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4 20:58
제 친구 H는 지난 5월에 결혼했습니다. 아내인 A는 스웨덴인이 아니고, 스웨덴과 무비자 체류 협정 같은 게 없는 나라 사람입니다. 결혼하자 마자 가지고 온 비자는 끝이 났고, 또 러시아에 일을 갖게 되어서 지금 따로 떨어져 살기 하는 중입니다.
며칠전에 친구 H 랑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던 중 이 친구가 한 말인데,
갑자기 이러는 거에요.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A랑 결혼 못했을 꺼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물을 떄만 해도 저는 제가 우리는 헤어질 수 밖에 없어, 그녀는 6월이면 가야해 뭐 이런 말 할 떄, 상황에 너희를 맞추지 말고, 너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고 상황을 맞추라고 말해 준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맨날 그러셔, 너희는 정말 이상해.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아. 결혼하자 마자 떨어질 거라면 그걸 알고서 결혼하지 않아. 이건 이상해 라고.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라고 묻자 이 친구 왈.
"너를 만나서 이상한 관계를 연습하지 않았다면 내가 사람들 보기에 이렇게 이상한 결혼을 할 수 있었을 까? 너랑 나는 어떻게 쉽게 정의 할 수 없잖아. 너는 나의 고용주만도 아니고, 보통 친구라는 말로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연인도 가족도 아니고. 나는 너랑 있을 떄 나 자신이 좋아. 하다못해 너한테 잘못해서 창피해고 미안해 하는 그 순간에도 나 스스로에게 편한함을 느껴. 아주 이상하지. 아무튼 우린 이상한 관계이고,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다 하더라도, 그게 어떤 소중한 관계를 포기할 이유는 아니란 걸 너를 통해서 배웠으니까. 그래서 A 한테 결혼하자고 할 수 있었지. 앞은 전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제가 지금껏 들어왔던 어떤 고백보다 이상하고, 그러면서 최대의 고백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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