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바낭] 비상깜빡이

2022.07.04 23:42

Lunagazer 조회 수:417

저는 아주 양보를 잘하는 운전자입니다. 뒤따르는 차량에게 항의를 왕왕 받을 정도로 지나치게 양보를 잘하는 편이지요.

옆차선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뒤따르는 차량의 주행에 무리가 안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속도를 줄이고 공간을 내줍니다. 

실은 반사신경이 둔해서 앞차와의 거리를 바짝 좁히지 못하는 것이 제1원인이긴하지만...

뭔가 내것도 아닌것 내주면서 "양보"를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이런 연쇄양보의 동기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앞차량이 비상등을 두세번 점멸해서 감사함을 표시하면 아주 괜찮은 교환비였다 느끼게 되지요. 

그런데 이런 "양보뽕"의 역치가 언제부턴가 높아져서 양보를 했는데 비상등을 못받으면 살짝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식 지가 운전 잘해서 끼어들은줄 아는거 아니야?" 하고 투덜대는 경우도 많고요. 


오늘도 꽉꽉막힌 퇴근길에서 차선변경에 애를 먹고 있는 한 차량을 보았어요.

저는 2차선 그양반은 3차선이었지요. 

또 양보뽕을 맞을 기회를 포착한 저는 내차례가 오기전에 앞차가 먼저 양보하면 어쩌지 조바심을 내다가 다행히 정확한 타이밍에 공간을 내어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A4지에 초보운전이라고 써붙인 그 차는 불행히도 제 의도를 못알아 챘는지 머뭇거리며 들어오지 못하더라고요.

그사이에 1차선에서 맹렬히 달려오던 멋진 차가 쇽하고 빈자리에 끼어들었어요.

심지어 비상깜빡이로 제 은혜에 감사함도 표시하지 않으면서 말이지요!!


저는 약간 약이 올랐지만 그래도 2차양보를 시도하려했습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 고 끼어든 멋진 까만차가 진행을 멈추고 3차선의 초보운전차량에게 양보를 하더군요. 

3차선의 그 양반도 이번에는 제대로 차선을 변경할수 있었고요. 

그리고는 신호가 바뀌어 교차로를 통과할때까지 비상등을 점멸하며 멋쟁이 까만차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저는 그 광경을 보며 '저 깜빡이 저 깜빡이가 내 것이었어야 했는데'하는 분한 마음이 들었다가 

문득 그 분한 마음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었습니다. ㅋ

이제는 깜빡이 집착을 좀 버려야겠어요. 소인배도 이런 소인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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