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커버린 학생들과 마주칠 때.

2013.01.18 20:29

어떤밤 조회 수:2349

요즘 큰 상점에 들어가거나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올해 대학에 들어갈 제자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어느 때는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아이들의 푸릇한 모습을 보게 되서 반갑고,

또 어떤 경우엔 매우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해요.

 

 

 

1.수능 끝나고 얼마안되서 별 생각 없이 빵집에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고르고  있었는데

누가 어깨를 툭 쳐서 뒤돌아보니 밀가루를 범벅한 사람이 저를 보면서 웃고 있더라고요.

머쓱한 웃음이 어디서 본 모습이라 잘 살펴보니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이었습니다.

 

제빵을 배우던 학생이라 여기서 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얼마전에 임금이 밀린 상태로 계속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숨이..;

 

고등학생들 알바로 고용해서, 임금체불 하는 걸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화도 안나요..

왜 아이들을 등쳐먹으려고 하는 어른들이 이렇게 많은걸까요.

 

 

 

 

2. 이 학생은 롯데리아에서 감자를 튀기고 있더군요.

햄버거 주문하려다 반가워서 인사를 했는데,

밤에 잠도 안자고 감자만 튀긴듯한 모습으로 피곤에 절어서

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이더라고요.

 

방해될까봐 햄버거만 사서 바로 나왔는데,  매일 교복만 입던 아이들이

이제 이렇게 삶의 현장에 뛰어들게 되었구나 싶어서 이상하게 찡한 마음이 들었어요.

 

 

 

 

3. A는 평범한 여학생. B는 예쁘장한 여학생입니다.

둘이 단짝친구인데 A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해서

모패밀리레스토랑에 지원을 했어요.

B는 그냥 친구가 한다니까 덩달아 같이 따라갔고요.

 

그런데 B만 뽑히고, A는 탈락.

A에게는 대놓고 외모에 대한 핀잔을 줬답니다.

물론 레스토랑의 알바 모집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A는 속상해서 말이 없고, B는 괜시리 미안해서  어색해하더군요.

결국 B도 일하지 않기로 했고요.

 

앞으로 이 여학생들이 살아가면서,

더 많은 외모차별이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겪을 수 있을텐데

그걸 생각하면 한숨이 나옵니다.

 

 

 

 

교실에서 애정을 갖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 아이들인데

이젠 말 그대로 '험한 세상'에 나와서 이리저리 휘둘리는걸 보면

마치 내자식들 보듯이 마음이 짠하네요.

 

어쩌면 저런 세파에 시달리면서 어른으로 성장했을

과거의 저와 제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서

더 그렇게 느끼는걸지도 모르겠어요.

 

 

 

가끔은 공부가 아니라,

한국사회 생존법에 대한 메뉴얼이라도 전수해야하는거 아닌가 싶어요.

정말 그런 비법이라도 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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