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작입니다. 장르는 스릴러, 런닝타임은 좀 길어서 두 시간 십구 분! 스포일러는... 결말이야 뻔하지만 어쨌든 노골적 스포일링은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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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든지 늘 폭발하고 몰려오고 시작되던 그 시절.)



 - '리쎌 웨폰'의 마틴 릭스씨가 로나 콜과 결혼해서 항공사를 차렸나봐요. 암튼 나름 자수성가해서 대박난 억만장자구요. 둘 사이엔 평범하게 귀여운 어린 아들래미 하나가 있죠.

 갸가 유괴를 당합니다. 유괴범들의 요구 사항은 의외로 소박해서 고작 200만 달러만 내놓으면 무사히 돌려주겠다네요. 우리의 주인공들은 현명하고 상식적이게도 '경찰에 알리지 마!'라는 범인들의 요구를 씹고 FBI를 불러다 도움을 받습니다. 그깟 푼돈 따위 얼른 줘버릴 생각이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의 도움과 지도는 받아야 하니까요.

 불행히도 유괴범 쪽에 이쪽 바닥 잘 알고 똑똑한 리더가 있어서 FBI의 '매뉴얼' 대응이 전혀 먹히질 않네요. 이것도 실패하고 저것도 실패해서 멘탈이 와르르 무너지는 주인공 부부. 그러다 어느 순간 '이 놈들은 처음부터 우리 아들을 살려서 돌려보낼 생각이 1도 없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구요. 

 그동안 쭉 본인 판단대로 승승장구해 온 자수성가 히어로 멜 깁슨씨는 이번에도 본인 판단으로 황당한 대응을 시작합니다. 범인들 멘탈도, FBI 멘탈도, 주인공 부부 멘탈도 모두 함께 와르르 무너져내려가는 난장판 속에서 과연 억만장자의 정신 나간 승부수는 통할 것인가!! 그리고 아들래미는 무사 생환할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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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만 달러라니 너무 저렴하잖아? 사실은 돈이 아니라 다른 게 목적인 거 아냐? <- 실제로 하는 대사입니다. ㅋㅋㅋ)



 - 제 기억 속에선 그래도 대략 2000년 언저리에는 나왔던 영화였는데, 1996년이었다니 좀 당황스러웠네요. ㅋㅋ '컨스피러시'보다 먼저 나온 영화였을 거란 생각을 못 했어요. '리쎌 웨폰3'에서 고작 4년 후의 영화였다는 것도 의외였구요. 이제 그 시절의 기억들도 슬슬 너무 낡아서 이 고물 두뇌 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엉켜가나 봅니다. 아아 늘금이여...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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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 루소. 아닙니다. '러네이' 루소. 맞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젤위거씨도 '러네이 젤위거'... 음...;)



 - 도입부가 뭔가 여러가지 의미로 인상적입니다. 멜 깁슨이 자기 집에서 대형 파티를 여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을 통해 멜 깁슨과 가족들의 성격과 관계 같은 걸 효율적으로 소개하는 가운데, 교차 편집으로 유괴를 준비하는 놈들의 허접 허름하고 지저분한 아지트를 보여줘요. 그리고 파티장에는 클래식 음악이, 아지트에는 시끄러운 락 음악이 울려퍼지죠. 그러니까 처음부터 부자/빈자를 스테레오 타잎으로 제시하며 문을 여는 겁니다. 클래식과 락음악의 대비 같은 게 참 그 시절답게 순진하면서 또 용감(?)하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또 착한 부자/악한 빈자라는 구도를 이렇게 대놓고 설정해 보여주면 대체 앞으로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생각인가... 하는 걱정도 되고 그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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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악한 가난한 자 역할로 나오시는 릴리 테일러 여사님! 이 영화 은근 캐스팅이 자잘하게(?) 좋습니다.)



 - 아마 실제로 개봉 당시 이 영화에 대한 비판 중에 그런 게 있었던 걸로 알아요. 결국 정의의 억만장자가 사악한 가난뱅이들을 상대하는 이야기잖아요? 뭐 꼭 부자는 악하고 가난한 사람은 착하게 나오는 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 좀 위태로운 이야기인 건 사실이라. 나중에 멜 깁슨 캐릭터가 시전하는 '반격'의 내용을 생각하면 갑부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라는 해명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보다 보면 뭔가 기분이 애매합니다. ㅋㅋㅋ


 작가들도 그런 걸 의식했는지 나름 그걸 중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긴 해요. 예를 들어 멜 깁슨은 그렇게 깨끗하고 도덕적인 사업가가 아니구요. 멜 깁슨이 미쳐 날뛰는 건 정의사회 구현 같은 게 아니라 그저 자식에 대한 아주 당연한 사랑 때문이구요. 그리고 악당들 중 절반 정도는 그렇게까지 사악한 짓을 저지를 생각은 없었던 순진하고 물러 터진 놈들이고 그 중 대다수가 짠한 최후를 맞습니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다 보고 나면 좀 찝찝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의 갑부님께서 국면 전환을 위해 던지는 승부수란 것도 결국 '아주 많은 돈'이라서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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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근 유명한 배우들 많이 나옵니다. 가운데가 리브 슈라이버, 오른쪽 서 있는 사람이 도니 월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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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도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다들 아실 분이죠. 사실 제가 몰라서 이번에 찾아봤습니다. 꼭 기억하겠읍니다 델로이 린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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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도 다들 아시죠. CSI의 그 분!! 이름 모름)



 - 사실 여기서 멜 깁슨의 그 '승부수'란 스포일러가 아니죠. 이 영화 개봉 당시에 그걸 아예 대놓고 내세우며 홍보 포인트로 삼기도 했고. 또 지금 확인해보니 당연히 예고편에도 나오네요. 그러니 그냥 얘기하겠습니다. 영화 중반에 멜 깁슨은 반쯤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선 도박을 해요. 자기에게 연락한 범인에게 '한 시간 뒤에 티비나 틀어봐라' 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 버리구요. 바로 방송국으로 달려가 범인들에게 주려고 마련했던 현찰 200만 달러를 쌓아 놓고서 '넌 이 돈 중 단돈 1달러도 만져보지 못할 거야. 난 이걸 네게 주는 대신 니 모가지에 현상금으로 걸겠다!!' 라고 생방송으로 선언해버립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이 장면이 나오는 것이 런닝타임 중 한 시간 십 분여가 지난 후에요.

 그동안은 그냥 상당히 멀쩡하고 평범한 유괴/납치 스릴러로 흘러가구요. 그러는 동안에 자식을 납치당한 부모들의 처참한 심경을 나름 신경써서 보여줍니다. 사실 보면서 반격 타이밍이 너무 늦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만. 그 덕에 감정적으로 준비가 갖춰지기 때문에 저 멜 깁슨의 생방송 장면에선 의외로 꽤 큰 카타르시스가 느껴집니다. 어차피 다 아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되게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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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내내 침착 쿨함을 유지했던 건 후반 멘붕의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 어쨌거나 빌드업은 빌드업이고 이 영화의 핵심은 요 선언 뒤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뒤가 더 재밌습니다.

 유괴범 팀의 두목님이 요 선언 때문에 멘탈 나가서 버럭버럭 성질 부리는 모습 구경하는 재미도 있구요. 그 덕에 예측 불가능한 느낌으로 흘러가는 사건의 전개도 흥미진진하구요. 당당하게 '지금이라도 내 아들 돌려주면 니 목숨은 부지하게 해드릴게? 엉? 어쩔래? 어쩔래?? 어쩔 건데???'라고 도발하는 멜 깁슨의 모습도 씐나고 재밌습니다. 

 그리고 우리 작가님들께선 영리하게도 그 와중에 멜 깁슨 부부의 번뇌와 갈등을 시간을 들여 설득력 있게 보여줘요. 그래서 방금 전에 저지른 황당한 짓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멜 깁슨의 상태를 납득하고 이해해 줄 기분이 들게 됩니다. 생각보다 드라마에 신경을 많이 쓴 영화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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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 깁슨의 분노 샤우팅 연기를 볼 때마다 말 하는 대형견(...)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거 매우 잘 어울림. ㅋㅋ)



 - 다만... 어쨌든 우리 주인공들은 프로페서X가 아니구요. (극 초반 부자의 대화에서 이 분이 언급됩니다. 그래서 글 적다 생각난 듯 ㅋㅋ) FBI는 나름 성실하고 착하긴 하지만 역시 헐리웃 영화의 법칙대로 아무런 보탬이 안 되구요. 그래서 막판에 이 유괴극은 좀 허술하면서 살짝 탈력감을 동반하는 사건으로 막을 내려요. 그리고 그 뒤가 조금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어쨌든 이미 캐스팅 해 놓은 배우가 멜 깁슨 아닙니까. 당연히 액션을 해줘야죠.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냉철하고 똑똑했던 빌런 놈이 갑자기 되게 멍청한 짓을 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위기에 빠지고, 그 다음 부턴 우리 액션 스타님이 열심히 뛰고 구르고 때리고 맞고 결국엔 신나게 쥐어 터지는 전개가 나와요. 그리고 마치 에필로그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 파트가 생각보다 깁니다. 아무리 봐도 사족인데요. 그 시절 영화 만들던 사람들 기준으로 이런 장르에서 주인공이 막판에 빌런과 1대 1 주먹다짐을 벌이지 않는다는 건 넘나 어색한 일이었겠죠. ㅋㅋ 


 그리고 전 사실 이 사족도 꽤 즐겼습니다. 넘나 고색창연하게 딱 90년대 액션 스릴러 영화의 마무리 결전 클리셰를 따르거든요. 근데 그 클리셰 시퀀스, 특히 마지막 '결정타' 장면을 만들어낸 원조격의 영화가 바로 '리쎌 웨폰'이고, 또 우리의 멜 깁슨이 하필 또 그 영화 주인공 아니었겠습니까. ㅋㅋㅋ 그래 역시 이 아저씨는 마틴 릭스였어... 껄껄껄. 이러면서 잘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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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에 멜 깁슨 캐스팅 해 놓고 이런 장면 한 번 안 넣어주면 출연료가 아깝죠. 관객들도 티켓값 아까워할 수도 있구요.)



 - 그러니까 딱히 특별하게 언급할만한 건 없는 영화입니다만. 리즈 시절 론 하워드의 실력이 잘 드러나는 '매끈 탄탄하게 잘 만든' 스릴러 영화였어요.

 배우들도 캐릭터에 딱 맞게 잘 캐스팅 됐구요. 멜 깁슨이나 게리 시니즈나 뭐 특별히 인생 연기 같은 걸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본인들의 기존 이미지나 연기력을 잘 활용해서 딱 좋은 연기 보여줍니다.

 그런데 재밌게 다 보고 나니 좀 찜찜함이 남긴 하네요. 악을 무찌르는 정의의 억만장자는 브루스 웨인과 토니 스타크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는 듯 해요. ㅋㅋㅋ




 + 근데 놀랍게도 현실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대응한 갑부님들이 이미 몇 분 계셨더라구요.

 이 이야기 자체도 1950년대부터 영화로 종종 만들어진 소재였나 봅니다. 전 당연히 몰랐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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