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바낭] 미용실 이야기

2013.02.26 08:17

오맹달 조회 수:2467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저로서는 소소한 일상의 나름의 도전이었습니다.

 

 

기.

직장때문에 객지에 와서 단골이 된 미용실이 있었습니다.

잘 깎으시고 서글하니 말씀도 잘해주시는 주인아저씨.

 

승.

몇년이 지나고 어느날.

보조분이 저를 맡으셔서 깎으시는데 땀 뻘뻘하며 머리를 난도질.

그런데 주인 아저씨가 바쁘셨는지 중간에 한번씩만 체크하더니 방치.

 

결코 미용실 아저씨가 무슨 잘못을 하신건 아니지만

저는 그런걸로 투정을 부리거나 아저씨만 저 깎아주세요 같은 말도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 발을 끊었습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살아오면서 비슷하게 끝낸 기억이 많네요. 태권도 학원 등등...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그동안은 미용실 유목민으로 살아왔습니다.

 

전.

근데 어머님은 또 거기 단골이세요. 저때문에.

이상하게 안그러시더니 지난번 머리 깎을때부터 거기 다시 가라시는 거에요.

거의 평생을 '범법'만 아니면 제 맘대로 살게 내버려두시던 분이 그러기니 당황스럽기도 했고

다른 심각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고 미용실일 뿐인데.

심지어 '네가 엄마 말를 이렇게 무시한다'까지 나오시고 결국 다음부터는 간다고 했습니다.

 

결.

그래서 어제 가서 머리 깎았습니다.

참으로 별 것 아닌데 살아오던 습성을 바꾼다는게 만만치 않더라구요.

나를 이루던 일부를 떼어내는 느낌?

 

 

근데 그게 꼭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힘든것도 아니었구요.

사랑하는 사람이 또 원하잖아요.

 

 

-진짜 바낭인데 끄적여보고 싶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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