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한국영화 <Antique> 소란?

2013.01.20 15:56

Isolde 조회 수:2997

<출처>
http://mewonderland.tistory.com/91


59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앤티크>가 상영되었다. 
영화 특성상 게이 관객도 많이 찾아왔다. 

그런데 대체로 재미있어하는 반응과 달리 남자 두 명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한 명은 나가자고 하고 다른 한 명은 끝까지 관람하자고 다투는 중이었다. 

두 남자는 게이 커플이고 베를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한다. 
상영이 끝나고 영화관을 왜 박차고 나가고 싶었는지 한국인 필자가 물었다. 

그 커플 중 한 사람인 독일인의 감상이다. 

'마성의 게이'는 놀림감으로 느꼈고 동성애 코드를 단지 이용하는 느낌이었다. 
등장하는 게이 인물도 심하게 감정적이다. 여러 주인공 중에서 오직 게이 주인공만 치유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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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에는 영화 <앤티크>와 원작 <서양골동 양과자점>에서 치유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네 명의 주인공 중에서 단 한 명도.

동성애자 남자가 죽도록 좋아했던 사람은 이성애자이며 동년배의 인기가 많았던 남자이다.
용기를 쥐어짜서 졸업을 빌미로 그에게 고백한다. 
"오바이트하기 전에 얼른 뒈져버려, 이 호모야"!

그 후 고백한 상대방에게 이런 모진 말을 했던 이성애자 그는 양과자점 사장이 되었고 동성애자 그는 파티쉐가 되어서 재회한다.  

'마성의 게이'는 모든 이에게 사랑을 받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인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의 상징이며 낙인이다.
그렇게 동성애자 캐릭터는 작품 속에서 독특한 개성과 특성을 보장받았다고 생각한다. 

양과자점 사장은 어린 시절 유괴당한 기억이 있고 날마다 악몽을 꾼다. 
그리고 전도유망한 성공이 보장된 길을 버리고 양과자점을 연다. 
사실은 양과자점을 연 것도 유괴범을 잡기 위한 하나의 덫이다. 

재미있는 것은 독자는 누가 유괴범인지 알게 된다.
이 양과자점 주인공만 유괴범이 누군지 끝내 알지 못한다. 

기억하자. 자신의 인생을 걸고 도박했던 그는 진짜 범인을 잡지도 못했다. 

누가 치유 받았단 말인가. 
관객과 독자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도중 양과자점을 살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동성애자 파티쉐를 잡기 위해서 성 정체성마저 버리고 자신의 몸을 던지려고(?) 한다.  
과거 고백하고 독한 말로 상처를 받은 자는 이 정도면 복수라고 위안해도 되지 않을까.

남성작가가 매력있는 남성 캐릭터를 그리는 상투적인 방법은 정해져 있다. 

<상실의 시대> 하루키가 남자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서술하는 방법은 이성을 유혹하기가 너무 쉬워 수백 명의 여성과 잠자리를 하는 것이다. 
<사마과장> 히로카네 겐시가 남자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서술하는 방법은 주변 여성이 모두 몸을 던지다 못해 진흙탕 속에 허우적거리는 주인공을 구제하는 것이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남자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 서술하는 방법은 첫사랑의 여성을 잊지 못해서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다가 수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고 순정만은 잃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무협지, 영웅담의 이런 도식은 너무 뻔해서 위험하지는 않다. 

<서양골동 양과자점>요시나가 후미가 남자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서술하는 방법은 수없이 이성에게 차임을 당하는 것이다. 
이 양과자점 사장은 여성에게 차이고 차이고 또 차인다. 
여기에는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상대방이 그를 배려한 차임도 다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런 실연이 결코 그의 매력을 빼앗아 가느냐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공권력이 포기한 자리에 개인의 지략으로 재구축하며 그 과정에서 세습적 성공의 길을 포기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여성에게 구원받는 존재가 아니라 그는 그 자체로 실존하고 있다. 

이 여성작가는 동인지에 결국 울면서 자신의 몸을 겹치는 다른 성정체성 동성애자 인물에게 주인공이 이렇게 답하게 한다. 
"(이성애자)나는 너한테 반하지 않는다구. 사정하고 조금은 머리가 식었겠지. 비켜라. 비켜. 나와 너는 연인 사이는 되지 않아. 그러니까 영원히 (종신 보장) 헤어지지 않는 거야."

시간이 흘러도 상대방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아도 인간관계가 궁극적으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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