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의 공포...

2020.07.08 00:23

안유미 조회 수:525


 1.이미 썼듯이 요즘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어요.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이미 봤던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져서요.


 한데 연락을 해보니...그냥 잠깐 만났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연락하기가 쉽지만 막상 가까웠던 사람들에겐 연락하기가 어렵더라고요.



 2.이건 뭐랄까...건강 검진 같은 거예요. 나이가 많은 중년남자가 건강 검진 권유를 들으면 안 한다고 피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아 건강 검진 그까짓 걸 뭐하러 해?'라고 성질내면서 피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예요.


 왜냐면 종합 건강 검진을 하러 갔는데 어차피 아무 문제가 없으면 괜히 한 거고, 만약에라도 문제가 있으면 낙담할 거니까요. 괜히 그런 걸 확인하고 싶지 않다...무섭다...라는 감정이 드는 거예요.



 3.그래서 잘 몰랐거나 대충 만난 사람들에겐 다시 연락해서 쾌활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지만 정작 정말 가까웠던 사람에게 연락하는 건 힘든 거죠. 괜히 확인하고 그러는 게 너무 무섭거든요. 내가 그들을 오랫동안 신경쓰지 못한 사이에 안 좋아졌으면 어쩌나...슬플 것 같아서요.


 어쨌든 그래요. 꼭 해야할 건강 검진을 피하듯이, 정작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건 피하게 되는 거죠. 슬프고 무서워서요.


 

 4.휴.



 5.슬프고 우울하네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 우주가...그냥 그런 곳인 거죠. 아무리 열과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태어나도 결국 나이를 먹으며 그것들을 서서히 잃어 가게 돼요. 


 처음에는 괜찮겠죠. 자신에게 넘쳐나는 열기와 열량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혼자서도 잘 살거야.'라고 외치고 다니니까요. 하지만 이 우주에 자신의 열을 너무 많이 빼앗겨버린 뒤엔 허겁지겁 다른 사람들을 찾게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의 온기라도 있어야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거니까요.


 

 6.하지만 그런 것도 소름끼치는 소시오패스인 거겠죠. 혼자서 잘먹고 잘살면서 무리짓는 다른 사람들을 비웃다가 이제 와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건...매우 이기적인 소시오패스나 할만한 짓거리니까요.



 7.그러나 어쩔 수 없죠. 우주의 법칙에 의해 열은 반드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반대의 경우보다는 나은 일이고요. 


 어쩔 수 없어요. 이 우주가 사람이 타고난 열량을 빼앗아가기 때문에...다른 사람들과 뭉쳐서 맞설 수밖에요. 우울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4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9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41
126078 익스플로러 오류 때문에 불여우로 게시판에 겨우 들어왔습니다. [3] Aem 2010.06.03 5210
126077 과연 투표한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할까요? [21] 자몽잠옷 2010.06.03 6370
126076 일장춘몽 "오세훈 방빼!" [1] 아비게일 2010.06.03 5595
126075 이번 선거 best & worst [13] 로이배티 2010.06.03 5774
126074 멍청한 소리 하나 할께요. 자두맛사탕 2010.06.03 4927
126073 이 정도면 승리한 분위기가 날 법도 한데.. [24] 루아™ 2010.06.03 7248
126072 [바낭] 어제 우리 가족은.. [5] 가라 2010.06.03 5073
126071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9] Aem 2010.06.03 4803
126070 강남과 강북의 차이 [6] 봄날의곰 2010.06.03 6272
126069 선거 - 좀 재밌는게. [9] 01410 2010.06.03 6019
126068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며 몇 가지 생각 [22] 칸막이 2010.06.03 6431
126067 실망이 몹시 크지만 [1] 가끔영화 2010.06.03 4646
126066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그렇게 되었군요 [33] WormThatWalks 2010.06.03 6506
126065 승전선언 합시다 [9] 룽게 2010.06.03 5070
126064 본인을 뺀 모든 식구가 한나라당을 지지할 때 [3] 2010.06.03 4765
126063 강남사람들 왜 욕하나요? [29] 늦달 2010.06.03 9291
126062 만일 이번 선거 결과가 비관적이라면 Luna 2010.06.03 4279
126061 저희 동네에서 당선된 교육위원 사진입니다. [8] Wolverine 2010.06.03 6861
126060 유시민은 어떡하나요. [4] 맥씨 2010.06.03 6666
126059 세상은 좌파와 우파, 혹은 진보와 보수로 이분되지 않습니다. [22] egoist 2010.06.03 52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