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치 (searching)

2018.09.03 07:07

겨자 조회 수:1576

미국은 지금이 노동절 주말이라서, 짧은 여행을 가지 않는다면 극장에서 간단히 휴일을 즐기는 시간입니다. 이번주에는 존 조가 나온 Searching을 보았는데요. 워낙 영화 보기에 적합한 주일인 만큼 'Searching' 영화관의 객석이 거의 다 차 있더군요. 한국인 주연에 한국인 배우들이 대거 나와서 흥행이 잘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의 질이 어느 정도 충분히 확보된 데다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서, 흥행은 괜찮게 풀려나갈 것 같아요. 


아시안 관객들은 꽤 만족할 것 같아요. 'Crazy Rich Asians'과는 달리 아시안들이 모범적으로 나와요. 데이비드 킴(주인공, 존 조 분)는 모범적인 아버지, 사랑받는 남편, 테크놀로지에 능한 실리콘밸리의 직장인이죠. 피터 킴 (삼촌, 조셉 리 분)은 몸을 잘 만든 키큰 아시안이구요. 파멜라 킴 (어머니, 사라 손 분)은 헌신적인 미모의 어머니, 딸 마고 (미쉘 라)는 피아노 잘치고 주변을 돌보려는 착한 딸로 나오죠. 


영화는 실종된 딸을 추적하면서 아무런 문제도 없는 모범생 딸의 실제 흔적은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었음을 먼저 보여줍니다. 텀블러, 유캐스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지메일, 야후메일 등을 오가면서 극장에 온 부모들에게 SNS세계를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가이드라인 역할도 합니다. 그리고 딸의 친구라고 믿었던 급우들이 사실은 친구가 아니었음을, 인기인인 줄 알았던 딸이 사실은 혼자 점심을 먹는 외로운 아시안 소녀였음을 보여주죠. 부모들의 공포를 하나하나 펼쳐서 보여줘요. 강간? 납치? 성추행? 낯선 사람과의 채팅? 마약 거래? 매장 살해? 


영화 초반부에 데이비드 킴은 자기가 딸에 대해서 모른다는 걸 알고, 죽은 아내의 컴퓨터 계정에 들어갑니다. 아내는 딸의 급우들 연락처만 모아놓은 게 아니었어요. 급우들이 무슨 알러지가 있는지, 이혼가정인지 아닌지, 딸과 무슨 감정적 교류를 갖고 있는지도 연락처에 정리해놓았죠. 사실상 아내는 딸과 남편의 통로이면서 또한 딸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했던 거죠. 도대체 무슨 여자가 저렇게 완벽하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들이 숨어 있어요. 데이비드 킴의 스카이프에 '엄마'라고 등록된 마고의 할머니가 매일 한 번씩은 전화를 해준다는 것. 그리고 피터 킴과 데이비드 킴이 자기의 부모들을 'Eomma, Appa'라고 칭한다든지, '김치' 검보 레시피를 만든 재미교포 파멜라 킴이라든지. 매일 '엄마와' 피아노 연습을 하는 마고라든지. 중간에 뉴스 나올 때 보면 "한국전에 참전한 용사가 ..."하면서 자막이 흘러가요. 


컴퓨터 스크린을 영화관 스크린으로 옮겨놓는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관 스크린은 크고 컴퓨터 스크린은 작으니까요. 하지만 후반부 들어가면서 컴퓨터 스크린을 나눠가며 정보를 보여주는데, 그럴 때는 브라우저를 나눠 붙여보여주면 영화관 스크린도 충분히 채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처럼 스케일이 크고 보기에 황홀한 장면을 압도적으로 쏟아부어서 영화체험을 재발명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이것도 묘하게 영화체험을 재발명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익숙한 인터페이스들을 펼쳐보이면서 설명을 안합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 언어랄까 비주얼 언어랄까, 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사건을 보여주거든요.  


https://www.wired.com/story/searching-movie-process/

https://www.indiewire.com/2018/08/timur-bekmambetov-screenlife-interview-searching-unfriended-1201989768/

https://www.imdb.com/title/tt766887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84
126064 스칼렛 요한슨,제시카 알바, 아드리아나 리마, 민카 켈리의 공통점은? [10] 자본주의의돼지 2011.12.21 30666
126063 며칠 전 PD 수첩 이야기가 듀게에선 없네요 [72] amenic 2015.08.06 29455
126062 바낭] S.E.S 유진이 다니는 교회... [21] 가끔명화 2011.05.12 29172
126061 성추행 당했어요. [33] 그리워영 2012.12.05 29102
126060 [공지] 2010년 듀나 게시판 영화상 (종료되었습니다! 자원봉사자 받습니다!) [58] DJUNA 2010.12.06 29004
126059 일명 ‘뮬란형 얼굴’이 서양인에게는 아름답게 보이는 걸까? [21] 로사 2011.06.11 28334
126058 레즈비언이 뽑은 국내 여자연예인.jpg [61] 자본주의의돼지 2010.11.13 28273
126057 [19금] 막되먹은 포르노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도대체 무슨생각일까요... [52] 주근깨 2010.08.23 28114
126056 자신의 장점을 자랑해 봅시다! [77] soda 2013.02.15 27170
126055 중환자실 하루 입원비는 어느 정도인가요? 보험처리 되는지요? [9] chobo 2012.02.17 27055
126054 친구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뭐라고 얘기해주는 게 좋을까요? [16] 마루코 2010.10.27 26921
126053 묘하게 중독성있는 뮤직비디오. [3] Diotima 2017.12.18 26852
126052 연예인 엑스파일 또 유출됐네요 [7] 자본주의의돼지 2011.05.28 26521
126051 고기가 상한 증상엔 뭐가 있나요? [13] 블랙북스 2012.05.15 26493
126050 [19금]혹시 소라넷이라고 들어보셨나요? [27] 붕어이불 2011.10.02 26238
126049 [공지] 2014년 듀나 게시판 영화상 (종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자원봉사 받습니다.) [33] DJUNA 2014.12.02 26209
126048 [드라마바낭&짤아주많음] '케빈은 열 두 살' 시즌 1을 다 봤어요 [21] 로이배티 2021.01.24 26037
126047 트위터에서 정지를 당했습니다. [34] DJUNA 2023.02.28 25936
126046 진짜 내 인연이다 싶은 사람은 처음부터 다른가요? [17] moonfish 2011.04.20 2543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