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재미가 있군요

2022.06.23 14:48

Sonny 조회 수:437

요즘 들어 젊은 작가상 수상을 한 작가들의 작품 모음집을 읽고 있는데, 굉장히 반갑고 시원합니다. 특히나 좋은 건 작품 속에서 청년 주인공들이 만만치 않은 삶의 노고를 견디고 있다는 것이죠. 아마 이것도 어떤 계급의식이라면 의식일텐데, 저는 어떤 삶의 문제들과 완전히 유리된듯한 일상적 대화가 이제 좀 지겹기까지 합니다. 말로 꺼낼 수 있는 문제를 말로 꺼내면서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도 좀 지겨울 때가 있어요. 저는 제 이야기를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차마 할 수조차 없는 이야기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더 고프다는 감각을 느낍니다. 20대 남성의 문제만을 청년의 문제로 다루는 것에 페미니즘적 문제의식을 갖는 것처럼, 더 맛있는 과일을 파는 문제가 아니라 과일을 몇달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소설집의 단편 두개를 읽었는데 주인공들의 삶이 엄청나게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과연 많이 다뤄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찌보면 이야기라는 것, 혹은 타인에게 자신의 삶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평균적으로 중간 이상은 담보할 것이라는 자신감 아래에서 이야기되는 것일텐데 그 평균 미달이 되는 삶은 거의 이야기되고 있지 않겠죠. 그래서 제가 예전에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인터뷰를 할 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가끔씩은, 헤매다가 발이 엉키는 사람들을 영화 속에서 보고 싶을 때가 있다고. 이건 열심히 사느냐 안사느냐의 문제와는 다릅니다. 아마 궤도권 안에 있는 사람들은 혀를 차면서 어떤 삶을 나태함의 형벌처럼 바라보겠지만.


몇년간 제 베프와 만나면서 한 이야기를 곱씹어보니 좀 무서워졌습니다. 이제 둘이 어딜 가서 재미있는 뭘 하거나 신나는 이야기를 하는 건 거의 없고, 오로지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것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제 베프는 최근 몇년 사이에 우울증을 진단받았고, 천식을 진단받았고, 며칠 전에는 목디스크를 판정받았습니다. 그는 술을 흥청망청 마시는 것도 아니고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보다 연하인 친구가 갈 수록 어려워지는 삶의 형태에서 기쁨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도박을 한 것도 아니고 누굴 속인 것도 아닌데 팍팍해지는 그의 삶을 곱씹어보면서 좀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삶이 있고 저마다 행복을 추구하는 재주는 다르다지만, 제 베프는 선량하고 혼내기 좋은 인상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이 불공평함에 가끔은 타인들의 소소한 불행 이야기가 다 무의미하게 들리고 그래서 저는 소설이나 독립영화 속의 인물들에게 조금 더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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