건 맞는데. 결과적으로 얻은 게 뭐냐는 거죠. 특히 막판에 얘가 고참 개리 부쉬 요원에게 부리는 치명적 민폐를 생각하면 이 양반의 변화도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구요. 에필로그에서 마지막 만남 후 얘가 보이는 행동도 예전에 봤을 때와는 좀 다르게 보이더군요. 뭔 깨달음을 얻었다기 보단 '그냥 난 망했어!!'라고 성질 부리는 느낌?

 그래서 어찌보면 '80년대식 미쿡 쏴나이 허세가 이렇게 해롭습니다 여러분~' 이라고 읽을 수도 있는 영화로 보였어요. 물론 각본가나 비글로우가 그런 걸 의도했을 거라고 보진 않습니다만. ㅋㅋ 2022년 관객의 눈으로 다시 보니 그런 구석이 조금은 보이더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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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서핑 USA 입니다 여러분.)


 - 패트릭 스웨이지가 아마도 마지막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메이저 영화였죠. '시티 오브 조이'나 '투 웡 푸' 같은 영화들은 워낙 평도 안 좋았고 반응도 별로. '도니 다코'나 '11:14'에선 비중이 아주 작았구요. 생각해 보면 그 유명세나 이미지에 비해 전성기는 짧았고 대표작이랄 영화도 몇 편 없고 그렇네요. 그래도 그 동안 워낙 화려하게 타 올랐고 이 영화에서의 모습도 좋습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카리스마 쩔고 그런 거랑은 거리가 멀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심지어 찌질해 보이는 부분까지 역할 소화 잘 했습니다.

 그리고 키아누는 뭐... 하하하. 정말 어쩜 저리도 연기를 못하나 싶어서 지켜보는 게 즐거웠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예능 프로에 나와서 자신의 로봇 연기를 셀프 패러디하는 장수원을 보는 기분. 이거랑 같은 해에 '아이다호'를 찍고 그 다음 해에 '드라큘라'를 찍고 2년 뒤에 '스피드'를 내놓고 그랬는데요. ㅋㅋㅋㅋ

 근데 보고 있노라면 그 캐스팅들이 다 납득이 된다는 게 또 함정입니다. 잘 생겼어요. 정말 잘 생겼습니다. 진짜진짜지이이이이인짜 잘 생겼습니다. 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감독들이 '내가 데려다 함 잘 가르쳐 보지 뭐...'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당연하단 느낌. 물론 그래서 성공한 감독은 거의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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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만큼만 잘 생기면 됩니다!!! 아하하핳ㅎ하하하핳핳하!!!)


 - 뭐 그래서 결론은요.

 대중적으로 꽤(?) 잘 만든 오락 영화입니다. 
 옛날 정서 같은 게 강해서 그 시절에 이미 보셨고 이 시국에 다시 본다면 예전 같은 감흥을 다시 느끼시긴 무리겠습니다만. 
 그래도 두 배우의 쌩쌩한 비주얼과 비글로우의 액션 연출만 보고 있어도 지루하진 않아요. ㅋㅋ 즐겁게 잘 봤습니다.



 + 2015년에 리메이크가 나왔더라구요? ㅋㅋㅋ 익스트림 스포츠 종합 선물 액션 셋트로 만든 모양인데 볼 거리는 대체로 호평이지만 스타도 없고 스토리가 더 구려져서 흥행은 망했다고.


 ++ 영화 잡지 같은 데서 좀 대충 알려주던 원제 Point Break의 의미를 구글님께 여쭤봤습니다. 
 서퍼들끼리 쓰는 용어로 '파도가 해안선에서 돌출된 육지에 부딪치면서 부서지는 위치.'라네요. ㅋㅋ
 이와는 별개로 이 번역제는 상당히 히트였죠. 이후로 뭔가 좀 간지나고 비장한 느낌으로 '~~속으로'라는 표현을 엄청 많이 봤던 기억이.


 +++ 원하는 걸 하다 죽으면 비극이 아니다!! 같은 허세 대사들이 나오는 와중에 조연 하나가 '난 꼭 서른 전에 죽을래!'라는 드립을 칩니다만. 맞은 편에 앉은 패트릭 스웨이지 나이가 이 때 이미 40 가까웠는데요. ㅋㅋㅋ 어디서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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