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한 바이러스가 도는걸까요.

한 일주일 못들어오다가 어제 영문도 모르고 룰루랄라 음악 같이듣기 플레이리스트 만들어 올리고 아, 오랜만에 무슨 글들을 읽어볼까 들뜬 맘으로 천천히 여러분들의 올라온 글들을 읽다가... 좀 놀랐습니다.

저야 신참이라 그냥 3년 귀머거리 장님해야지 했는데… 그게 예전에 눈팅때도 이렇게까지 크게 논란이 일어나는 것, 못 본것 같아서요. 여러분들이 줄줄이 탈퇴까지 하시고…
그래서 그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몇몇 글들을 읽어보았어요. 어떤 글들은 댓글들이 너무 많아서 (또 너무 길기도 하고) 그래서 모든 댓글들을 세세히 다 읽지는 못햇지만 흠 무슨 일인지는 파악이 되었습니다.

여기 가입돼서 참 기뻤는데.
한국에 이렇게 곧은 생각들 하시는 분들 많구나, 특히 대선 이후에 많은 위로도 받고 가입이후 듀계에 올라온 별아별 글들을 읽으며 기분전환도 하고 가끔은 크게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고… 와, 이렇게 개성이 강하신 분들이 정말 많구나 하며 안심하기도하고… 해서인지… 저는 여러분들 싸우는 모습 보는것, 정말 슬퍼요. 정말 요즘 분위기 너무 삭막하네요.
저 온지 얼마안돼 일어나는 일이라 또 더욱 슬퍼요.
제 잘못은 분명히 아니지만, 그래도 마치 제 친구들이 싸우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져요.

여기서 오래 게신 분들은 아무리 "온라인 커뮤니티"라도 사람들의 본성이 어쩔수없듯이 -저희는 사회적인 동물이쟎아요 -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들고 몇몇과 때로 FEEL이 확 꽂히면 친하게도 되는 것이겠지요.
온라인 커뮤니티라 컴 끄면 된다고 하신 님의 글도 공감은 하지만, 저는 정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고, 아직 나이브한건지… 특히 얼굴 모르고 아이디쓰면서 어디가서 크게 할 수없는 정치적 생각들, 혹은 너무나 사적인 개인사들마저도 "본인 스스로의 감성과 생각이 솔직하게 듬뿍담긴 글"들이기에, 그 글들을 올리고 공유하고 또 가끔 댓글들로 논쟁까지 하다보면, 당연히 오프라인 사람사귀는 모습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되요.
저는 듀계가 좋았던 점이 바로 이 "오프라인처럼 인간미"가 느껴진다… 는 것이었어요.
모르시는 분들이지만 글 읽다보면 아, 이분은 이런 분인가보다…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구요.
아이디 뒤에는 아마 이런 분일꺼야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구요.
또 대다수의 분들 - 신참인 제가 보기엔 거의 100% 가까이 - 은 다 예의를 깍뜻하게 지키는 점도 좋았구요.

요즘 뉴스만 봐도 세상이 왜 이리 흉흉할까요. 제가 사는 프랑스도 경제위기다 동성 결혼반대 시위덕에 갑자기 쏟아져나온 극우파, 바보같은 미디어들의 삽질등등 분위기 별론데, 머 옆동네인 벨기에니 스페인이니 망조가 들어서 노조 파업등등 또 이태리는 베를뤼스코니 바보가 무솔리니가 좋은일 많이 했다고 망발을 하지않나… 거기다 시리아, 이집트, 팔레스테인분쟁, 거기다 또 이슬라엘은 왜 이란이랑 레바논에 미사일 보낸거죠 가뜩이나 심난한데… 또 아프리카 말리 전쟁, 러시아 푸틴 독재, 중국의 티벳 억압등등… 도대체 세상이 왜 이런건지.
다들 싸우고 전쟁하고 그래서 죽여버리고 다시 복수하고 또 더 심하게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고 계속 배신하고 무시하고 거짓말히고… 도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갈까요. 

듀계분쟁을 보면서 저도 어젯밤에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기분 상했던 말투나 말들이 말다툼으로, 말다툼이 싸움으로, 그 싸움이 절교까지 간 경우들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과정으로 절교한 몇몇 경우는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심하게 갈 필요는 물론 없었지만 (그것도 좀 시간이 지나야, 아, 그렇게까지 말하진 말걸…후회가 들긴하더라구요), 그게 그 절교한 친구와 제 성격이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화가 배가 되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제가 남에게 가장 싫어하는 점은 제가 저 스스로에게, 저 자신에게서 제일 싫어하는 점이라고도 종종 느꼈구요. 그래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일년정도 너무도 실망하고 화가나서 교류를 끊었는데도 그 친구가 생각났던 것은 부정할수 없었어요. 상처를 받고 주는 것이죠. 왜 내가 "은근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믿게 되버린 이 친구가 왜 이런 말들로 나를 속상하게 하는거지…? 그래서 저도 더 심한 말로 상처주고 그만 보자고 하고.
그러나! 문제에 필요한 적당한 거리와 시간이 지난 후 문제의 친구와 허심탄회하게 다시 대화하면 열이 치밀었던 그 사건들이 정말 별 것 아니었다고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저는 그렇게 화해한 친구들이 있고, 그런 적당한 기간이 지나 저희의 우정이 더 깊어지고 더 서로에게 더욱 배려하는 경험이 많습니다. 상처주고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이상 그런 일들이 없도록 미리 미리 피해가는 것, 그러니까 보통 우정에서 "예우"로 업그레이드되는 그런 경험이요.

제가 정말 무서운 것은 사실 다툼이나 싸움이 아닌 "아무 이유없이" 정확히 말하면 "아무 이유도 주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저를 따돌리면서 연락을 확 끊어버리는 사람들이에요. 이건 정말 "큰 상처"입니다. 왜 저를 떠났는지, 왜 저를 안보기로 했는지, 한번 다투지도 않고, 한번 대화도 없이 그렇게 저를 그들의 삶에서 몰아내버리는 것. 저 이런 경우 두 번 있었는데 정말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수없다는 것이 정말 잔인하다고 생각해요.
제 밴드에 예전 베이스 기타치는 녀석이 그랬어요.
"저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7개월만에 그룹을 탈퇴한다는데 "왜"인지는 말해주지 않더군요.
이 친구 부인이 제 학교때 유일한 제 친언니같은 여자 친구였는데.
이 친구들의 애들도 내 조카마냥 너무 예뻐했는데.
그런데 이 친구부부의 큰 아들이 저희 집 근처에 고등학교를 다니거든요. 엊그제 정말 우연히 "운명처럼" 마주쳤는데, 저는 너무 반가와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 녀석의 손을 꾹 잡아버렸어요. 근데 이 녀석이 하는 말이 (이게 불어라 존칭 번역이 잘 안됩니당..) "너희들 우리 아빠랑 하던 음악, 정말 너무 좋았었어, 정말 짱이었는데… 그런데 우리 엄마 아빤 정말 안돼나봐,  꽉 막혀버렸어" 하더군요.
저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어린 애들이 저렇게 다 느끼고 보는데, 우린 "어른"으로써, 이게 뭐하는 짓인다… 정말 부끄럽고 슬펐어요. 아닌게 아니라 올 초에 그 친구부부에게 다시 보고 싶다는 메일을 당당히 보냈었거든요. 이렇게 아무 이유없이 아니 이유도 모른채 절교당하는게 납득안된다, 우리는 십년지기 친구다 하면서요… 물론 당연히 아무 소식이 없구요. 
이게 정말 무서워요. 말하고 싸우는 것보다.
대체 제가 뭘 잘못한걸까요. 끝까지 알수 없겠죠.

그래서 이렇게 제 경험으로 생각해보면… 듀계의 분쟁은 안타깝긴해도 차라리 싸우고 부딪히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기에 이렇게 상처도 받고 심한 말들도 해버리고 듣게되고… 그렇다면 당연히 후회도 들수있고 또 언젠가는 아, 별것도 아니였는데 하면서 허허 웃으며 다시 대화할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개성이 강하다는 것을 또 실감했어요.
전 개성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듀계 여러분들이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지만 호감이 가고 더불어 정이 가요.

그래서 더더욱 이런 "듀계" 온라인 커뮤니티, 제게는 소중한 것 같아요.

이게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글은 절대 아니에요. 또 제 성격상 남의 집 불구경, 두손 놓고 멀끔...절대 못해요.
시간과 거리를 가지고 다시 오시면 어떨까요.
여기 나쁜분들 보다는 좋은 분들이 "훠어어얼씬" 더 많은 것 같은데. 가끔 싸우는 게 뭐 대수인가요. 

신참인 제가 보기에 또 하나 더 좋은 것은 에잇, 님들이 싸우거나 말거나 "아무렇지않게" 즐거운 글들 올리시는 대다수의 분들이요.
이분들도 저처럼 다 알고있지만 못본척하시며.. 좋아지겠지 하실꺼라고 생각해요. 

정말 이렇게 분위기 삭막할 때 아랑곳 하지않고 잼있는 글들 올려주시는 분들... 정말 Classy하다고 생각해요.
듀계의 이런 점들이 좋아요.


그래도 이제는 그만 싸우세요. 댓글로 싸우시는 것, 이제 그만 끝! 

하고 싶지만 신참 주제에 하며… 요기까지만 쓸께요. ^_^;

솔직히 저도 분위기 띄우고 싶으니 웃기는 얘기들 가지고 다시 들어와야겠에요.

그럼 웃는 모습으로 다시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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