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작. 런닝타임은 딱 100분이고 장르는 호러에요.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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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번역제는 '다크송: 저주의 시작'입니다. 수입사가 붙인 부제를 빼먹었네요. ㅋㅋ)



 - 한 중년 여성이 집을 임대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완전 외딴 곳에 위치한 큰 저택인데 1년 임대료에 보증비까지 현찰 박치기로 한 방에 지불하네요. 그러면서 조건을 붙입니다. 비밀로 해달래요. 그러고는 무슨 약속이 있어서 기차역으로 가서는 인상 별로 안 좋은 수염 아저씨를 만나요. 그러고 이상한 대화를 막 나누는데... 잘 들어보니 그 아저씨가 흑마술 전문가인가 봅니다. 3년 전에 죽은 아들과 꼭 대화를 하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간청을 하고, 아저씨는 짜증을 내며 거부하지만 어차피 끝까지 거부하면 영화가 안 되겠죠. 애초에 집도 그 목적으로, 요 아저씨의 조언에 맞는 조건의 집으로 구한 건데요. 

 암튼 그렇게 그 둘은 저택을 향하고, 그렇게 제가 살면서 본 영화들 중 가장 디테일 했던 흑마술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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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영화이고, 아일랜드 배우 캐서린 워커가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출연작 중에 '하우스 오브 구찌'가 보이네요.)



 - 그러니까 보통 호러든 코미디든 간에, 영화나 게임 속 흑마술이란 건 대충 이런 거잖아요?

 음침한 집의 먼지 가득한 방구석 가운데에 원을 그리고, 거기 오망성 열심히 그려 놓고 방에는 촛불 가득 켜놓구요. 그러고 그 가운데 서서 본인 피든 염소 피든 피 몇 방울 흘리고서 이상한 책 하나 들고 중얼중얼하면 소-----환!!! 이런 식인 것인데요. 이 영화는 좀 다릅니다. 시간이 엄청 걸려요. 영화 속 시간으로 거의 반년(!)이 걸린 듯 하고, 영화의 런닝타임 100분 중에 80분을 잡아 먹습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이 영화는 귀신을 소환해서 뭘 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소환을 위한 준비 과정이 본체인 영화에요.


 그리고 그 과정을 참으로 자세히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영화 다 보고 찾아보니 감독이 실제 비슷한 의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데, 음... 어떤 느낌이냐면요, 누가 저한테 와서 이런 거 해보자고 하면 돈 받고도 안 할 겁니다. ㅋㅋㅋㅋ 아니 뭐 막 공부를 시켜요. 영지주의 관련 지식도 관련 서적 빡세게 읽으며 강의(...)도 들어야 하구요. 카발라 관련 교양 상식도 갖춰야 하고. 심지어 프랑스어랑 독일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구사해야 합니다. '의사소통만 가능한 수준'으로 하는 걸 할 줄 안다고 그랬다고 막 혼나고 그래요. ㅋㅋ

 게다가 의식을 시작할 때 집에다 결계(?)를 치고는 끝날 때까지 밖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음식도 미리 다 준비해놔야 하구요. 나중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원 안에 들어가서 이틀씩 꼬박 꼼짝도 안 하고 화장실도 못 가는 채로 거기서 잠도 안 자고 주문 읊는 걸 무한 반복해야 하고... 으악. 당최 이게 다 뭔가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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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그냥 살고 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렇게 하이퍼 리얼리스틱(처럼 느껴지는) 오컬트 의식을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던져주는 가운데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뭐... 당연히도 비명횡사 당한 아들에 대한 엄마의 절절한 그리움과 집착이 바탕을 깔겠구요. 그보다 저 중심에 있는 것은 그냥 '그 개고생' 입니다. 사실 뭐 아무리 주인공이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이게 정말 먹힐 거라는 확신은 없잖아요? 그러니 정말 문자 그대로 심신이 피곤한 거죠. 될지 안 될지도 모를 일을 위한 개고생을 전재산 다 때려박아 시전을 하려니 얼마나 스트레스 받겠어요.

 게다가 우리의 사부님께서 사람이 되게 막돼먹고 저질이셔서 좀처럼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ㅋㅋ 그런데 이게 아무리 열심히, 순조롭게 해도 최소 서너달 이상 걸리는 의식이라니 고생의 난이도가 올라갈 수록 의심이 들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래서 계속 둘이 싸우고, 지친 주인공이 실수를 저지르고, 그래서 또 싸우고... 뭐 이렇게 흘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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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의 저주' 같은 데 나와서 좀비에게 쥐어 뜯길 영국 잉여... 같은 인상의 사부님. 정말 리얼하게 비호감에 신뢰도 안 가는 캐릭터입니다.)



 -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뭐라도 초자연 현상 비슷한 게 벌어지기 시작하는 게 대략 한 시간 오분 정도 경과했을 땝니다. 이건 진짜 주인공들도 힘들고 관객들도 힘들고... 주인공 고행길에 관객이 동참하는 기분이죠. ㅋㅋ 거기까지 영화가 재미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입니다. 재미는 있는데 3D 세상에서 소파에 널부러져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피곤할 정도로 주인공이 개고생을 하거든요.

 그리고 이야기 전개에 속도가 붙으며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턴을 하는 것도 이쯤 부터인데. 음. 스포일러를 피하려니 직접적으로 설명은 못하겠고. 그냥 '이때쯤부터 이야기가 혼돈의 카오스로 흘러가는데 동시에 상당히 장르적으로 성격이 변한다'는 정도는 얘기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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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어도 하고 독어도 하고 한문까지 알아야 천사/악마를 불러낼 수 있다니 주변에서 이런 거 성공한 사람 볼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인 듯.)



 - 아쉽게도 이 '장르적으로 흘러가는' 종반부는 그다지 흥미롭지가 않습니다. 뭐 예상은 했어요. 결국 천사/악마 소환에 성공하냐 마냐가 관건인 이야기인데, 성공 실패 중 어느 쪽으로 가도 이야기가 멀쩡하게 감당하기 힘들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이 되죠. 일단 성공을 한다면 실제로 영화에 천사, 악마가 출동해서 소원 수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상황을 시각적으로 진지하면서 근사하게 표현하기란 그냥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구요. 실패한다면 그동안 지켜봐 온 관객들이 극심한 탈력감으로 인한 빡침을 호소하게 될 거구요. 애초에 어느 정도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걸 미리 감안하고 만들어야 하는 이야기인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내리는 선택이 가장 문제에요. 이게 굉장히 당황스러운 가운데 재미가 없습니다. 저도 조금 화가 났을 정도.

 돌이켜보면 그 결말에 대한 떡밥이 처음부터 충분히 주어지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 자체만 놓고 보면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또 영화 내내 봐 온 개고생과 주제의식 측면에서 잘 어울리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가만 곱씹어 보면 '아, 영화 전체가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구요. 그렇긴 한데... 그게 '영화 요약'을 놓고 생각해보면 그럴싸한데, 실제로 영화를 보는 중에는 자연스럽게 연결이 안 됩니다. 그래서 쌩뚱맞게 느껴지고, 화도 좀 나고 그렇죠. 자알 보다가 한 방에 짜게 식은 기분으로 감상을 마무리하게 되니 아무래도 종합 평가도 좀 박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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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면 참 나아쁜 사람이십니다.)



 - 결론을 내자면 이렇습니다.

 그동안 호러 영화들 속에서 자주 보던 전형적인 흑마술 연출들 말고 신선한 거, 그것도 왠지 그럴싸해보이는 걸 자세히 보고 싶으신 분들은 보세요. 그런 내셔널 지오그래피스런 재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이고, 이걸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지금껏 본 적이 없어서 전 이것만으로도 대략 만족했구요.

 당연히 영화가 별로 무섭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이 하는 일이 흑마술이라서 그렇지 애초에 기둥 줄거리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휴먼 스토리' 같은 느낌이 강해요. ㅋㅋ 

 하지만 못 만든 영화라고 할 순 없겠구요. 그냥 애초에 감독이 의도한 게 그런 이야기였던 겁니다. ㅋㅋ 그리고 앞서 말한 결말의 탈력감을 빼고 생각하면 연기도 좋고 연출도 괜찮았어요. 

 다만 내용 자체가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거. 장르적 재미는 크지 않다는 거. 뭐 이런 거 다 감안하셔서...

 돌고 돌아 결론은 '리얼 흑마술의 실체!!' 같은 거 궁금하신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ㅋㅋ 




 + 구글에 이미지 검색을 하면 바로 강력 스포일러 짤부터 출동합니다. 영화에서 뭔가 '임팩트'란 게 있는 얼마 안 되는 장면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어쨌든 스포일러는 스포일러라서 좀 그렇더군요. 저야 영화 다 보고 나서 접했으니 상관 없지만, 혹시라도 영화 정보 찾아보시는 분 계실까봐 말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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