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2시간 19분. 스토리가 워낙 난해해서 스포일링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평소대로 끝에다 적어는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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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는 티켓 판매를 위한 사기 포스터로 간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필드씨 이렇게 멋지게 안 나와요. ㅋㅋ)



 - 무대는 LA. '실버레이크' 저수지 인근의 주택가입니다. 헐리웃 갑부들 중 대표격이었던 어떤 아저씨가 실종이 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주인공 샘은 나쁘지 않은 주택가에 홀로 세들어 사는 백수인데요. 그동안 뭘 하며 어떻게 살았는진 모르겠지만 이제 집세가 '범죄 수준으로' 밀려서 닷새 뒤에 강제 퇴거 당할 상황이래요. 하지만 놀랍도록 현실 감각이 없는 우리 샘군은 그딴 것 아랑곳 않고 베란다에 앉아 쌍안경으로 앞집에 홀로 사는 장년 아줌마의 토플리스 차림이나 훔쳐보며 흐뭇해하다가... 새로 이사온 듯한 미모의 젊은이 '사라'를 발견하고 홀딱 반해버리네요. 게다가 바로 그 날 밤에 초고속으로 친해져서는 그쪽 집에서 데이트도 하고, 다음 날 또 만나기로 약속도 하고 헤어졌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 그 집이 비어 있습니다? 그새 이사를 갔대요?? 세상 어느 집이 새벽에 갑자기 이사를 가냐며 부동산에 따져 보지만 절차 다 제대로 해서 합법적으로 간 건데 니가 왜 난리냐며 핀잔만 듣고요. 그렇다고 여기에서 포기하면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없겠죠. 당연히 우리 샘은 아마추어 탐정 놀이 비슷한 걸 하며 사라를 찾아 LA의 거리를 헤매기 시작하고, 또 당연히 거기에는 갖가지 괴상하고 수상하며 위험한 사건들이 함께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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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모로 정직해 보이는 버전의 포스터도 있습니다만. 영화를 보기 전엔 무슨 의민지 알기 힘들다는 게 문제...)



 - 날이 갈수록 줄기는 커녕 늘어나기만 하는 갖가지 OTT들의 제 찜 리스트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다가... 일단 뭐가 됐든 '확실히 보고 싶긴 했던 것' 위주로 아무 거나 빨리 봐 버리자고 맘 먹고 틀었습니다. 이걸 보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감독 때문이었구요. 제가 아주 재밌게 봤던 '팔로우'의 감독이 그 영화 이후에 남긴 유일한 작품이 이거거든요. 이게 아주 제대로 폭망해서 그런지 (제작비 8백만으로 싸게 찍었지만 수입이 2백만... ㅋㅋㅋㅋㅋ) 이후 공백기를 아주 길게 갖고 계시네요. 허허.

 암튼 그래서 봤구요. 아, 망할 수밖에 없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웃으며 봤습니다. 패기가 좀 과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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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중의 실제 가필드씨 모습은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현실 감각 없는 오타쿠 찐따 젊은이. 물론 가필드의 육신이라...)



 -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느와르 스토리입니다. 팜므 파탈도 있고 어설프지만 탐정도 있고 범죄와 음모도 있어요.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건 LA, 콕 찝어 말해 헐리우드라는 세상 유명한 동네구요. 화려한 파티, 그 이면의 어두컴컴한 현실, 빛과 그림자... 뭐 필수 요소라고 할만한 것들은 다 나옵니다. 하지만 보는 동안 그런 영화를 보고 있단 기분은 전혀 안 들구요.

 그렇게 다루고 있는 소재랑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는 건 이 감독이 '팔로우'에서도 이미 한 번 보여줬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데. 문제는 그래서 그게 신선한 느낌을 주냐, 혹은 재미가 있냐...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근데 그게... 허허 것 참.......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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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영화의 팜므 파탈 역할을 맡으신 A24의 여신 라일리 키오님. 영화의 주제와 이 분의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좀 의도된 캐스팅 같기두요.)



 - 저 같은 사람도 쉽게, 확신을 갖고 캐치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이게 히치콕 영화들에 오마주를 바치며 흘러가는 데이빗 린치 스토리라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창'과 '멀홀랜드 드라이브'겠죠. '현기증'도 좀 보이는 것 같구요.

 다만 히치콕의 '이창'이나 '현기증' 같은 영화들은 어쨌든 멀쩡한 장르물인 데다가 나중에 다 해결이 되고 친절하게 설명이 되잖아요. 그리고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딱히 정답 같은 건 안 줘도 분위기 하나로 완전히 먹어주기 때문에 별로 신경이 안 쓰이고 지루할 틈도 없습니다. 적어도 그 영화를 맘에 들어한 사람들 입장에선 그랬죠.


 근데 이 영화는... 정말 시작한지 5분만 지나도 '그래서 이게 지금 뭐하자는 이야기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거의 끝까지 그대로 갑니다. ㅋㅋㅋ 평범한 대화 장면 같은데 갑자기 불쾌하고 긴장되는 음악이 막 흘러나와서 당황시키기도 하고. 완전히 비현실적인 상황이 갑자기 벌어지기도 하고. 뭔가를 의미심장하게 자꾸 강조해서 보여주는데 그걸 왜 보여주는지는 아예 짐작도 안 가고. 영화가 거의 내내 이런 식이에요. 게다가 주인공은 탐정 놀이하는 아마추어 백수답게 자꾸만 샛길로 빠져 헤매는데... 그러다 보니 보는 사람이 메인 스토리에 집중하기도 참 힘이 듭니다. 근 1년간 본 영화들 중에 가장 버티는 난이도가 높은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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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상 사방이 온통 맥거핀이어서... 이 밴드(?)만 해도 그렇습니다만. 팀 이름 죽이지 않습니까. ㅋㅋ 당연히 맨 좌측 분이 지쟈스님이십니다.)



 - 그래도 참말로 다행히도. 끝까지 보고 나면 그동안 본 걸 다 이해는 못해도 대략 감독이 어떤 얘길 하고 싶었는지, 중간에 그런 건 왜 나왔는지, 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짰는지, 심지어 왜 이게 그렇게 재미가 없었는지까지 대충은 깨닫게 해주는 걸 보면 정말로 못 만든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ㅋㅋ


 스포일러 없이 아주 애매하게 설명을 시도해 보자면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주인공 샘은 완전 대중문화 중독자로 나오거든요. 평범하게 취향이 폭 넓은 수준을 넘어서 오타쿠 수준입니다. 이 양반 집 풍경을 둘러 보면 20세기 닌텐도 게임기 티비에 연결되어 있고, 책장엔 90년대 닌텐도 파워 매거진 같은 게 줄줄이 꽂혀 있으니 콘솔 덕후질도 보통이 아니구요. 벽에는 커트 코베인 포스터를 붙여 놓고 그 시절 락음악 드립을 치고 사는 녀석... 이면서 또 영화 쪽으로도 만만치 않습니다. 듀나님 리뷰로만 접했던 고전 헐리웃 장르물들 포스터가 막 보이고 지금도 그런 걸 보면서 살아요. ㅋㅋ


 그리고 이 오타쿠 양반이 일생을 이런 세상에서 살다 보니 아예 사고 방식이 그 쪽으로만 뻗어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보고 듣고 즐겨 온 모든 것들에 무슨 특별한 의미 같은 게 숨겨져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고. 그러다 이 미스테리어스한 사건을 당하고선 정말 오타쿠스런 방향으로 머리를 굴려대요. 대충 말하자면 "대중 문화 작품들 속에 숨겨진 비밀 메시지를 찾아라!!!" 같은 방식의, 아주 음모론스런 방향으로 탐정놀이를 한다... 는 정도는 얘기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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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색 옷을 입은 젤다 아닌 분의 피규어가 눈에 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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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닌텐도 매거진이 영화 속 중요 아이템으로 등장하는데... 이쪽 분들 저작권 되게 민감할 텐데 허락 받고 찍었나 궁금했습니다.)



 - 이런 이야기라면 결말은 딱 둘 중 하나잖아요. 이 오타쿠의 소망(?)이 성취되는 환타지거나. 아님 찬물을 좍좍 끼얹고 싸대기를 날리며 정신 차리라고 일갈하는 궁서체로 심각한 엔딩이거나. 그리고 이 영화는 대략 두 가지 방향을 동시에 가는(!) 가운데 어쨌거나 결말에선 주인공에게 찬물을 끼얹고 싸대기를 날립니다. ㅋㅋ

 그러니까 대중 문화 작품들에 대해 열혈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허상을 꼬집고 풍자하는 이야기가 되구요. 동시에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생산자들, 특히 헐리우드의 지저분하고 어두컴컴한 면모들을 드러내며 비판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아니겠는데...


 이걸 아주 난해하게, 알아 먹기 어렵게 배배 꼬아서 합니다. 이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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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라 설명은 못하겠지만 이 캐릭터도 뭐랄까... 존재 의의와 이야기상 역할은 알겠는데 '그래서 얘가 왜 그런 건데?'에 대한 설명은 끝까지 없습니다.)



 - 그러니까 대충 이런 식입니다.

 일단 영화가 철저하게 주인공 샘의 시점에서 전개가 됩니다. 막 1인칭 시점이 난무하고 그런 건 아닌데 샘이 존재하는 상황, 샘이 있는 장면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식으로 관객들을 샘의 입장에 동화를 시켜요. 그런데 얘가 그리 유능한 탐정이 아니기 때문에 자꾸 딴 길로 샌단 말입니다. 이상한 망상을하고 꿈을 꾸고요. 이런 과정을 그대로 계속 보여주니 이야기가 느슨해집니다.

 그리고 얘는 그냥 대중문화 중독자에요. 이성애자 남성이구요. 그렇다는 건 여성 착취적인 대중 문화 성격을 그대로 따라가는 소비자라는 이야기도 되고, 그런 걸 보여주려다 보니 자꾸만 여성들 누드가 나오고 섹스씬이 나오고 그러죠. 그래서 '여성 혐오적인 영화다'는 반응도 좀 있었다는 모양입니다만. 다 보고 나서 영화의 주제를 생각해보면 그런 것까진 아니지 않을까... 싶었구요.

 다음은 스포일러랑 관련이 되어서 자세히 말은 못하겠는데... 암튼 주인공의 추리와 추적 과정도 어설픕니다. 논리적으로 뭐가 맞아 떨어지며 진상이 드러나고 그런 이야기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씀인데. 이것도 비판점으로 두긴 좀 애매함이 있습니다. 영화 내용 자체가 오타쿠들의 과도한 의미 부여 행위를 풍자하는 게 있어서... ㅋㅋ

 이야기의 마무리에도 당연히 탈력감(...)이 충만합니다. 나중에 막 황당할 정도로 스케일 큰 음모와 비밀이 드러나고 그러긴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야기들 아구가 잘 맞아떨어지고 그런 건 아니구요. (역시 '시야 좁은 주인공의 입장'을 충실히, 의도적으로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또 그 음모와 비밀도 간지나고 충격적이고 그렇다기보단 오히려 비루하고 지저분하고 그런 쪽입니다. 그래서 장르적 쾌감 같은 건 절대 기대하지 마시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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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가장 재밌었던 장면. 저 할아버지가 아주아주아주아주 훌륭한 분이십니다. ㅋㅋㅋ)



 - 그러면 장점도 얘길 해 보자면요...

 보는 중엔 참 갑갑하고 느슨하며 종종 지루해지는, 난해하고 난감한 이야기였습니다만. 다 보고 나서 이것저것 따져보며 가만히 돌이켜보면 '어쨌든 감독의 의도대로, 의도한 메시지에 어울리게 만들어진 영화'라는 판단이 듭니다. 그러니까 못 만든 영화라고 까일 작품은 아니다... 라는 얘기구요.

 앤드류 가필드의 모자란 놈 연기도 좋고. 중반 이후로 의외로 크게 확장되는 스토리엔 나름 임팩트 있게 잘 연출된 부분도 있고요. 또 어두컴컴한 헐리우드의 밤거리를 헤매며 비밀을 파헤치는 장면들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편이고. 신비로운 코드(?)를 풀어내는 이야기는 음모론 이야기 좋아하는 분들 입장에선 나름 소소한 재미를 느낄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이렇게 암호처럼 짜 놓은 영화를 보면서 분석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걸 즐기는 분들에겐 정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만한 떡밥들이 2시간 20분동안 펼쳐지는 신나는 놀이 동산이 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아마 그래서 비평가들 중엔 이 영화를 극찬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듯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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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튼 헐리웃은 나쁜 겁니다. 그렇습니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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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서도 영화 가득한 인용들로 헐리우드와 각종 대중 문화 아이템들에 대한 사랑을 내비치는 이중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 짤을 조금 자세히 보시면 디테일이 참. ㅋㅋ) 



 - 종합하자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재미' 같은 건 절대 기대하지 마시구요. ㅋㅋㅋ

 감정 이입할만한 드라마를 원하는 분들 역시 멀리하시는 게 좋습니다. '팔로우' 감독의 차기작으로 기대할만한 작품은 정말 전혀 아니었어요.

 대신 크고 자잘한, 다양한 대중 문화 인용들이 가득하며 해석하고 분석할만한 장면들로 꽉꽉 들어차 있는 작품이니만큼 이런 거 즐기시는 분들에겐 아주 재미난 작품일 수도 있다는 거. 그리고 어쨌거나 다 보고 나서 의도를 생각해보면 '나쁜 영화는 아니었네'라고 결론을 내릴만한 영화이기도 했구요.

 그래서... 결국 추천은 안 하겠습니다만. 이 글 읽고 호기심이 동하신 왓챠 유저님들이라면 한 번 도전해볼만은 하지 않나 싶네요. 물론 전 책임 안 지구요. ㅋㅋㅋ




 + 아무리 이 영화를 크게 말아 먹었다지만 그래도 감독님 차기작이 너무 안 나오는 거 아냐? 라는 생각에 검색을 해 보니 지금 무려 세 편을 동시에 준비 중인데...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 'They Follow' 입니다. ㅋㅋㅋㅋ 정말로 'It Follows'의 속편이래요. 주인공 배우님도 그대로 캐스팅될 모양이구요. 그 후로 10년을 살아 남았다니 대체 어떻게...



 ++ 위에서 라일리 키오 캐스팅 얘길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거 말고도 배우 개그 장면이 소소하게 하나 있었네요. 앤드류 가필드의 전직 스파이더맨 경력을 반영한 개그씬이 하나 나옵니다. 아. 본문에서 깜빡했는데 이거 장르가 느와르이지만 동시에 코미디이기도 해요. 난해한 분위기 때문에 개그가 개그로 안 보여서 그렇지 웃기라고 넣은 장면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 그냥 스포일러 중 중심 내용만 최대한 간단하게 적어 보겠습니다. (그래도 길어요!)


 사라를 찾아 한참 헛짓을 하던 샘은 뉴스에서 도입부에 실종되었던 재벌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접하는데... 그 화면에 사라가 쓰고 있던 모자가 비치는 걸 보고 그 재벌 실종 & 사망과 사라의 실종이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양쪽으로 파기 시작하겠죠.

 그러다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실버레이크 지하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음모론 카툰을 그리는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때 이 양반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나중에 결정적인 도움을 줘요. 설명하자면 복잡하니 생략.

 그리고 또 어느 파티에서 만난 친구에게서 '요즘 최고 잘 나가는 그룹의 노래 속에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더라'는 얘길 듣고 그 그룹 앨범에 집착을 하다가... 갑작스런 깨달음(?)으로 그 팀의 대표 히트곡 가사 속에 숨겨진 괴상한 메시지를 해독하게 되고. 그 메시지대로 행동한 결과 자칭 노숙자의 왕(...)이라는 괴인을 만나 지하에 숨겨진 무슨 핵전쟁 대비 벙커처럼 생긴 시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뭔지는 전혀 모른 채 바깥 세상으로 돌아오구요.


 그래서 그 밴드 노래에 진짜로 메시지가 숨겨져 있었으니 전 곡을 작사 작곡한다는 그 팀 리더와 대화를 해봐야겠죠. 그래서 다짜고짜 그 밴드의 파티장에 쳐들어가 화장실에서 똥 누고 있던(...) 리더를 마구 두들겨 패며 족치는데, 그로인해 알게 된 것은 사실 이 팀의 히트곡들은 몽땅 회사에서 정체 불명의 작곡가에게 받아서 준 것이고 밴드는 그냥 시키는대로 하며 폼이나 잡는 꼭두각시였다는 거죠. 그렇담 그 노래 가사 속 메시지도 정체불명의 작곡가가 준 것일 텐데.


 마침 샘은 바로 전날에 사라가 사실 무명 여배우들로 구성된 성매매 집단에서 일 했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중 하나를 만나서 얘길 듣다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거대한 저택에 숨어 사는 이름 모를 작곡가' 얘길 들었거든요. 그래서 갸들을 다시 불러다가 그 작곡가 집으로 안내를 시킵니다. 그리고 작곡가를 만나게 되는데...


 이 작곡가는 갑자기 쳐들어온 샘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고 '내 메시지를 해독했나? 껄껄. 얘기나 좀 나눠봄세' 이러면서 계속해서 피아노를 치며 대화를 합니다. 근데 그 이야기인 즉, 알고 보면 세상 모든 히트곡은 다 자기가 작곡했대요(...) 니가 좋아하는 그 커트 코베인? 내 히트곡 중에 이런 게 있는데 말야~ 이러면서 피아노로 스멜 라잌 틴 스피릿 연주를 하구요. "저항이고 스피릿이고 다 개뿔이고 사실 내가 그냥 돈 벌려고 쓴 곡이야. 니가 이런 것들 좋아하면서 꿈꿨던 이상 같은 거, 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껄껄껄."


 일생의 히어로였던 커트 코베인의 진실(...)을 듣고 이성을 잃은 샘이 옆에 놓여져 있던 커트 코베인의 기타(ㅋㅋ)를 들고 달려들자 작곡가는 권총을 꺼내 쏘는데요. 결국 샘이 휘두르는 커트의 기타에 얼굴이 곤죽이 되어 죽습니다. 근데 더 허망한 건, 그 직전에 '그래서 그 메시지는 뭔데?'라는 샘의 질문에 이 양반이 내놓은 대답이란 게. '나도 누군지 모를 누군가의 지시대로 넣었을 뿐이야.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 라는 답 밖에 들은 게 없다는 거죠. 결국 사건(?)은 다 제자리였구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헐리우드를 헤매던 샘은 어느 파티장에서 실종된 갑부 딸의 모습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그 파티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그 딸과 대화를 나누고, 자기 사정을 이야기하니 딸이 깜짝 놀라며 아빠에게 받았다는 팔찌를 줘요. 그런데 갑작스럽 저격으로 딸은 바로 사망. 샘만 살아서 집에 돌아간 후 팔찌를 들고 거기 적힌 수수께끼를 풀기 시작하는데... 난데 없는 닌텐도 파워 매거진과 젤다의 전설의 활약으로 그걸 반나절만에 풀어내는 명탐정 샘입니다. ㅋㅋ


 그 수수께끼는 결국 헐리우드의 어느 지점을 가리키는 좌표였고. 허허벌판 산 속에 위치한 그 곳을 찾아가니 갑부 아저씨 하나가 젊은 여성 셋을 거느리고 히피스런 차림새로 빈둥거리고 있어요. 그래서 작곡가에게서 가져온 권총을 들이대며 자백을 요구하는 샘. 이어지는 갑부의 설명은 대략 이러합니다. 우리처럼 천상계 급으로 돈이 많은 인간들은 인생에 대해 너희들과는 다른 관점을 갖고 산다. 니들이 사는 세상은 인생이 아니라 카니발 같은 것이고. 니들이 죽어라고 애를 써서 노력해봐야 얻을 수 있는 건 마치 마을 축제 상품으로 받는 토끼 인형 같은 거지. 다 쓸 데 없다고. 그래서 우리는 이 하찮은 이승 삶을 거부하고 헐리우드 지하에 우리들만을 위한 피라미드 같은 걸 지어서 그 곳에서 티비 보고 섹스나 실컷 하다가 죽음을 맞기로 한 거다. 정확히는 죽음이 아니라 승천(...)인데. 나도 지금 내 차례를 대기 중이고, 며칠 전 죽었다는 그 갑부놈도 사실은 살아서 자기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 있다. 니가 찾는 사라는 갸랑 함께 묻히기를 선택해서 자발적으로 거기 들어가 있는 상태란다. 이미 콘크리트로 다 묻어 버려서 밖으로 나오진 못하겠지만 영상 통화는 가능한데 한 번 해 볼 텨?


 그래서 샘은 사라와 통화를 해요. 나를 찾아다녔어요? 하지만 당신은 나랑 잘 아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이러면서도 살짝 감격한 반응을 보이는 사라. 하지만 어차피 본인의 선택이었고, 이미 취소하고 밖으로 나올 방법은 없구요. 그래서 눈물 한 방울 흘리며 "잘 살아요. 개를 키워보는 건 어때요? 당신에겐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해 보여요." 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는 종료됩니다.


 어찌저찌하는 상황이 좀 더 이어지지만 생략하구요. 결국 집으로 돌아온 샘은 잠시 멍때리며 엄마가 보내 준 고전 영화 녹화본을 보다가... 벌떡 일어나 평소에 자기가 훔쳐보던 맞은 편 장년 아줌마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립니다. 장면이 바뀌면 섹스를 마친 둘이 침대에 다정히 누워 있구요. 그때 영화 처음부터 내내 알아 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하던 앵무새가 또 같은 소리를 하는데, 이때 샘이 아줌마에게 물어보죠. 저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그러자 아줌마는 '응 나도 몰라. 처음엔 궁금했는데 이젠 알고 싶지도 않아졌어.'라는 허망한 답을 하고요. 샘은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베란다로 나가 자신의 집을 쳐다봐요. 잠시 후 샘 집의 문이 열리며 건물주와 경찰이 들어와 집에 없는 샘을 찾는 모습이 보이구요. 그걸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샘의 모습을 보여주며...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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