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반갑습니다.


사실 가입한지는 꽤 되었고, 눈팅한지는 그보다 오래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제서야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잘은 모르는데다가, 남들보다 더 광적으로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처음이니 영화 이야기를 두런두런 건네보고자 합니다.


요새 KOFA에서 옛 한국 명화등을 재상영해주고 있습니다.


저도 항상 KOFA를 염두해두면서, 자주 상영 일정을 확인하는 처지는 아니라, 얼마 전 이곳-듀게에서 보지 않았더라면,


좋은 기회를 하마터면 놓쳐서, 훗날 때늦게 후회할 뻔 했습니다.


벌써 그그저께의 일이 되었는데, 저는 박하사탕을 다시 보러 그 멀리까지 갔었습니다.


사실 박하사탕은 숱하게 되돌려 감상했었던 작품이지만, 그때는 아직 그럴 처지나 나이가 못 되어 스크린으로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침 토요일 대낮이라, 시간도 비겠다 적절하다 싶어 먼 거리를 갈 작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 나름은 교통체증도 고려해서 일찍 출발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정체가 심해서 결국에 "놔! 돌아갈래!"는 벌써 지나간 후에야 가까스로


구석 자리로 비집고 들어가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구태여 꼽자면, 5.18 부분에서 소총의 총격 소리는 다만 인상적이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인데다가, 확실히 극장의 음향 시스템은 집과는 다른 게 이유일 것입니다.


여하튼 막이 내리니 벌써 6시가 다 되어가, 집까지 가려면 다시 한참이 걸리는 걸 상기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중간부터 이상하게 도지던, 복통과 두통이 별안간 심각한 상태로 빠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속이 너무 메스꺼워서, 결국에는 가던 길을 중간에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멀미는 아닐 텐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저는 토를 한다는 걱정 보다 세상에 이런 경험을 할 수도 있나 싶어서 그게 더욱 놀라웠습니다.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했었는지, 영화나 음악 덕분에 눈물 흘리는 일이야 일상다반사에 가깝겠지만,


독한 술에 취한 듯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듯한 상태에 빠져드는 것은 그야말로 남의 얘기라고만 막연히 느껴왔었으니, 더 그랬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속이 잠잠할 때까지 가만히 달래다가, 결국에는 마침 도중에 내린 그곳이 용산이라 전자상가쪽으로 가서 음악가게에 들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80년대에 발매된 꽤 괜찮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7인치 싱글 두장을 운 좋게 찾아내 구입한 건 다 박하사탕 덕분일 듯 합니다.


아마 이제 이 싱글들을 들을 적이면, 박하사탕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물론 내용 상으로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지만, 아무튼 그럴 성싶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드는 저녁시간 때의 방문이라, 그 수많은 7인치 싱글은 도저히 하나씩 일일히 다 살펴볼 엄두는 좀처럼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작은 소품들은, 대개의 경우에는 관리 상태가 LP에 비하여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되기 때문에, 심지어 커버 자체가 없는 것도 많은 편입니다.


그러면 결국 레코드에 새겨진 그 작은 글자들까지 꼼꼼히 보아야 하는데, 아마도 시간이 꽤 넉넉할 때가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여하튼 이번 행사 동안, 아직 한번 더 박하사탕을 상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19일이었는지 비록 조금은 외진 곳이지만 찾아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듯 합니다.


그럼 저처럼 마치 소규모 클럽의 공연 포스터 같이 느낌이 썩 마음에 드는, 데이비드 보위의 사진도 공짜로 덤으로 얻으실 수 있습니다.


이런 걸 바낭이라고 한다죠?


의미 없는 낙서 읽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내용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들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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