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전 상사가 찍힌 이유

2015.01.29 10:41

가라 조회 수:2357


A부장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저희랑 합쳐진 파트의 파트장이었죠.

A부장이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수년동안 끊임없이 노력을 해서 기반을 탄탄히 닦아놨었습니다.


1. 부하 직원들을 쫒아내고 그 자리를 파견/비정규직으로 채운다.

2. 자기 부서 일은 전문적인 일이라 설명해줘도 모를 거라고 주변에 인식시킨다.

3. 자기네가 하는 일에 대해 일일히 보고도 안하고 그냥 벽 쌓는다. 외부에서는 '놔두면 알아서 잘하는 부서'라고 생각하게 한다. 등등..


그래서 그 파트에는 저희 회사 정직원은 A부장 한사람이고 외주직원들이랑 비정규직들만 14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리해고 태풍때 A부장이 짤렸습니다.

그리고 저희 파트랑 그쪽 파트가 합쳐지면서 새로 파트장이 왔습니다. 

그런데, A부장이 새로온 파트장에게 인수인계를 거부하고 자기네 파트 업무를 통째로 아웃소싱으로 빼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자기가 회사를 하나 차리고, 지금 있는 외주, 비정규직들 흡수할테니 자기가 만든 회사랑 계약하자는거죠. (......)

자기 일은 너무 전문적이라 다른 사람은 못한다. 실무자들 있어도 관리조차 힘들것이라고 하더군요.

만약 아웃소싱이 안되면 몇몇 중요 인원은 자기 따라 그만둘거라고도 했고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 인원들에게 자기쪽으로 옮겨오면 연봉 25% 올려준다고 꼬셨더군요)


이런식으로 일이 돌아가려면 윗선에서 어느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져있어야 가능한데.. 문제는 A부장이 그렇게 일을 꾸미도록 방치하는데 보탬이 되는 윗분들이 정리해고때 같이 날아갔다는거죠.


사업부장과 팀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나갔고..  새로온 파트장은 A부장이 데리고 나간다는 인원들을 만나서 '아웃소싱은 없다. 그만두려면 그만둬라. 단, 바로 그만둘 순 없고 (계약에 따라) 업무인수인계는 하고 가야 한다' 라고 하니 다들 남겠다고 했답니다. 결국 A부장은 끝까지 인수인계 안하고 회사 안나왔지만, 실무담당자들이 남아 있으니 일은 돌아갑니다.


사실 몇년전부터 저를 비롯한 몇몇은 A부장의 목적을 눈치채고 있었는데, 증거도 없고 위에서 방치하고 있는데 남의 파트일에 왈가왈부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옛 상사는 그걸 뻔히 알면서.. 비슷한 또래인 A부장이랑 친하게 지내면서 그걸 따라한겁니다.

저희 부서는 옛 상사가 파트장이 되고나서 인원충원을 한번도 안 받았고.. 저를 다른 부서로 보내려고도 해봤는데 팀장이 불안하다고 해서 못보냈죠. 물론 저도 인원 충원이 안되니 다른 부서로 가고 싶다고 계속 얘기를 해도 못갔고요. 


그렇게 A부장이 나가면서 한번 휘젖고 나가게 되니.. 사업부장/팀장이 보기에 제 옛 상사도 '똑같은 사람'이 된겁니다. 회사 이익 보다는 자기 밥그릇 지키고 자리 보전하기 위한 부서 운영을 한걸로 받아들였습니다.


옛 상사가 부서가 합쳐졌지만 자기가 파트장 하던 업무는 그대로 비공식적인 파트장 역활을 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파트장이 안된다고 한건 사업부장의 지시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한테도 옛 상사에게 지시받지 말고 보고하지 말란 얘기를 하는거죠)


이런 상황에서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옛 파트장 하던 시절의 업무는 나한테 결정권이 있다' 라고 하고 다니면 곤란해질것 같은데... 


제 입장에서는, 어차피 사람 빠지면 그 일 다 제가 해야 할테니 왠만하면 이제 자기가 파트장이 아니라는 사실 받아들이고 아래 사람들에게 지시하고 보고받고 큰소리 치고 날로 먹던 버릇 좀 고쳤으면 좋겠지 말입니다. (미생으로 치면 성대리에요..)



P.S) A부장이 자기 따라올거라고 큰소리 치던 일부 인원은 계약과정에서 중간에 2차, 3차 업체 끼워넣고서 장난 쳐놨더군요.  그래서 이번 계약부터 그 업체들 빼고 저희 회사가 계약하고 있는 1차 협력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고 새로온 파트장도 그렇고 그 인원들이 당연히 저희랑 계약한 회사 사람인줄 알았지 거기서 다시 하청주고 또 하청준 프리랜서인줄은 몰랐죠. 어쩐지 1차 협력사에 물어보면 말을 흐리더라니... 그쪽 부장이 와서 A부장이 그렇게 하도록 시켰다고 실토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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