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작이고 영국산입니다. 장르는 스릴러. 런닝타임은 101분. 스포일러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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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 구직 스릴러!!!)



 - 여덟명의 남녀의 외출 준비 모습을 대빵 큰 클로즈업으로 잡아주며 시작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이곳은 입사 시험장. 좁아 터지고 출입문은 하나. 바깥으로 통하는 창문 하나 없는 방에 책상 여덟개와 cctv만 있어요. 이곳에 네 명의 남자와 네 명의 여자가 들어오고. 감독 역할의 경비 한 명, 그리고 시험 설명을 맡은 아저씨 하나가 따라와서 뭐라뭐라 설명을 하는데... 설명이 영 이상해요. 대충 요약하자면, 자리마다 시험지가 한 장씩 있는데 이걸 본인 실수나 고의로 파손시키면 탈락이랍니다. 경비를 비롯한 주최측에 말을 걸어도 탈락이래요. 자기는 곧 나갈 테니 경비랑 니네 여덟명이 여기 남아서 문제 풀면 된다고. 그러고 나갑니다.


 근데 문제는... 시험지에 문제가 없습니다. ㅋㅋ 여덟명 각각의 응시자 번호만 적혀 있는 그냥 크고 하얀 종이에요. 여덟명은 당황하고, 대체 이 시험의 의미는 무엇이고 자기들은 뭘 해야 합격하는 건지 의논을 시작합니다만. 애초에 모두가 서로에게 경쟁자인 상황에서 이 상황이 평화롭게 흘러갈 리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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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출연진, 모여주세요! 샷입니다. 나름 영화 분위기 생각해서 표정 각잡기로 했는데 경비 아저씨 배신하셨어...)



 - 제가 전에 적었던 '페르마의 밀실'이나 '탄젠트룸'과 비슷한 류의 극저예산 스릴러입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똑똑한 사람들을 밀실에 모아서 가둬 놓고 미스테리 풀이를 시키는 거죠. 그런데 이 영화가 가장 심해요. 나머지 두 영화는 그래도 실외 장면을 조금 넣거나 항공샷, 회상씬 같은 걸로 잠깐 환기라도 시켜주는데 이 영화는 그냥 그 방에서 시작해서 그 방에서 끝나거든요. 이 작품에 비하면 '페르마의 밀실'은 거의 블럭버스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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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80여분 내내 이런 그림만 구경하게 될 거란 얘깁니다. ㅋㅋ 가난한 영화들 좀 보다보면 이런 것도 익숙해져요.)



 - 근데 전 요즘 이런 영화들이 좋더라구요. 저예산으로 인한 극도의 빈곤함 속에서 어떻게든 멀끔함 작품을 뽑아내려는 만드는 이들의 사투와 열정, 그리고 잔머리(...)를 구경하며 따져보는 재미에 맛을 들였습니다. ㅋㅋ 물론 제가 영화 제작 현장을 아는 사람이 아니니 그냥 수박 겉핥기지만요. 어쨌든 이런 영화들에는 넉넉한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AAA급 블럭버스터 무비들에는 없는 독특한 재미가 있습니다. 

 아마 이젠 고퀄 cg나 특수 효과 같은 걸로 전에 못 경험해 본 신기한 볼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저물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제 그냥 '볼거리'로 특별한 감흥을 만들어내기엔 특수 효과 기술이 지나치게 발전해 버렸어요. 그러니 신선함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하고, 오히려 이런 인디급 영화들이 잘만 얻어 걸리면 그런 재미를 찾아낼 확률이 높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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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영화 내내 이런 그림만 봐야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만.)



 -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영화라는 게 돈이 많이 드는 예술이잖아요. 아무래도 돈 많은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이런 '극저예산을 아이디어로 극복하는' 류의 영화들 중 거의 대부분은 그냥 평범한 망작으로 실패하고 맙니다. (좋은 각본도 돈이니까요!!) 잘 해야 평작 정도인 게 대부분인데. 다만 저는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평작'이라도 뽑아내는 양반들 구경하는 게 재밌... (쿨럭;;)

 아. 그러니까 이 영화도 결국 그냥저냥 평작이란 얘깁니다. 나름 장점이 있고 재미있는 구석도 있는데, 특별히 칭찬할만한 구석이라곤 그저 힘든 상황에서 이 정도면 애썼네... 뭐 이런 정도에요. 큰 기대는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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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좁아터진 공간에 얼마 되지도 않는 출연자에 거의 없다시피한 소도구를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죠.)



 - 그러니까 대략 이렇게 흘러갑니다.

 일단은 미스테리로 시작하겠죠. 도대체 시험 문제가 뭐임? 여덟명이 함께 머리를 굴리며 이것저것 실험해보는 전개가 따라오겠구요.

 그러다 이야기는 점점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칙칙한 본성을 드러내는 인간들의 배틀로얄'로 변해갑니다. 편 가르고, 여기 붙었다 저기 붙는 배신자가 나오고, 혼자 합격하겠다고 함정을 파서 남을 탈락시키는 놈이 나오고, 비밀을 감추고 있다가 들키는 사람도 나오구요. 그리고 막판엔 폭력적인 상황이 막 벌어져요.

 그러다 끝날 때가 다가오면 폭력이 극에 달하고, (라고 해봐야 무슨 고어 파티 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니 안심하시구요) 폭력 국면의 종말과 함께 소중히 감춰뒀던 진상이 밝혀지면서 살짝 뻔한 반전 하나 때려주고 끝이 납니다.


 뭐 이런 소재의 이야기에선 거의 정석에 가까운 뻔한 전개입니다만. 중요한 건 이겁니다. 이 영화의 세부 장르는 두뇌 회전 퍼즐 풀이 같은 게 아니라 서바이벌 배틀로얄물이라는 거. 이런 장르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나름 나쁘지 않게 보실 수도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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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인성 막장 배틀로얄물의 필수 요소, 지가 못돼 x먹었다는 걸 자랑으로 아는 개진상 캐릭터님 되시겠습니다.)



 - 장점을 먼저 들어보자면. 

 이런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듯 나름 각본에 힘을 많이 썼습니다. 캐릭터들은 다들 얄팍하지만 각자에게 부여된 성격대로 이야기의 흥미를 위해 해야할 일들을 열심히 하구요. 소품도 얼마 없는 좁아 터진 방 안에서 나름 런닝타임 100분을 심심찮게 채우기 위해 열심히 사건을 만들어 내고 국면 전환을 만들어 내고 그래요. 

 배우들도 괜찮습니다. 유명한 분은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자기 역할들은 모자람 없이 잘 소화해줘서 영화가 실제보다 '있어 보이는' 작품이 되는 데 공헌하구요. 그 외에도 기본적인 부분들은 다 준수한 편이에요. 편집 리듬도 괜찮고 화면빨도 저렴한 티 안 나게 괜찮구요. 소품들도 거의 없는 대신에 그냥 심플 깔끔해서 촌스럽진 않습니다. 제작비 60만 달러짜리 영국 영화에서 이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면 나쁜 거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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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성상 더 이상 올릴 짤도 없어서 올려 보는 제목만 똑같고 아무 관계 없는 영화 포스터.)



 - 단점이라면. 

 위에 적은 것처럼 이야기의 얼개 같은 건 나름 잘 짜놨는데, 근본적으로 딱히 참신한 아이디어 같은 게 없는 각본입니다. 이런 이야기, 특히 이런 저예산 스릴러의 경우엔 뭔가 신박하게 한 방 때려주는 포인트가 있느냐가 꽤 중요한데요, 이 영화엔 그런 게 없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참신한 느낌을 던져준 후 수습을 못하는 이야기라고 해야겠군요. ㅋㅋ 머리 싸움은 살짝 하는 척만 하고선 바로 '칙칙 인성 배틀 로얄'로 가버리거든요. 마지막에 던져지는 진상은 억지스러우면서 좀 맥도 빠지구요.

 그래서 다 보고 나면 뭔가 인상이 흐릿해집니다. 보는 동안엔 나름 흥미롭고 괜찮았는데, 벌어 놓은 점수를 부실한 마무리로 까먹어 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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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와 같은 이유로 올려 보는 제목이 비슷하기만 한 영화 포스터... 인데 뭔가 흥미가 생기네요 이거. ㅋㅋ)



 - 뭐 더 길게 설명할 건 없겠습니다.

 도입부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극저예산으로 그럴싸한 스릴러를 만들어보자!! 고 노력한 인디 영화구요. 

 결과적으로 나름 경제적이면서 매끈하고 멀쩡한 스릴러를 만들어내긴 했습니다만, 특별한 매력이나 참신함 같은 건 덧붙여내지 못했다는 느낌.

 그냥 배틀로얄물 같은 거 보고 싶은데 잔혹한 묘사들이 거슬려서 못 보겠다... 라는 분들이라면 보실만도 할 거에요. 아주 보기 드물게 순한 맛이거든요. 




 + 아무래도 요즘 시국에 서바이벌 배틀로얄물이라고 하면 '오징어 게임'이 먼저 떠오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ㅋㅋ

 근데 이 영화의 전개에 '오징어 게임'이랑 비슷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뭐 당연히 우연의 일치겠지만 나름 많이 비슷해서 재밌더라구요.

 하지만 설사 '오징어 게임'이 이 영활 참고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표절 같은 건 아니에요. 이 사족 때문에 영화에 너무 큰 관심 갖지는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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