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오프닝, 엔딩 크레딧 빼고 90분입니다. (중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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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날리우드'라는 가상의 공간이 등장하는데 철자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NYA로 시작해서 보는 내내 어색어색!)



 - 일본도 미국도 아니고 어디라고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가상의 공간 '냘리우드'가 배경입니다. 주인공 진이란 녀석은 일생에 단 한 번도 친구가 있어 본 적이 없는 쓸쓸한 성장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영화에 꽂혀 영화판에 굴러들어온 조감독 비슷한 포지션이구요. 이 놈이 일하는 영화사는 이 세계관 최강 영화 감독이 설립한 곳인데... 그 분은 이제 은퇴하고 자기 손녀에게 일을 물려줬어요. 이 손녀 이름이 바로 '폼포'겠죠. 자기 할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영화는 무조건 90분 이내에 끝내야 한다! 라는 신념을 갖고 주로 B급 에로에로 액션 or SF 같은 걸 양산해내며 알차게 돈을 벌고 있는 이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진지한 작품 시나리오 하나를 주인공에게 던져 주며 "자, 이게 니 데뷔작이다!" 라고 선언하면서 이야기에 발동이 걸리구요. 남은 이야기는 당연히 우리 초짜 감독 진께서 헐리웃 최고 명배우 + 완전 초짜 신입 여배우 둘의 조합으로 요 감동적인 명작 영화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다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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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의 저 분이 천재 영화 제작자 '폼포 씨'라는 점에서 리얼리티 쪽의 기대는 살포시 접어 두시고... ㅋㅋㅋㅋ)



 - 그냥 작품의 성격이 좀 재밌잖아요. 일본에서 만든 영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장르는 또 애니메이션이란 말이죠. 감독도 당연히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이구요. 대체 무슨 얘길 어떻게 해놨으려나... 궁금했는데 대충 찾아보니 의외로 평가도 높길래 그냥 봤어요. 그랬는데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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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키코모리 오타쿠 성향 가득한 젊은이가 주인공입니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사상(?)들을 볼 때 감독님 본인 이입 캐릭터가 아닐지 살짝 의심이 되구요.)



 - 일단 정말로 주인공이 본인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서 극장에서 공개할 때까지... 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인물간의 드라마 같은 게 거의 없어요. 그냥 영화 만드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편이구요. 그런데 좀 특이한 게, 악역이 하나도 없습니다. 막판에 투자자 설득하는 전개가 나와서 이때 투자자들이 좀 야박하게 굴긴 하는데 역시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그리고 촬영 과정에서 배우든 제작자든 스탭이든 정말 누구 하나 속을 썩이지 않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보다 보면 뭐지? 영화 만들기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었던 경우가 또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이 작품은 그냥...


 감독의 이야기이고. 또 상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 겁니다.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완벽할 정도로 제거 되어 있어요. 그러다보니 악역이 하나도 없는 것이고. 애초에 영화 산업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일본의 영화판 이야기 같은 것도 전혀 안 나옵니다. 또 감독의 이야기에 집중하려다 보니 인물간의 드라마 같은 건 거의 없다시피하고 있어도 둥글게 둥글게 훈훈하고 좋은 것만 나오죠. 이렇다보니 역시나 '풍자' 같은 건 아예 0.0000001도 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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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주인공이 직접 만드는, 작품의 핵심 소재인 영화보다 초반과 끝에 살짝 보여주는 '싸구려 B급 오락물'이 훨씬 재밌어 보였습니...)



 - 그리고 그렇게 감독의 고뇌, 결단, 열정... 이런 걸 보여주는 과정에서 참으로 일본 작품스러운 그런 것들이 계속 튀어 나옵니다. 영화란 이런 것이다! 감독이란 이래야 한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란 마치 무엇무엇과 같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뭐가 어떠한 것을 목표로 삼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얘기들이 참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스런 과장된 연출, 성우 연기와 함께 계속 튀어 나오니 이런 거 견디기 힘든 분들은 감상을 포기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전 나름 내성이 있어서 그냥저냥 봤는데 막판까지 가니 다른 요소들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살짝 괴롭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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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고로 영화란! 창작이란!! 창작자의 고통이란!!! 등등등...)



 - 이야기 전개도 뭐... 그래도. 일단 90분 동안 초짜 감독이 영화 한 편을 뚝딱 완성해야 하니, 그리고 그 와중에 주인공이 찍는 영화 내용들도 계속 보여줘야 하니 시간이 부족합니다. 뭔가 큰 위기, 갈등 없이 그냥 술렁술렁 계속 넘어가구요. 그러다 보니 주인공도, 주변 동료들도 모두 다 초인화 되는 면이 있구요. 

 그러다가 막판에 큰 위기가 하나 닥치는데... 일단 그 위기 자체도 별로 와닿지 않지만 그걸 해결하는 장면이 또 참으로 일본 아니메스럽습니다. 보는 사람이 막 녹아내려서 인류가 보완되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 ㅋㅋㅋㅋ 왜 있잖아요. 택도 없는 상황에서 열정과 기합, 그리고 '진심'으로 기적을 막 일으키는. 그리고 이게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란 말이죠. 허허.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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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영화 만들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창작자가 겪는 고통, 고뇌 같은 건 나름 진심을 담아 잘 표현한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허술, 허접한 영화는 아니에요. 방향성이 좀 독특(?)해서 그렇지...)



 - 전반적으로 퀄리티는 좋은 작품입니다. 작화도 좋고 연출도 고퀄이고... 위에서 이것저것 투덜거려 놓긴 했는데 이러한 일본 아니메의 디폴트 속성에 내성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냥 재밌게 보실만한, 그러니까 이쪽 나와바리 내부 기준으로 볼 때 분명히 수작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 했듯이 보다 보면 이게 영화 제작 전반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뭔가 감독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신념을 풀어내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있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현실과 굉장히 동떨어진 느낌이고요. 그렇다 보니 보통의 '영화 만드는 이야기'들에서 기대할만한 재미들 같은 건 별로 없는 편입니다. 아니 정말 이렇게 모두가 유능하고 성실하며 열정 넘치는 영화 제작 이야기는 난생 처음 봤다니까요. ㅋㅋㅋ

 결론적으로 추천은 못 하겠습니다. 바로 위에 적었든 항마력이 충실하신 분들만 한 번 시도해 보셔도 될 것 같아요.




 + 그러니까 일본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들의 세계관이란 게 말이죠... 하하. 이렇게 좀 일반인들을 타겟으로 할 법한 이야기를 만들면서도 등장 캐릭터들의 성별, 비주얼, 성격 구분을 딱 덕후덕후한 작품들의 필수 요소에 다 끼워 맞춘단 말이죠. 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어 버리나 봐요. 여성 캐릭터는 섹시/청순/귀염이 하나씩 다 있고 주인공 남자애가 히키코모리성이니 인싸 미남 캐릭터 하나 넣어서 밸런스 맞추고 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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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을 찾아 보니 단체샷은 인싸 미남 캐릭터가 빠진 요것 밖에 없네요.)



 ++ 이것도 분명히 감독님 사상인 듯 한데요. 초반에 참 당황스런 대사가 한 번 나옵니다. 영화 천재인 폼포님께서 주인공에게 '내가 널 채용한 이유는 말이지...' 라며 힘을 주는 장면인데, 그 이유가 대충 이런 겁니다. 넌 딱 봐도 눈이 썩어서 일생에 친구도 없고 평범한 행복도 누려보지 못하게 생겼거든. 이런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습관이 들어 있어서 영화 만들기에 적합하다. 부족한 것 없이 인싸로 잘 살아 온 놈들은 그런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그리고 영화는 이 드립에 매우 진심이에요. 아니 참... 그게... ㅋㅋㅋㅋㅋ



 +++ '재밌는 영화는 무조건 90분 내에 끝내야 해!' 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는데요. 자연스레 내용이 끝나고 크레딧이 뜨는 순간 런닝타임을 체크하게 되더라구요. 90분 30초였습니다. 오프닝 빼면 정말 딱 90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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