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밖엘 나가도 신문을 펼쳐도 인터넷을 켜도 스트레스만 받네요.

 

근데 결국 단일화는 하겠죠. 설마요; 솔직히 야권 지지자들(문/안 극렬지지자 극소수 제외하면) 모두 같은 생각 아닌가요. 상대후보 욕하고 비난하고 '아 왜 저러나'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래도 결국은...' 이런 생각들이시잖아요.

 

그래서 단일화는 어떻게 될까요. 담판 아니면 여론조사라는데...

 

'결국 통큰 양보가 어느 쪽에서든 있을 것이다'라는 얘기도 있던데, 가능성이 낮지 않을까요. 양쪽 모두 말이죠.

 

혈혈단신 혼자라면 결단이 가능하겠는데,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세력이 존재하면 힘든 일이잖아요. 문재인은 말할것도 없이 국회의원 100여명이 속한 정당이 뒤에 있고, 안철수도 자기만 보고 모여든 하나의 세력이 구축된 상태니까요. 문재인이 양보하면 자세력의 역적이 되는 동시에 민주당은 진정한 의미의 불임정당으로 거듭날테고, 안철수가 양보하면 그만 믿고 따라온 사람들은 완벽한 개털이 됩니다.

 

그럼 여론조사일까요? 양쪽다 자신 없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문재인 지지율이 상승세라지만 그럼에도 민주당에게 염증을 느끼는 비토가 확고부동하게 존재하고, 안철수 역시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묘하게 바뀌는 표심이 불안하죠.

 

안철수는 무슨 생각일까요. 솔직히 문재인에게 이 이상 뭘 더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봐요. 문재인 지지자라 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욕들어도 할 수 없어요. 그토록 원하던(-_-) 이해찬 목 날렸잖습니까. 이 이상의 '친노청산'은 결국 문재인 끌어내리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구태의 정치관행 운운하는데, 관행이라는 단어의 말뜻을 사전에서 좀 찾아보길 바랍니다. 그런게 실체로 존재한다고 해도 제도나 인사처럼 단칼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가시적인 조치'가 불가능하고, 없어요.

 

민주당을 아주 시원하게 흔들고 또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는데, 왜 이러나 싶긴 합니다.

 

누군가의 소설처럼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밀고 자신은 민주당에 들어가서(혹은 재창당) 당권을 잡겠다, 이런 생각일까요? 안철수가 양보해주리라는 전제를 까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봐요. 안철수는 정말로 대통령 할 생각이 있고 또 하고 싶어해요. 그게 당연하죠. 양보할걸 작심하고 뛰어드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나요. 그건 자기만 믿고 모인 세력과 자기를 지지한 사람들에 대한 우롱이죠.

 

혹은 '친노청산' 프레임을 끝끝내 유지해서 결국은 문재인에게 양보를 받아내려는걸까요? 이게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문재인이 자기를 던질 수 있는 인간이라고 보지만, 자기와 함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까지 한큐에 안드로메다로 보낼 만큼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어떤 룰에 의해서든 단일화를 해서 패배하는거라면 모를까, 그런 식으로는 도저히 승복할 수가 없어요. 그건 안철수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잖습니까. 양보론 얘기에 분노 폭발하잖아요.

 

저는 이명박이 대통령 되는 날에는 그렇게 엄청난 절망감을 느끼진 않았어요. 심지어 '사기꾼같긴 한데 그래도 기업인 출신이니까 경제부문에서 성과를 내지 않을까?'하는 입밖에는 못내는 은근한 기대도 했어요. 왜냐면 이명박에 대한 판단에서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념을 배제했거든요.

 

하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순간 느낄 멘탈붕괴는 정말 상상하기 싫을 정도에요. 온 몸에 소름이 끼칩니다. 사기꾼 경제사범 전과자까지도 양보할 수 있는데, 이념과 역사의식만큼은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대상이라서요. 그건 내 사고와 정체성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근본이고 핵심이라 도저히 양보할 수 없어요. 박근혜의 경제관이나 복지관까지도 용납할 수 있는데, 그 여자의 정치적 본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안돼요. 대선기간 거치면서 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대통령 한번 해보려면 무슨 짓을 못해, 거짓말도 하고 쇼도 할 수 있지, 라고들 하죠. 박근혜는 거짓말도 쇼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절대 자기의 정치적 본질을 양보하거나 숨기지 않았어요. 이명박에게는 이념이니 역사의식이니 하는게 적당히 둘러대고 나중에 다른 소리 할수도 있을 정도로 별것 아니었을지 몰라도, 박근혜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신념인거에요.

 

어떻게든 이겨야 됩니다. 이겼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이겨야 돼요. 이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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