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에 썼던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이번 선거에서 나꼼수의 영향이나 역할이라 할만한게 있었을까요. 있었겠죠.  그걸 부정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그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같은 언론을 비롯해서 심지어 일요일 저녁9시면 볼 수 있는 개콘 사마귀유치원도 마찬가지일껄요.

하다못해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는 '파워블로거'들 중 정치적인 주제의 글을 쓰는 블로거들도 사람들의 인식변화, 유지에 영향을 끼치는걸요.

코메디에 의한 풍자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한 비판(혹은 비리고발)이건, 시사평론가들이건, 정부나 기득권을 비웃고 비판하는 모든 것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을겁니다.

 

나꼼수의 영향or역할의 크기는 어느정도였을까요. 이들 모두들 가운데 단연 돋보였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듣고 그들에게 열광하고 인터넷은 온통 그 얘기로 넘쳐난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사람들, 아니,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한 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인터넷이 온통 그들에게 호의적이었나요? 그게 아니죠.

이 방송의 몇몇 발언이나 논조들에 실망한 사람도 많고, 저와같이 실망정도가 아니라 짜증을 내는 사람도 많고, 뭐 여러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나꼼수가 통합진영의 부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제공했을까요? 물론 전 이미지를 크게 깎아먹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꼼수때문에'라는 말은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통합진영이 근소한차이로 과반을 차지했다해도 그게 과연 나꼼수떄문일까요?

 

아뇨. 유권자 때문입니다. 그 유권자중엔 나꼼수를 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안듣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나꼼수로 생각이 바뀐 사람도 있지만, 나꼼수는 신경도 안쓰는 사람이 있겠죠. 오히려 나꼼수가 깎어먹은 사람도 있겠고요.

 

아, 어떤 계기로 많은 유권자의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꼼수가 그런 역할을 했을까요?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는건 물론 대단한 일이지만, 처음 얘기했다시피 그런 매체나 컨텐츠, 인물은 언제나 있었으며 지금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최근의 정치 동향이나 현상을 가지고 이들의 업적이니 뭐니 운운하진 않습니다.

나꼼수를 조갑제로 바꾸건 진중권으로 바꾸건 경향신문, 조선일보로 바꾸건 다르지 않습니다.

 

누가 나서서 진중권이 곽교육감 사건 등에서 진보의 자존심을 지켰기때문에 통합진영이 그나마 반절에 가까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라고 얘기한다면?

전 코웃음을 칠 겁니다. 아오, 코웃음정도가 아니라  상상만해도 토할 것 같군요. 진보를 지키는 슈퍼히어로 진포로리라니.

 

그러나 이번선거에서 통합진영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면? 나꼼수나 그의 팬덤은 이게 다 나꼼수의 공이라고 우쭐했을겁니다.

물론 이건 추정입니다. 그러나 지금 하는 행태를 근거로 하니 망상레벨은 아니라고 해도 되겠죠(제가 가장 역겨워하는 것도 이지점이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반MB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건설하는데 나꼼수가 벽돌 몇장을 올렸을지도 모릅니다. 이걸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팩트니까요.

수고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MB의 임기동안에도 계속 수고하세요 나꼼수. 짝짝짝.  

 

그런데 벽돌 몇장의 공로를 근거로 그 건축물의 주인행세를 하려고 하거나, 마치 건물을 혼자 지은것처럼 떠벌린다면? 그건 다른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할 것입니다.

누차이야기하지만, 나꼼수는 팬덤을 가진 아이돌입니다. 그 팬덤내에선 그들이 제왕이고, 그들이 몸담은 컨텐츠나 장르의 발전에 기여한바가 엄청 크다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딱 거기까지 뿐입니다.

 

 

* 나꼼수의 업적을 인정한다면, 거꾸로 '나꼼수로 인한 패배'도 인정해야합니다. 전자나 후자나 결국은 막대한 영향력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제 논리가 아니라 그들 논리를 따라간다면 말입니다.

나꼼수가 혼자 집권여당을 위기로 몰아넣을만큼의 위력이 있었다면, 거꾸로 그만큼 김용민의 (비록과거지만)삽질에 대한 사람들의 거대한 실망이 있다는 얘기도 존재할 수 있죠.

그러나 나꼼수나 그 팬덤은 그 양날의 검을 인정하는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보고싶은것만 보는 듯한 인상입니다.

 

그런식으로 계속 자기들 영향력의 크기를 과신하고, 그나마 그 영향력에서도  '밝은면'만 믿는다면?  남은 대선은 정말 '이들 때문에' 패배할지도 모릅니다.

 

p.s : 어떻게보면 옛날 컴퓨터 광고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SF영화에나 나올법한 최첨단 슈퍼컴퓨터를 판매하는거같지만, 몇달만 지나고 돌아보면 그저 평범한 컴퓨터였고, 그나마도 뒤이어 출시되는 고사양게임에는 버벅거렸던, 그런 컴퓨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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