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떤 순간들을 특별히 기억하시나요? 저는 그들의 특별한 손길 (?) 들을 기억합니다. 사실 이상할 거 없죠. 다른 사람과 하는 신체 접촉은 대부분이 손으로 하는 거잖아요. (저의 이상한 한국어 표현을 용서해주세요. 외국에서 산지 오래되다 보니 제가 해 놓고도 이거 너무 번역채야 하는 말이 너무 많아요). 입맞춤의 대상들은 정해져 있지만, 누군가와 악수를 하고 어깨를 치고 뭐 이런 것들은 일상이죠. 

제가 좋아하는 영화속 신체 접촉 장면들에는 손과 관련된 것들이 많아요. 

저는 여전히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가 자료를 넘겨줄 떄 그의 손가락과 클라리스의 손가락이 접촉하는 장면을 제일 강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다닐때 키가 무척 커서 저보다 훨씬 빨리 걷던 친구가 어느 날 이거 잡아 라며 내민 새끼 손가락을, 

11월 스웨덴의 어두운 밤 늘 그렇듯이 밑도 끝도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순간 아 나 이 사람 사랑하는 구나라고 느끼면서 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를 향해 내민 저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던 제 그 순간의 제 첫 남자친구의 손을, 

어린 아이처럼 자꾸 저를 간지르던 거북이의 손길을, 

존경하는 교수님 장례식에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서 있을 때, 말없이 다가오셔서, 지금 이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위안의 행동은 이거 라는 듯이 제 손을 한동안 꽉 잡아준 그 순간의 T교수님을 

그 장례식 끝나고, 제 앞머리를 만지시며 "try to sleep tonight, you have been very good girl"이라고 말씀하신 G 교수님을 (아 이분이 제 아버지 뻘 이긴 하지만, 저보고 girl 이라니, 순간적으로 나온 말씀과 행동이었어요)

친구가 되기전 엄청난 업무에 완전 포기다란 느낌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저를 (완전 고등학생 자세) 바라보다, 조심스레 무슨 남의 강아지 쓰다듬듯이 어색하게 제 머리를 만지던 그 순간에 H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노는 저를 보고 와서 당당하게 제 손을 꽉 잡던 가브리엘의 손을 기억합니다. 


(흠 이제 보니 다 남자들이군요.)


누군가에게 남아있는 손길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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