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별 성격 사상의 놀라움

2012.05.02 16:09

곽재식 조회 수:5136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잠시 막간을 틈타 바낭성 글 하나 올립니다.



얼마전 업무상 알게된 모 인사들과 간단한 친교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사람들 다 사람 구실 잘 하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잘 하고 있는 매우 멀쩡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찌저찌하다가 친교 모임에서 사람들 혈액형 알아 맞히기 시간이 찾아 왔습니다.


하늘이 혈액형별 성격 사상을 싫어하는 저를 돕는 것인지...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서 실제 혈액형과, 사람들이 혈액형별 성격으로 짚은 혈액형이 줄줄이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평소에 말 없이 수줍고 순하던 사람 --> 다들 너 A형이지? A형일꺼야 라고 함 --> 사실은 B형

평소에 특이하다고 평 받던 사람 --> 다들 저 사람은 AB형일꺼야 라고 입을 모음 --> 사실은 A형


이런 사례만 계속 줄창 나온 겁니다!


저는 하늘에 감사하며, 드디어 이 몇몇 사람들로부터는 혈액형별 성격이 허튼소리라는 것을


모두 마음 속에 좋은 교훈으로 배울 수 있겠구나... 라고


팍팍한 인생에 한 줄기 작은 휴식과도 같은 삶의 작은 축복을 느꼈습니다만...


왜 인걸, 놀랍게도 이어지는 반응은,


"아... 저 B형 사람이 사실은 욱하는 성격이 있는 건데 그걸 항상 억누르고 살아 오느라 말이 없었구나."

"저 A형 사람은 사실은 굉장히 소심한 건데 그게 정도가 심해서 특이해 보였던 거구나."


라고, 현실보다 오히려 혈액형별 성격을 더 진짜라고 생각하고,


그게 그 사람의 진정한 성격이라고 믿으면서,


"의외네. 누구누구씨, 그래서 그때 그랬구나."


라면서 갖가지 심리학 용어들을 써서 혈액형별 성격을 그 사람의 "진짜 성격"으로 다들 마음속에 새겨두는 놀라운 일이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서 전화기나 수첩에 메모해 두는 사람도 많았음.


이후, 그에 따라 실제로 그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변화...!!



... 이게 뭐야...


혈액형별 성격이 헛소리라는 것은 둘째치고, 그냥 재미로라도 너무 함부로 이야기하면 실례라는 것 또한


세상에 전파된지 한 10년은 되지 않았습니까?


왜... 왜... 아직까지도 세상에서 이렇게 굳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매력적인 건지...


다들 무슨 비밀 시설 같은 곳에서 혈액형별 성격은 굳게 믿어야 하고 영원히 배신하면 안된다고 세뇌 교육이라도 받고 사는 건지...



아아아... 살려주십시오. 혈액형별 성격을 이렇게 굳게 믿는 세상. 너무 답답합니다.


혈액형별 성격 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어떤 부조리가 응축 된 마의 본체인 겁니까?


혈액형별 성격이 타파되면 지구평화가 이루어지고 노인문제가 해결되고 실업문제, 인구문제, 종교갈등 등등이 다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마저 듭니다.


제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계시다면, 그저 저를 위해서라도 그냥 저한테 적선하는 셈 치고


혈액형별 성격은 죄스럽게 생각하도록 하면 정말 제가 먼 곳에서라도 평생 동안 한 구석에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겠습니다.


언제 어디서건 "그래, 이 세상은 나를 위해 혈액형별 성격을 미워하는 사람도 지평선 저편 어딘가에 있는 곳... 아름다운 곳 아닌가?" 라면서


항상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겠습니다.


듀나 게시판 여러분, 한 불쌍한 사용자의 애절함을 어여삐 여기시고 부디 혈액형별 성격을 미워해 주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5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100
120296 김주하 아나운서 - 무뇌라고 비난을 들어도 무방한 사람은 있는가? [10] soboo 2010.10.18 5138
120295 디지탈 시대가 되어도, 21세기가 되어도 바뀌지 않는 영화계의 어이없는 면 하나 [34] 파릇포실 2014.06.07 5136
120294 MBC 진짜 사나이, 보면서 공감하는 여자분들 많지 않나요? [17] poem II 2013.05.12 5136
» 혈액형별 성격 사상의 놀라움 [36] 곽재식 2012.05.02 5136
120292 우울할때 엔하위키가서 한번씩 보고 오는 항목 [12] 루아™ 2012.04.14 5136
120291 저보다 두살 어린 남자가 저한테 '너' 라고 하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34] gomorrah 2011.10.09 5136
120290 유병언 시신이 맞다면, [9] 닥터슬럼프 2014.07.22 5135
120289 쥐포 굽는 방법 [12] a.앨리스 2013.04.20 5135
120288 엄태웅의 결혼 발표 전문! 너무 달콤한데요. (호감의 또 다른 이유) [7] india 2012.11.06 5135
120287 좀 살기 좋은 나라는 없나요.... [17] 기린그린그림 2011.07.08 5135
120286 듀나의 영화낙서판이 특정 법인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건가요? [41] donia 2011.01.24 5135
120285 조금전 슬픈일을 겪었어요.. [33] 사람 2010.07.02 5135
120284 캔디고의 어머니 화가 박유아씨의 그림 [4] staedtler 2014.06.02 5134
120283 노래방 이야기 나온김에 노래방에서 가장 부르기 어려운 노래는? [25] 루아™ 2012.02.21 5134
120282 한글날을 맞아 - 호남향우회 원피스를 입은 추억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17] Bigcat 2017.10.09 5133
120281 사람 몸의 세포 리뉴얼 기간 7년 [4] 가르강튀아 2014.02.28 5133
120280 (설국열차 약스포 유) 최광희 씨가 그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 건가요? [23] 샤워실의 바보 2013.07.31 5133
120279 자기 짝사랑을 소개시킨다는 후배 [20] 강건너 불 2012.08.14 5133
120278 [한탄 겸 궁금증] 원래 고급(?) 시계는 다 이런가요? [19] 루이스 2012.04.20 5133
120277 펌짤>> 주운_아이폰_꿀꺽_했더니_문자가_왔다.jpg [16] 무비스타 2012.02.08 51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