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나 읽어 드릴게요

2013.01.29 19:02

jake 조회 수:1791

우리 형

 

우리 형아는

올해부터 중학교에 다닙니다.

요즘은 사춘기인지

뭐라 말만 하면

화냅니다.

맨날 놀더니

이제 맨날 공부만 합니다.

형,나랑 게임하자 하면

싫어, 넌 언제 철들래 하면서

무섭게 말합니다.

공부가

우리 형아를

아주 못쓰게 만들었습니다.

 

                                 ---강원 동해 남호초 5학년 양진현---

 

 

몽둥이가 된 안마기

 

어제 알뜰 시장에서

엄마 무릎 아픈 데

드리려고 안마기 샀다.

엄마가 보시면 좋아하실 거야

마음이 설렜다.

그런데

"너 왜 눈높이 안 했어?"

그 안마기로 손바닥 한 대 맞았다.

 

오늘 아침에

우리 누나가 안 일어나니

"이거 가지고 한 대 맞아 볼래?"

안마기를 드신다.

그랬더니 누나가 벌떡 일어났다.

엄마 드리려고 산 안마기가

몽둥이가 되다니.

 

                                        ---강원 양양조산초 5학년 최상필 ---

 

 

죄송스런 마음

 

엄마가 방을 닦으면서

이기 어디고

이기 방이가 소 마구간이지

저놈의 새끼 죽었으면

마,속이 시원하겠다.

 

그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상도 못 타 봤다.

난 오늘 자면서 새롭게 태어날 거다.

 

 

                                     ---부산 반여초 4학년 박수빈---

 

 

얼마전에 이 시들을 읽고 얼마나 감탄했는지 몰라요.

어쩌면 자기 할 말들을 야무지게 잘 갈무리 했는지!

난 저만할때 시를 써도 글짓기를 해도

항상 어떻게 멋있는 단어를 써볼까, 사람들이 감탄할만한 글을 써야지, 애들글은 안 쓸거야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림을 그려도

화집을 뒤져가며

열심히 멋있는게 뭘까하고 찾아대고 했죠.

한번도 제 마음을 잘 표현하려 애쓴 적이 없습니다.

그냥 상을 받고 싶고

잘난 척하고 싶고 그게 전부였답니다.

 

앞의 두 시를 읽을때 너무 재미있어서 깔깔대다가

'죄송스런 마음'을 읽을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난 오늘 자면서 새롭게 태어날거다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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