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일기...

2020.11.30 02:11

여은성 조회 수:321


 1.오늘도 우울하네요. 하루 더 틀어박혀 있다가 잠깐 산책하고 오니 또다시 적적하고 갑갑하고 그래요.



 2.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식사랑 차를 따로 마셔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그대로 앉아서 얘기를 나누면 어쩐지 제대로 대화가 안되거든요. 식사를 할 때는 식사의 텐션, 차를 마실 때는 차를 마시는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요. 식사했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대화를 하면 조금 전까지 존재했던 식사시간의 잔여물이 느껴져서 잘 대화가 안 되죠. 그래서 사람 만나서 식사를 마치고 버거킹에서라도 커피를 마실까 하고 가보면 만석이더라고요. 


 날이 좀 선선하면 놀이터에 앉아서라도 얘기할텐데...이젠 상당히 쌀쌀해서 다른 사람에게 놀이터에 앉아있자는 말은 못하겠어요.



 3.오늘은 가로수길에서 압구정이 아닌, 압구정에서 가로수길로 거슬러 걸었어요. 사람을 피하고 싶어서 밤에 좀 늦게 나갔는데 너무 늦게 나가서 혹시 차가 끊기는 거 아닌가 걱정됐어요. 택시비를 아끼려고 압구정로데오에서부터 가로수길로 열심히 걸었죠. 


 압구정로데오나 도산공원에는 내가 아는 바가 이제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 산책하러 가는 김에 골목by골목으로 다 돌아보는 중이예요. 이젠 정말 큰 바는 안 남았고 골목을 낀 조그마한 바가 한두 개 남아있더라고요. 


 그래도 나는 압구정이나 도산공원, 청담에 바를 차리는 사람을 좋아해요.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굳이 그곳에다가 계속 술집을 차리는 여자라면, 압구정의 과거의 영광에 젖어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일상을 살 때에야 현실적인 사람들이 좋지만 밤에 한잔 하러 갈 때는 그런 사람들에게 접대받는 게 좋아요. 이번에 돌아다니면서 체크해놓은 바들을 나중에 한번씩 가봐야겠어요.



 4.휴.



 5.우울...하네요. 산책을 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라도 좀 구상해봐야겠어요. 장편에는 쓸 수 없는 소소한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단편도 써보고 싶네요. 


 원래는 눈덩이가 굴러가는 것처럼 점점 커지는 이야기, 주인공이 점차 강해지면서 점점 세계의 비밀을 알아가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부감할 수 있을정도의 강함을 손에 넣는 이야기를 주로 써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것보다 금방 금방 끝나는 이야기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옛날에는 체력이 좋아서인지 그런 큰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규모가 큰 이야기를 만들면 세세하게 구상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6.내일은 어딜 가나...가로수길이나 압구정 쪽이 너무 산책하기 용이해서 지나치게 자주 가버렸어요. 좀 새로운 곳을 가봐야겠어요. 


 한데 별 생각없이 어떤 곳에 가버리면 산책이 참 힘들어요. 얼마전 우연히 가본 노량진은 막상 가보니 그곳의 공기에 질식할 것 같았거든요. 누군가의 삶의 얼룩이 너무 많이 묻어있는 것 같아서요. 


 산책을 하려면 어느정도의 부유감이 있는 지역이 좋아요. 그렇다고 또 성북동 같은 곳은 너무 고즈넉한 느낌이라서 싫고...서울의 다른 곳들은 또 너무 인공적인 곳인 경우가 많고...결정하기 힘드네요.



 7.우울...하고 슬프네요. 다음주에 빙수 번개한번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그냥 산책 번개도 좋고. 산책 번개의 경우는 낮에 보는 거면 식사하고 브런치 카페같은 데 가서 차마시면 될거같고, 낮에 시간이 안되어서 밤에 볼거면 완전무장하고 알아서 밥 먹고 집결하면 되고요. 어차피 모든 식음료장은 9시에 닫으니. 빙수 번개의 경우는 평일 낮에만 가능하니 평일낮에 만나서 빙수 먹고 낮술마시고 배고프면 식사 시켜먹고 그러는 걸로. 생각있는 사람은 여기로 ㄱㄱ. https://open.kakao.com/o/gJzfv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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