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든 여자든 징징거리는 사람들은 좀체 참을 수가 없어요. 새내기 때만 해도 저도 적잖이 징징대던 타입이었는데, 주변인들의 징징거림에 학을 떼고 제 성격마저 바꿨을 정도예요. 그 때부터 남들 앞에선 만사에 긍정적이고 걱정이 없는 듯 굽니다.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다 보니까 미약하게나마 진짜 그렇게 되는 것도 있고요.

그런데 유독 제가 사귄 친구들은 사귀기 전엔 안 그러다가도 사귄 뒤엔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징징대곤 했어요.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자신이 일상에서 받는 사소한 스트레스들을 모조리 저한테 풀곤 했어요. 이유는, 제가 편해서랍니다. 물론 연인이 가까운 사이고 그래서 고민들을 공유할 만한 사이란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자기 스트레스를 모조리 상대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처음 몇 번은 참아주다가 나중에 그게 일상화되면, 제 개인적인, 여자친구에게 말하지 않았던 스트레스에 여자친구가 전가한 그녀 개인의 스트레스까지 겹쳐 펑 터져버리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쌍욕을 퍼붓거나 하는 건 아니고, 평소엔 받아주던 것들에 정색하며 따지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 상대방은 거기에 또 상처받아 속상해 하고, 저는 또 속 터지고, 그런 악순환들이 연애할 때마다 있어 왔습니다.

가장 최근 연애에서 그 정점을 찍고 이제는 혼자서 제 자신을 좀 추스리고 있는데, 여전히 주변인들 중에 제게 그러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제가 소위 말하는 '호구' 같은 상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 명은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동생 친구예요. 이쁘장하게 생긴 친구라 늘 남자가 주변에 들끓었는데 매번 쳐내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러다 재수, 삼수를 거치며 살이 훅 불었는데, 그러면서 입시 스트레스 +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제게 종종 토로하곤 했습니다. 그때부터 소위 말하는 '답정넌' 스타일이었지만, 얼마나 스트레스 받으면 이러겠나, 싶어 그냥 받아줬어요.

그런데 삼수가 끝나고 피나는 다이어트로 원래 체중을 회복하고 남자친구를 사귀더니 이젠 연애 문제로 징징댑니다. 가끔 뭐 먹자고 만나서는, 저한테 스킨십까지 해 가면서(처음엔 난색을 표했는데 자기는 원래 사람 살 닿는 걸 좋아해서 이해해 달라길래 이제 그냥 포기하고 팔짱 끼게 둡니다.) 온갖 얘길 다 해요. 듣다 보면 남친 잘못도 아니고 여자애가 이상한 거라, 나름 기분 안 나쁘게 돌려서 제 의견을 말하면 '아니 사실은...', '그렇긴 한데 그게...' 하는 식으로 자꾸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답을 유도하다 결국엔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괜히 저만 골머리 썩여요. 그리고 저한테는 남친한테 아무런 애정을 느낄 수 없고 저랑 손 잡을 때만큼의 설렘도 없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제 동생 앞에선 남친이랑 좋아죽겠다고 야단법석 떤다고 하니까, 이제 '얘가 나한테 어장 치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나름 여동생의 베프라고 외면할 수도 없고...

또 하나는 최근에 친해진 학교 후배예요. 취향이 비슷하고 대화하는 것도 재밌고, 해서 최근에 밥 몇 번 먹고 많이 친해졌어요.

그런데 친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너무 징징거려요!!! 몇 시간마다 배고프다고 징징대면서 무슨 이유에선지(지금도 충분히 말라서 다이어트할 이유도 없는 아이예요.) 끼니는 제대로 챙기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매일 눈 아프다, 허리 아프다, 감기 걸려서 어지럽다... 어쩌라고!!! 병원 가라, 약 먹어라, 일찍 푹 쉬어라, 해도 뭐 듣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또 아프다, 아프다...

매일 밤마다 '우울하다', '센치하다'는 말도 입에 달고 살아요. 결혼하면 지금 친한 남자애들하고 연락 끊긴다고 생각하니 우울하다(이제 21살이면서...), 성공한 사람들 보니까 자기가 못나 보여서 우울하다, 앞머리 자른 게 망해서 우울하다... 나름 며칠 위로해 준다고 했는데 몇 시간 뒤에 또 우울하다고 하면, 사람 미칠 노릇입니다. '힘내', '넌 지금도 충분히 예뻐', '넌 잘할 수 있어', '나도 이러저러한 단점이 있는걸. 다 단점 갖고 사는 거니까 열심히 이겨내면서 살자' 이런 무슨 공익광고 문구 같은 말도 매일 하니까 물려요. 이 자체로 지나치게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참다 못해 어제는 '네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는 문제나 너 스스로도 답이 없음을 알고 있는 문제, 내가 답을 줄 수 없는 문제로 나한테 매일 투덜거리면 내 입장도 난처하다'고 나름 진지하게 말했고, 그 친구도 당황했는지 미안하다고 이제 안 그러겠다고 하더니... 오늘 아침부터 또 아침 안 먹어놓고 배고프다고 징징징, 심심하다고 징징징, 영화 보러 가고 싶다고 징징징... 으아아아아아ㅜㅜㅜㅜㅜㅜ 학교에서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아이라 어떻게 연을 끊을 수도 없고 미치겠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79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3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030
125582 백윤식 사건, 정시아 시어머니는 도대체 누구? [6] espiritu 2013.09.29 10054
125581 직장인 남자친구.... 어떻게 대해야 되나요? [20] 꼼데가르송 2010.11.14 10035
125580 어제 차예련... [11] DJUNA 2011.02.25 10024
125579 [19금] 본격 19금 만화 [7] chobo 2010.10.15 10003
125578 손목 발목 굵어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19] greatday 2012.09.19 9996
125577 [질문] 틴더로 이성을 만났는데 [7] nomorepain 2018.02.21 9986
125576 백인여성의 무거운짐. 부끄러운 깨달음. [18] 우디와버즈 2010.10.16 9977
125575 32살에 신입으로 취업하기 괜찮을까요? [12] 드므 2012.11.22 9976
125574 한의학은 사기입니다 [93] 닌스트롬 2013.05.14 9969
125573 이런 외모로 나이 들고 싶다 하는 분 계신가요? [31] 자두맛사탕 2010.08.24 9952
125572 써니(소시)빠들에게 소개하는 에이핑크 김남주 [5] 2011.06.18 9950
125571 아침밥 안 차려주는 아내 [57] Tutmirleid 2012.04.15 9946
125570 빕스에서 사라진 연어.. [16] Spitz 2010.06.07 9938
» 주변인의 징징거림에 넋이 나갈 것 같아요... [45] menaceT 2012.10.03 9935
125568 MBC 인간시대 출연했던 붕어빵 장수와 결혼한 이대생 뒷얘기가 궁금하네요. [16] ZORN 2012.05.10 9933
125567 허지웅이 지금 왜그러죠? [45] kkkttt 2013.02.01 9930
125566 세탁기에 휴지 들어가는 거 재앙이군요 [17] 나나당당 2011.10.25 9927
125565 [듀나IN] 말레이시아, 싱가폴의 인종 차별에 대해? [8] mezq 2010.09.21 9927
125564 외모는 연애를 못 하는 이유가 아니다 [50] One in a million 2011.07.29 9924
125563 이상하고 아름다운 모에화의 세계 [7] 쥬디 2013.04.24 99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