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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운동장으로 번역되는 이 한글제목보다는 "세계"를 뜻하는 원어 un monde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원어의 문법 상 저 제목은 A world처럼 조금은 문학적 변형이 들어간 단어라더군요) 처음부터 아이의 눈높이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쉽사리 전지적 시점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아이들의 세계를 그대로 증언합니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폭력과 무관할 것이라는 어른들의 속편한 편견은 이 영화 앞에서 철저하게 파괴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같은 아이들에 의해 지옥을 맛봅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그것을 인간의 본성이라 말하는 무책임한 속단이나 그래도 친하게 지낼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리얼리티 앞에서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우리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왜 자기 오빠가 그렇게 혹독한 폭력에 시달려야하는지, 어른들이 이걸 그대로 놔두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세계와의 화해가 쉬울 리 없습니다. 학교에 처음 들어갈 때부터 주인공은 오빠와,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서 울먹입니다. 그렇게 힘겹게 발걸음을 떼면서 들어간 학교에서, 카메라는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인물들을 아웃포커싱으로 흩뿌옇게 처리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세계를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는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점차 자신의 세계로 다른 인물들을 포커스 인하게 되는지, 간신히 포커스인한 타인들이 얼마나 자신의 세계에 무심한지 카메라는 위태롭게 쫓아다닙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폭력을 반면교사시켜주는 거울이라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아닐까요. 세계의 폭력에서 다른 겉치레들을 모두 제거한채 더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급진적 표본이 아닐지. 그러니까 이 영화를 더 희망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른들이 숱하게 겪으며 체화한 절망보다 아이가 겪은 최초의 절망은 더 커다랄 것이고 아이는 그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타락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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