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08분. 스포일러 없게 적... 는 게 별 의미는 없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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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 비중대로 정확히 캐릭터 사이즈를 결정한 정직한 포스터!!)



 - 그래서 이번엔 또 어떻게 망했냐면요, 운석인지 혜성인지가 날아온 거죠. 당연히 지구에선 그거 부순다고 미사일을 발사하겠죠. 그런데 그 다음이 좀 튑니다. 결국 목표 제거에는 성공했는데, 그거 없애느라 발사한 미사일들에서 나온 해로운 물질들 때문에 지구상의 생물들이 와장창 괴물로 돌연변이를 일으켰대요. 그 돌연변이 괴물들을 막지 못해서 지구 인구의 95%가 사망. 나머지는 땅 속 벙커에 처박혀 살아남느라 몸부림치는 가운데 7년이 흘렀답니다.


 ...라는 나레이션이 끝나면 우리의 주인공 조엘군이 등장합니다. 17세의 불타는 청춘에 애인과 드디어 한 번 해보려는(...) 순간 바로 그 장소에서 아포칼립스가 터졌고, 가족을 다 잃고 애인과는 생이별 상태로 생존자들과 함께 벙커에서 살고 있어요. 필사의 노력 끝에 무선 통신으로 여자 친구의 생존도 확인했구요. 근데 아포칼립스의 그 날 얻은 트라우마 + 무력 0을 찍는 스탯 덕에 살짝 짐짝 같은 신세죠.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건을 통해 '아, 이렇게 쭉 사느니 죽더라도 하고픈 일을 해야겠어!'라고 결심을 하고, 동료들의 만류를 뿌리치며 여자 친구가 사는 벙커를 향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로맨틱!'이라는 유치한 갬성과 함께 참으로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는 주인공의 앞날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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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의 액션 히어로 표정 & 포즈는 라면 봉지의 조리예 같은 것. 실제 상태는 이렇습니다. ㅋㅋㅋ)



 - 그런데 이미 제목에 적어놨잖아요. 이후 주인공이 겪는 모험들은 참으로 나이브하게, 정말로 쉽게쉽게 다 잘 풀립니다. 괴물을 마주쳐도 운 좋게 살아남구요, 또 금방 파티원들을 만나는데 하나 같이 참으로 친절 상냥하기 그지 없습니다. 왜 주인공이 참 고생은 하는데 정말 하나도 걱정이 안 되는 영화가 가끔 있잖아요. 이게 그런 경우입니다. 아무리 봐도 주인공이 호된 꼴을 당하고 망가질 분위기가 아니에요. 이 모든 모험이 다 잘 풀릴 것이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깨달음을 얻고 성숙해지며 끝날 것이다!! 라는 확신이 초장부터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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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에 빠질 때마다 등장하는 따스한 온정의 손길. 인구의 5%만 남아도 세상은 살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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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막하게 등장해서는 참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큰 임팩트 남겨주신 메이비스님. I가 아니라 1이라구요!!)



 - 이야기 톤이 그렇다 보니 결국 영화의 톤 자체가 동화 분위기로 흐릅니다. 길 가다 만나는 파티원들만 봐도 딱 그래요. 인간보다 영특하고 인간보다 훨 귀여운 강아지 하나. 상냥한 현자 캐릭터 할배 하나. 그리고 귀여운 츤데레 여자 꼬맹이에다가 갸륵한 A.I. 로봇까지. 게다가 괴물들도 (대체로 위협적이지만) 종종 무해하게 귀여운 놈들도 있으며 주인공이 거쳐 가는 여행길의 풍경도 귀 뾰족한 마법 종족들이나 꼬맹이 호빗들이 튀어 나옴직한 느낌. 오죽하면 보다 중간에 관람 등급까지 확인해봤네요. 15세인데 아마 클라이막스의 액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구요. 어쨌든 이건 아포칼립스 동화입니다. 그것도 '스위트투스' 처럼 그림만 귀엽고 살벌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따뜻하고 낙천적인 본격 동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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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애략 이런 느낌. 이긴 한데 이건 그림입니다. ㅋㅋ)



 - 일단 캐릭터들이 꽤 좋습니다. 다들 뻔하고 다들 있는 힘을 다 해 나이브한 성격들의 캐릭터인데도 그 와중에 살짝씩 튀는 개성들과 의외의 부분들이 있어서 매력적이고 또 그게 영화의 톤과 잘 어울려요. 그래서 이야기가 작가 편할대로 흘러간단 생각이 별로 안 들고 (그런데 정말 작가 좋을대로 굴러갑니다. ㅋㅋ) 그냥 다 재밌고 정이 가고 좋습니다. 개인적으론 말도 안 되게 똑똑한 강아지 '보이'군과 A.I. 로봇이 좋았네요.

 그리고 뭣보다 주인공 캐릭터가 좋아요. 소심하지만 찌질하지 않고, 덜 자랐지만 짜증나지 않게 초반의 성격 조율도 잘 돼 있고. 또 마지막에 이 녀석이 갖은 고생 끝에 도달하는 경지(?)도 지나치지 않으면서 '이 녀석이라면 이게 맞네'라고 납득이 갑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에서 주는 도움들도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구요. '고생 끝에 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거의 모든 클리셰가 다 출동하는데도 그렇게 뻔하단 느낌이 안 드는 것도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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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생기고 똑똑하고 감성 넘치고 유능한 액션 히어로에다가 남다른 관대함까지 갖춘 우리의 진 주인공 '보이'군.)



 - 계속 나이브하다, 나이브하다 하고 있지만 그래도 괴상망측 생명체들이 난무하는 모험물이니 당연히 액션과 스릴이 적당히 있어야 하는데. 그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아주 보기 흉하진 않지만 적당히 혐오감을 유발하도록 괴물들 디자인이 잘 되어 있구요. 그게 주인공의 허접함(...)과 부실한 무장 상황과 어우러져서 스릴은 충분히 유발을 해요. 사실 극 초반에 주인공의 허접함을 그렇게 강조한 것치곤 위기 상황마다 지나치게 잘 풀리긴 합니다만, 처음부터 '이런 그런 이야기'라는 분위기를 충분히 잡아줘서 뭐 그러려니... 하고 재밌게 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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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콰콰콰콰쾅돠코야앙야!!!!!!)



 - 가장 맘에 들었던 건 클라이막스와 결말이었습니다.

 일단 클라이막스에 어떤 적과 어떻게 싸우게 될지는 되게 뻔하거든요. 이런 이야기의 클리셰를 가져와서 그냥 그대로 전개가 되는데, 그렇게 클리셰대로 흘러가는 와중에 주인공 말고 동료 캐릭터가 갑자기 전혀 예상 밖의 활약을 막 하는데 그게 참 재밌었어요. 동화 톤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찝찝함 없이 시원하게 사필귀정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좋았구요.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주인공이 내리는 결정이 참 좋았습니다. 훈훈함이란 것이 마구 대폭발을 하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이야기들의 결말은 이런 게 되어야 맞는 게 아닌가! 라는 걸 오랜 세월만에 깨달았달까요. 특히나 이렇게 동화톤으로 가는 이야기라면 정말 이게 맞죠. 전반적으로 재밌게 봤지만 이 결말 하나에만도 별 하나를 더 얹어주고 싶은 기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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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7년만에 만나는 그녀는 어떤 모습일지!!!)



 - 그래서 정리하자면. 

 쓸 데 없는 허세나 비틀기 없이 아주 정직하게 나이브하고 건전하며 교훈적이기 짝이 없는 동화풍 모험물입니다. 심지어 마지막엔 긴 나레이션으로 교훈 요약 설명도 해줘요.

 그런데 그 교훈을 의외로 설득력 있고, 납득하고 받아들이기 쉽게 이야기에 녹여줘서 그 나이브 + 건전 + 교훈적인 성격이 전혀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좋았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많이 나오고 배우들도 각자 역할에 어울리게 참 좋구요. 괴물도 좋고 강아지도 좋고 고장난 AI 로봇도 좋습니다. ㅋㅋ

 근 10년간 본 영화들 중에 가장 순하고 건전한 영화였는데 이게 이렇게 재밌네요. 즐겁게 잘 봤습니다.




 + 주인공이 찾아가는 여자친구 역으로 나오는 배우가 뭔가 낯이 익었는데. 찾아보니 제가 예전에 '워리어 넌' 글을 올렸을 때 듀게분들께서 '저 배우 이 사람이랑 되게 닮았네요?' 라고 댓글 달아주셨던 그 '이 사람'이었습니다. ㅋㅋㅋ 제시카 헤닉. 이 분도 참 예쁘고 매력적이고 좋았습니다만 전 얼른 베아트리스 수녀님을 다시 영접해야 하니 넷플릭스는 '워리어 넌' 시즌 2 좀 뱉어내 주시죠? 네? ㅠㅜ



 작년 초에 다 찍어 놓고 올해 겨울 공개라니!! 넷플릭스 이 나쁜... ㅠㅜ



 ++ 뭐 어차피 이런 거 신경 쓰면 안 되는 이야기라는 건 압니다만. 이 영화에 나오는 괴물들 정도로 군과 정부가 무너져내리고 아포칼립스가 찾아온다는 건 납득이 안 되죠. 게다가 이 놈들 보기만 거창하지 되게 맷집이 약합니다? 주인공이 괴물들 쓰러뜨리는 몇몇 장면에선 피식 웃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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