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게에서만 기웃거리다가 게시판 첫 진출 >_< 


고등학교 시절 저녁값 아껴가며 애니메이션과 O.S.T 사모을 때, 또 대학 시절 없는 용돈 아껴서 홍대 인디밴드 공연 보러 상경해서는 막차타고 새벽녘에야 집에 돌아올 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이 때는 나중에 취직하면 훨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테니까 2주에 한번은 공연 보러다니고 사고 싶었던 책과 DVD도 매달 사는 거야!-_-! 다짐도 했었는데...=_=


뭐 대학 졸업 후 취직도 일찌감치 했고, 또 주말과 휴가는 확실히 보장되는 곳이라 이제 당시의 희망을 이룰 완벽한 여건이 갖추어졌는데... 어째 그 때만큼의 열정은 느껴지지 않네요. 


어쩌면 그 때엔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갖고 싶었고, 힘들게 모은 거라 더 만족감이 컸던 것 같아요. 다행히 주위에 마이너하기 짝이 없는 제 취미를 공유할만한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리고 어쩌면 제 '허세'가 제 취미생활을 지탱하는 큰 요소 같기도 합니다. 


'난 이런 음악도 듣는다!', '난 밴드 공연도 보러 다닌다!', '난 SF 소설도 읽는다!'는 걸 보여주고픈, 어쩌면 꽤나 유치했던 허세 말이죠. 


이게 나빴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 진짜 자신은 별로 고상하지도 않고 극도로 게으르거든요. 


하지만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픈 허세,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고픈 허세, 다방면에 박식한 사람으로 보이고픈 허세... 이런 허세들이 절 원래보다 훨씬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으니까요. 


잡설이 좀 길었네요;; 어쨌든 너무너무 더워서 그저 방바닥에 드러누워 에어컨 바람 쐬는 것 외엔 아무런 피서대책조차 떠오르지 않던 여름을 보내고 난 뒤 어느날 문득 '너 너무 게으르게 살고 있잖아!!-ㅁ-!!'란 생각이 들었고 간만에 지름질을 재개했습니다. 이 중 얼마나 실제로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작년에도 DVD 50여 장 질러놓고 실제로 본 건 절반 뿐...ㅡ_ㅠ) 어쨌든 다시한번 버닝 업!!


최근 2주 간의 지름 목록입니다.


1. 로저 젤라즈니 - 앰버 연대기 전 5권 : 제 고딩~대딩 시절은 판타지/SF 소설, 아니메, 헤비 메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아 미친듯이 읽었었는데 4권 이후론 도서관에도 없고 사려고 했을 때도 품절;; 언제 다시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재발간되었길래 당장 구입. 


2. H.P. 러브크래프트 - 러브크래프트 전집 전 4권 : 크틀루 신화 세계관을 꽤나 좋아하지만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가 전부였다는 게 유머;; 왠지 이제서야 제대로 접했다는 미안함을 느끼며 질렀습니다. 


3. 로버트 하인리히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 원래 사고 싶었던 건 스타쉽 트루퍼스였지만 절판이더군요. 신간이 만원인데 중고가 18,000원 ~ 56,000원...=_=;; 그래도 3대 SF 작가 중 하인리히 옹 작품만 구입한 게 없어서(도서관에선 몇 권 읽었지만), 그리고 왠지 자칭 SF 팬이라면 적어도 3대 SF 작가 작품은 반드시 구비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 구입. 


4. 아서 C. 클락 - 유년기의 끝 : 예~전에 도서관에서 읽었었느데 왠지 다시 생각나서 구입. 


5. 어슐러 K. 르귄 - 빼앗긴 자들 : 솔직히 어스시의 마법사시리즈에서 엄청난 재미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거장의 명성이 그저 허명은 아닐 거란 생각에 다시 도전. 


6. 필립 K. 딕 - 작년을 기다리며,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 무려 토탈 리콜과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이기도 하고(토탈 리콜은 그냥 아이디어만 좀 빌려준 정도지만), 또 몇 년 전 발매되었던 단편집(마이너리티 리포트, 죽은자가 무슨 말을)을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 망설임 없이 선택. 개인적으로 필립 K. 딕의 스타일을 참 좋아합니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고, 템포도 빠르고, 위트도 있고, 또 그러면서도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은... 


7. 듀나 -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제저벨 : 무려 듀나 블로그에 서식하는 주제에 작년에 사놓은 용의 이도 아직 안 읽었다는 사실에 심히 찔리던 중 몰아보자는 생각에 구입;; 


8. 카렐 차페크 - 도롱뇽과의 전쟁 : SF의 창시자 중 하나로 예전부터 이름만 많이 들어봤던 분인데 정작 작품은 전혀 몰라 호기심 차원에서 구입. 


9. 알프레드 베스터 - 파괴된 사나이 : 무려 1회 휴고상 수상작이라길래 구입. 전부터 이름만 많이 들어봐서 호기심도 있었고요. 


10. 마이클 샌델 - 정의란 무엇인가 : 엄청난 뒷북이지만 열풍에 합류. 


11. 제임스 길리건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drilinus님의 서평이 너무나 깔끔해서 구입. 


12. 배트맨 - 킬링 조크, 조커 : 킬링 조크는 앨런 무어라서, 그리고 조커는 그림체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구입했습니다. 마블 쪽은 너무 서로 뒤엉켜있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수십편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차마 모을 엄두가 안 나는데, DC 특히 배트맨은 독립된 세계관의 미니시리즈나 단편이 많아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배트맨은 괜히 JSA 같은데 엉켜들어가 오버 밸런스되지 말고, 고담시에만 남아 적당히 리얼한 기조를 쭉 유지했으면 합니다. 


13. 김진 - 바람의 나라 애장판 2,3권 : 애장판이라지만 단순 리패키지가 아니라 작가분이 직접 수정하는 컷이 많아 그런지 참 발매가 더딥니다. 연재도 아닌데 1년에 한 권 꼴...=_=;; 더군다나 2권은 작년에 구입해서 읽어놓고는 책장 구석에 박혀있어 못 찾았다가 이번에 또 샀더군요;; 반품해야 하나...


14. 제임스 카메론 - 터미네이터 2 DE : 언제나 DVD를 구하고 싶었지만 늘상 품절이었는데 역시 수요가 있으니까 다시 나왔군요. 뭐 전 이번에 혜택 본 케이스니 욕할 처지가 못 돼지만, SE, CE, UE에 이어 디지털 에디션이랍시고 또 나오는 장삿속(게다가 갈수록 가격은 낮아지고 구성은 푸짐)에 먼저 산 분들은 좀 짜증나실 듯;; 일반적으론 초기에 산 사람이 초회한정 사은품 등 매리트가 있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선 뭐든지 처음에 제값주고 사면 바보고 끝물에 떨이 재고 사는게 현명한 것 같아요.


15. 태리 길리엄 - 바론의 대모험 : 이후 행보는 적잖이 실망스럽지만 브라질만으로도 테리 길리엄은 제 마음속 거장입니다. 그의 리즈 시절 작품 중 하나인 바론의 대모험... 예전에 케이블에서 '바론 남작의 대모험'이란 제목에 자막도 '바론 남작님'이라 나와서 황당했던 기억...=_= 바론(Baron)은 사람 이름이 아니고 남작이란 뜻이잖아!-ㅁ-!


16. 글렌 체크 - Haute Couture : 전혀 몰랐던 밴드인데 지산 락페에서 반해버렸습니다. 너무 지쳐 스테이지로 뛰어나갈 힘도 없어 잔디밭에 드러누운 채 들었지만, 어쩌면 이 밴드 음악은 그렇게 듣는게 더 어울렸을 거란 생각도 드네요. 분명 국내 밴드인데 뭔가 우리나라 감성이 아닙니다... 60년대 마이애미의 햇살 아래 뒷자리엔 서핑보드를 실어놓은 컨버터블 오픈카를 타고 해안가 도로를 달리며 들어야 할듯한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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