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깊은 잠에 푹 빠져 있는 저에게 조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어요.

 

- 삼촌~ 브라우니가 꿈에서 나와서 내 품에 안겼어. 브라우니 키우고 싶어

 

전 1시에 온 조카의 전화에 성질을 퍼득 냈지요.

 

- 삼촌 자고 있잖아. 아무리 브라우니가 좋다 하지만 새벽 한시에 전화하는게 어디있니? -_-++ 

 

- 삼촌. 지금은 낮 한 시인데?!!

 

- 주말은 낮과 밤의 시간이 바뀌는 것이 세상의 이치거든?

 

이런 식으로 옥신각신 하다가 조카가 브라우니를 사주면 삼촌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기로 제안을 합니다.

 

전 일단 싫어!!!!!!!!를 외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만 인간이 인터넷 쇼핑을 하기 가장 좋다는 월요일 새벽 한 시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브라우니를 주문하고 말았네요. -0-

 

 

 

그래서 화요일에 조카에게 전화가 올 때 브라우니 사 줄 테니 세 가지 소원 들어주라고 요구를 했어요.

 

근데 조카는 꼼꼼하게 브라우니의 상태부터 확인을 하네요.

 

- 브라우니 큰 거야? 정여사에 나온 것 만큼?

 

- 글쎄 내가 개콘을 안 봐서 모르는데 쇼핑몰에서 파는 것 중에서 가장 큰 건데 앉은 키가 50cm 정도였나.

 

- 음 브라우니 실제 크기는 60cm 쯤 되지만 내 키가 작으니까 괜찮을 거야. 통과.  작은 거라면 반품하라고 하려 했는데 ㅋ. 언제와?

 

- 주말 되기 전에 오지 않을까? 주문이 밀려서 24일에 예약 배송 한대.

 

-  그것도 오케이. 주말에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브라우니 자랑하기로 했거든.

 

- 어이. 어이 삼촌 세가지 소원은 어떻게 된거야? 각서 쓰기 바람.

 

- 응 오케이.  다만 내 용돈은 적으니까 돈 드는 부탁하고 너무 무리한 부탁은 제외하고.

 

- 그럼 그 내용도 각서에 쓰기 바람.

 

 

 

그런데 당장 쓴다는 각서는 아직 저에게 오지도 않았는데 브라우니부터 덜컥 배송이 되었어요.

 

요즘엔 우리집에 잘 놀러오지도 않더만 브라우니 온 것을 알고는 재빨리 납치해서 자기집에 데려다 놓았네요.

 

달랑 사진 한 장만 남긴채 ㅋ

 

 

그래서 제가 직접 각서를 작성해서 사인 받으려고요.

 

해당 각서 확인한 다음에 불공정 계약 내용이 있거나  수정사항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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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서 -

 

조카와 삼촌은 선물을 주고 받음에 대한 상호의 발전과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아래 각항을 지키기로 약속함.


1. 삼촌은 조카의 요청에 따라 브라우니 인형 大(대)를 주기로 약속하고 조카아이에게 선물한다.

  이에 10월 25일 브라우니가 택배로 삼촌 집에 배달되어 조카아이가 냉큼 수령하여 가져갔기에 해당 약속은 지킨 것으로 간주한다.


2. 조카는 3개월이내(90일 이내)에 삼촌의 세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이 기간 내에 삼촌이 세가지 소원을 말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세가지 소원은 사라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3. 조카는 삼촌의 소원을 들어줄 때 다음과 같은 소원은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

가) 조카의 용돈을 써야 하는 금전적인 소원
나) 초등학교 3학년이 해서는 안되는 나쁜 일
다) 초등학교 3학년이 할 수 없는 무리한 일.

4. 조카는 삼촌의 소원을 들어줄 때마다 여기 계약서에 참 잘했어요. 사인을 받는다.


5. 브라우니 실물 인증 요구는 소원으로 간주하지 아니한다. 삼촌은 택배로 브라우니를 주문하여 꼬랑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6. 조카가 3항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삼촌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브라우니 소유권을 빼앗긴다.

  혹은 브라우니가 다치거나 삼촌을 물 경우 대신 조카는 소원을 지키지 않은 대가로 삼촌에게 1년간 선물을 요청할 수 없도록 한다.

7. 본 각서는 삼촌과 조카의 사이가 변동이 없는 한 유효하며 후일을 위하여 2통 작성하여 각자 사인하고 보관한다.

8. 본 각서의 수행 여부는 조카의 어머니 / 삼촌의 누나 앞에서 하기로 확인한다.

 

한 줄 요약 : 조카는 삼촌이 브라우니 사주었으므로 3개월간 말 잘 듣기로 약속한다.


소원 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사인 ____________
소원 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사인 ____________
소원 3.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사인 ____________

 

2012년  10월  27일

삼촌 : xxx

조카 : 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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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기간은 맘 같으면 6개월로 하고 싶은데 그건 너무 치사한 삼촌으로 보이는 것 같아 저어하고 1개월로 하면 크리스마스가 걸리므로 3개월이면 적당한 것이겠죠?

 

 

그리고 브라우니 양도 각서가 성립되면 세가지 소원은 무엇을 말해야지 효율적인 것일지 고민이네요.

 

 

예전에 조카가 소원 들어준다는 말에 오케이 한 적이 있었는데

 

- 삼촌 사랑해

 

라는 말 한 마디 하고 이게 소원이었지? 하길래.

 

절대 아니거든! 이라고 하니까 그럼 볼에 뽀뽀해줄까? 라고 해서  징그럽다고 패스!! 하는 바람에 소원을 놓쳤는데 이번에는 저에게 이익이 되는 소원 빌려고요.

 

 

어떤 소원을 빌면 참 소원 잘 빌었구나 라는 소리를 들을 까요?

 

조카 시험 100점 맞기 이런 것은 실현 가능성도 없고 저에게 이득도 없기 때문에 제외하고요.

 

10살 내외의 조카 있는 분들의 조언 부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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