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작. 1시간 51분. 호러/스릴러 정도 되겠네요.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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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오바니 리비시의 이름이 두 번째인 게 신기. ㅋㅋ '프렌즈'의 유명세 덕이었을까요.)



 - 암튼 대충 시골 마을입니다. 2000년인지 1960년인지 영화 속 소도구들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구분도 안 되는 그런 동네죠. 우리의 블란쳇 여사님이 맡은 '애니'라는 처자는 일년 전에 남편을 잃고 아들 셋(갸악)을 혼자 키우는데... 직업이 없습니다!! 남편의 연금 눈꼽만큼에다가, 마을 사람들 카드 점을 봐주면서 복비 말고 기부(?)를 받고, 그걸로 근근히 살아요. 이 동네는 점성술로 돈 버는 게 불법이거든요.

 그 뒤는 일일이 설명하자니 너무 복잡해서, 암튼 이 양반이 살인 사건 관련 의뢰를 반강제로 받으면서 인생 대차게 꼬이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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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보는 순간 한숨이 나옵니다. ㅠㅜ)



 - 어제 '폭풍속으로' 글을 적으며 키아누 연기를 신나게 비웃고 나니 뭔가 미안한 마음(?)에 이 영화가 떠올랐어요. 제목의 저 문구는 이 영화에 대한 듀나님 리뷰에서 복붙해 온 것이니 듀게 키아누 팬분들께선 벽돌을 내려 놓아 주시고(...) 하하. 저 문구가 엄청 기억에 남았거든요. 평소 키아누의 목각 연기를 놀리길 좋아하시던 듀나님께서 드물게 칭찬으로 위장한 디스을 하신 것도 인상적이었고. 또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었구요. 오! 키아누가 연기를 잘 하고 있다!!! ㅋㅋㅋ


 역할이 작고 또 악역이죠. 바로 전년도에 '매트릭스'로 대박을 내고 난 후에 공개됐던 영화이니 당시엔 참 아리송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뭐, 원래 그런 양반이려니... 하고 말죠. 어쨌든 뭐, 거의 20년만에 확인해봐도 마찬가지네요. 이 영화에서 키아누의 악역 연기는 상당히 좋습니다. 캐스팅빨도 있구요, 키아누가 맡은 도니는 정말로 그렇게 어눌하면서 뻣뻣하게 나쁜놈일 수 있겠단 느낌이 들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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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짤을 못 찾겠지만 암튼 위협적입니다. ㅋㅋ 진짜로 이 영화에서 괜찮아요 키아누.)



 -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기 직전의 영홥니다. '퀵 앤 데드', '심플플랜', '사랑을 위하여'까지 착실하게 하강 곡선을 그리던 레이미의 하락세 4부(...)를 맡은 게 이 영화였죠. 흥행이 폭망했거나 평이 안 좋았거나 둘 중 하나에는 다들 걸리는 영화들이었고 뭣보다 '이블 데드'와 '다크맨'으로 보여줬던 총기가 빠져나갔단 평들이 많았구요. 사실 당시 레이미 못 잃어 나믿레믿 모드로 살던 제 입장에선 좀 억울했습니다. 전 이 영화들 다 좋아하거든요. 심지어 스파이더맨 삼부작보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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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 옛날 모습 보는 재미도 있죠. 화제작 '소년은 울지 않는다'와 출세작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중간 시절입니다.)



 - 호러/스릴러라는 장르 간판을 달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의 핵심은 고풍스럽고도 진지한 드라마입니다. 본인 삶엔 하등 보탬이 안 되고 남에게 봉사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비극적 영웅의 번뇌와 고난, 그리고 극복을 아주 차분하고 진지하게 정직한 톤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죠. 

 본인 삶엔 써먹지도 못할 계륵 같은 능력으로, 심지어 무보수로 스스로 남을 위해 나서도 감사와 격려는 커녕 언제나 다수의 무시와 수난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고. 게다가 그 능력이란 게 완전하지 않아서 뜻대로 뭘 이루긴 커녕 억울하게 욕만 먹기가 쉽구요. 그래서 망설이고 번뇌하다가도 결국 선한 의지 하나로 버티고 버텨내서 결국 옳은 일을 해내는 애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고전적 영웅'이라는 표현이 캐릭터 머리 위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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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인해보니 당시 32세. 물론 전 20대였습니다만, 지금 나이가 되어 다시 보니 넘나 뽀송하신 것...;)



 - 각본도 가만 보면 의외로 되게 꼼꼼하게 잘 짜여져 있습니다. 당시에 '너무 뻔하다'든가 '싱겁다'는 식의 평들을 많이 봤는데요. 그게 아마 샘 레이미 이름 때문에 기대치가 다른 방향으로 설정된 영향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또 그 시절이 '스크림'과 세기말 정서 영향으로 이런 식의 우직한 이야기는 좀 호응을 덜 받던 시국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일단 애니네 동네 사람들 캐릭터가 다들 은근 디테일하게 잘 짜여져 있어요. 꽤 많은 조역들이 등장하는데 누구 하나 하찮고 얄팍하지가 않습니다. 심지어 키아누의 전형적인 빌런 캐릭터 조차도 나름 개성이 있고 의외의 측면들을 살짝씩 드러내고 그래요. 그리고 이 모두가 유기적으로 얽혀서 스토리에 공헌을 합니다. 

 또 뭐 이 영화의 범인이 쉽게 짐작되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거야 장르 공식 익숙한 머리로 바로 넘겨 짚는 거지 이 사람 저 사람으로 골고루 옮겨가며 혐의 한 번씩 씌워주는 전개는 자연스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잘 배치되어 있구요.

 클라이막스도 그래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결말이 싱겁다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하나도 안 무서웠던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무섭게 연출할 생각이 없었던 것도 명백해요. 클라이막스의 사건은 그저 모 캐릭터를 통해 주인공의 성장담을 마무리하고 살짝 감동을 주려는 전개일 뿐 사람 놀래키는 쪽으론 별 관심 없게 짜여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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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서불안 연기의 대가 리비시 선생의 연기도 훌륭하구요.)



 - 그리고 이런 진중한 이야기를 좋은 배우들이 잘 지탱해 줍니다. 이거 은근 캐스팅 화려하잖아요. 케이트 블란쳇, 지오바니 리비시, 그렉 키니어, 키아누 리브스, 힐러리 스웽크, J.K. 시몬스에 로즈마리 해리스, 그리고 케이티 홈즈. 거의 카메오급인 로즈마리 해리스를 제외하곤 다들 분량이나 이야기상 역할이 분명히 있는 캐릭터들을 맡아서 잘 해내주고요.

 당연한 거지만 케이트 블란쳇이 정말 좋아요. 딱히 막 '작렬하는 불꽃 연기!!!' 같은 게 필요 없는 역할인데. 참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이 공감하고, 또 마지막엔 응원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줍니다. 제가 사실 이 분 출연작들 중에 좋아하는 게 많지 않은데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의 연기와 캐릭터가 인상에 깊게 남았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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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한 연기를 뽀송함으로 커버하지만 솔직히 섹시 캐릭터는 잘 안 어울렸... 는데 정말 키가 크군요. 확인해 보니 그렉 키니어랑 거의 같습니다.)



 -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심플플랜'과 '사랑을 위하여'에서 이어지는 샘 레이미의 진지 소품 3연작 중 마지막 정도 되는 영화죠. 이후로 이런 성격의 영화는 22년이 넘도록 안 만들고 있고 아마도 영원히 안 만들 것 같으니 나름 존재 가치가 있구요. ㅋㅋ

 무섭지도 않고 웃을 장면도 별로 없으니 '레이미답지 않다'고 실망하기엔 참 멀쩡하게 잘 만든 영화입니다. 뭐 대단한 깊이까진 없겠지만 충분히 이입할만한 드라마도 있구요.

 개봉 당시에 악평 많이 듣고 안 보셨던 분들이라면 걍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라고 샘 레이미 편파 빠돌이가 설득력 없는 영업을 해 봅니다. ㅋㅋㅋ




 + J.K. 시몬스와 로즈마리 해리스는 이후 '스파이더맨'으로 또 레이미 영화에 나오게 되는데...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몬스 이 양반 이 당시 나이가 40대였네요??? 아직도 70이 안 됐구요. 이거 저만 충격적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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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세!!!!!!!!!!)



 ++ 케이트 블란쳇은 바로 1년 뒤에 갈라드리엘이 되죠. 이것도 꽤 놀랍습니다. 이 영화에선 (제가 늙고 나서 보니) 정말 앳된 느낌인데요. 반지의 제왕을 다시 보면 이제 갈라드리엘도 풋풋해 보이려나요. ㅠㅜ



 +++ 요즘 같았으면 OTT에서 시리즈화 하기 딱 좋은 설정의 이야기인데요. 각본가 빌리 밥 손튼씨는 그럴 생각이 없으시겠죠. 뭐 벌써 22년 전 영환데요. 빅히트작도 아니었고 소수 열성 팬덤 거느린 영화도 아니구요. 아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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