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입니다. 에피소드 8개에 개당 50여분 정도. 장르는 호러/스릴러구요. 스포일러는 안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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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막 좋은 것도 없지만 크게 특별히 구린 것도 없어서 할 말이 없는 포스터네요)


 - 먼저 1975년으로 시작해요. 별 거 없고 텅 빈 광산에 묶여 있는 노인의 모습. 폭발. 1995년으로 전환합니다. 그리고 이게 드라마의 주 배경이에요.

 '페리아'라는 스페인의 외딴 도시라고 하기도 애매한 시골 마을 비슷한 곳의 문 닫은 탄광에서 23명의 사람들이 집단 자살을 합니다. 사교 집단의 작품인 듯 하고 그 집단의 리더로 동네 주민 에바, 소피아 자매의 부모들이 지목됩니다. 우리 엄빠는 그런 분들 아니라능!!! 이라고 외쳐봤자 아무도 안 믿어주는 가운데 뭔가 수상한 놈들이 동생 소피아에게 접근을 하고, 불가사의한 생명체가 마을을 어슬렁 거리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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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도입부에 나와 버리고 다시는...)


 - 요즘 넷플릭스 시리즈를 너무 안 본 것 같아 '뭐든 넷플릭스에서 하나는 보자' 라는 맘으로 고르다가, 최신 호러라고 넷플릭스가 계속 제게 드밀어대던 이걸 골랐습니다. 일단 소재가 평타는 치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정신 나간 사교 집단의 집단 자살! 근데 보스가 우리 엄마 아빠래!! 거기에다가 수수께끼의 초자연 현상도 일어나구요. 젊고 예쁜 것들 나오니 연애도 하구요. 당연히 성당 나오고 신부님 나오고 스페인 시골 마을의 풍경도 좋고 뭐뭐... 

 ...근데 그걸 이렇게 밋밋하고 안 흥미롭게 만드는 재주를 목격해 버린 거죠.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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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풍경은 참 좋아요. 근데 드라마는 이걸 열심히 살려주지도 않습니다.)


 - 뭐가 문제일까요. 솔직히 뭐가 문제였는지도 한 두 개를 콕 찝어 지적하진 못하겠습니다. 아마도 '총체적' 문제였을 거라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사교 집단이 나오는 오컬트물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그 사교 집단이 무시무시하고 낯설어야겠죠. 근데 안 그럽니다. 아예 안 그런 건 아닌데... 좀 애매하게 별로에요.
 갑작스럽게 황당무계한 상황에 빠져버린 자매와 부모의 비극을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관계를 애절하게 잘 그려내야겠죠. 역시 안 그런 건 아닌데 좀 애매하게 별로...
 또 이런 사건으로 인해 패닉에 빠진 작은 공동체의 모습으로 끌고 가는 이야기니까 순박한 사람들이 갑작스레 광기와 공포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쨌든 호러인 동시에 미스테리극이니까 진상을 밝혀가는 과정이 계속해서 호기심을 끌고 놀라움을 줘야 하는데...

 에... 그러니까 무엇 하나 안 하는 건 없는데 그게 다 애매하게 모자라요. 그래서 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좋으려다 말고, 괜찮으려다 말고, 재밌으려다 말고... 를 반복합니다. 에피소드가 고작 여덟개 짜리니까, 그리고 미리 검색으로 클리프행어 엔딩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봤으니까 끝까지 견뎠지 안 그랬다면 두어 에피소드만 보다 포기했을 텐데. 슬프게도 결국 끝까지 봐 버렸네요. ㅋㅋㅋㅋ 그런데 결말을 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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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무언가'가 목욕해서 털 내려앉은 퍼그 꼴로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그만 봐야 했었...)


 - 제목과 본문으로 이미 두 번이나 죽인 다음에 확인 사살까지 하는 건 참 미안하고 평소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만.
 결말이 그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늘어지고 싱겁고 애매했던 결말까지의 과정이 선녀로 보일만큼 황망한 결말이었어요.
 이게 뭐꼬!!? 이제 어쩌려고??? 라는 순간에 그냥 끝. 허허허. 

 그래서 평소의 개인적 믿음을 재확인했죠. 차라리 한 시간 반 ~ 두 시간 언저리의 영화였다면 이런 이야기여도 그럭저럭 장점을 캐내서 나름 볼만했다고 정신 승리를 해봤겠습니다만. 일곱시간 남짓하는 시간을 에피소드 여덟개를 본 후에 이런 탈력감 Max의 결말을 맞으면 그저 재생을 누른 제 손가락과 그걸 지시한 제 머리통을 원망할 수밖에 없잖습니까. 그러니 드라마를 고를 땐 영화를 고를 때보다 몇 배로 신중하게 골라야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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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중요한 사건을 터뜨릴 것 같았지만 그냥 한 번 집단으로 성질내고 존재감 사라져버렸던 마을 사람들.)


 - 여기까지 적다 보니 어렴풋이 가장 큰 문제가 뭐였는지 대충 떠오르네요.
 그러니까 스토리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이것저것 잔뜩 욱여 넣고 나름 설정도 배치도 잘 해놨습니다. 스페인 현대사랑 가볍게 연결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구요. 또 기술적으로도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괜찮아요. 근데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기본 원리가 영 구렸던 거죠.
 스포일러는 아닐 정도로만 설명은 하자면, 동생 소피아가 핵심 캐릭터입니다. 사교 집단이 실패해버린 의식을 되살리고 목적을 이룰 열쇠에요. 그래서 이 집단이 소피아를 꼬시죠. 그럼 훅! 하고 넘어갔다가 정신 차리고 돌아옵니다. 이런저런 사건이 벌어지고요. 다시 소피아가 그들을 쫓아갑니다. 그러다 돌아와요. 또 사건 몇 개 벌어지고 또 소피아가... 그냥 이걸 계속해서 반복을 해요.
 근데 소피아가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게 영 설득력이 없단 말이죠. 처음에야 자기 엄마 보고 싶어서... 라고 이해해줄 수 있는데 이런저런 사건들이 누적되어 나가다 보면 나중엔 그냥 초절정 진상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개불의 아이!!! 라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그런데 정말 문자 그대로 '마지막까지' 그것 하나, 주인공의 탁월하고 남다른 멍청함 하나로 이야기 동력을 삼으니 이게 재밌을 수가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상대적으로 괜찮은 부분도 다 그냥 애매한 정도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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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보급형 알랭 들롱 느낌이었던 동네 경찰관님. 그나마 괜찮은 캐릭터답게 별 존재감 없이 사라지십니다.)


 - 그럼 장점은 하나도 없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대략 둘 정도는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을 파해치는 형사님 캐릭터나 조연급의 마을 주민 몇몇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화와 결말 때문에 그냥 다 쓸모 없어지구요. 
 그리고 주인공 자매가 둘 다 다른 느낌으로 참 예쁩니다. 예뻐요. 이것은 참 중요하죠. 특히 동생 소피아 역의 배우가 제 취향으로 예쁘셨는데, 막판까지 가면 어차피 언니는 잉여고 동생은 최종 결전 병기급 멍청이에 진상... 그러니 나중엔 예쁘든 말든 화만 나니 이 역시 쓸모 없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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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흡이 긴 드라마 장르에선 캐릭터가 생명입니다. 아무리 예뻐도 캐릭터가 별로면 매력이 없어요. ㅠㅜ)


 - 결론을 이미 내 놓고 시작한 글이지만 다시 한 번 내겠습니다.
 보지 마세요. 그리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들 퀄 관리 좀...
 끝.




 + 그래도 배우는 죄가 없으니까! 하고 소피아 역 배우의 필모를 찾아보니 제가 예전에 꽤 재밌게 봤던 '베로니카'가 있더라구요. 거기에서 주인공 친구들 중 하나로 나왔는데 지금이 더 예쁘십니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비교할 것이 아닐 정도로 차이가 나니 뭐. ㅋㅋㅋ '베로니카'는 나름 재밌는 호러였습니다. 명작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준수하게 잘 빠진 작품이니 뭔가 땡긴다면 그걸 보시길.


 ++ 왜 1995년이지? 라는 게 보는 내내 좀 궁금했는데. 아마도 프랑코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1995년 사건의 근원이 1975년에 있는 걸로 나오는데 그 시절 장면들에서 프랑코의 죽음이 상당히 비중 있게 언급이 돼요. 사건 자체와는 아무 관계 없습니다만. 차라리 그런 역사적 비극과 좀 더 긴밀하게 연결지어 봤다면 이것보단 건질 게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 사교 집단의 사상적 배경으로 튀어나오는 게 영지주의입니다. 근데 제가 이걸 최근에 다른 데서 접했던 게 또 스페인 드라마거든요. 하지만 검색을 해봐도 스페인과 이 교파(?)의 특별히 중요한 관계는 안 나오는 걸로 봐서 그냥 우연의 일치인 듯 하구요.
 근데 그거랑 별개로 영지주의 이거 재밌긴 하네요. 설정이 뭔가 타잎문스럽기도 하고(...) 여러모로 온세상 덕후들에게 두루두루 인기를 끌 것 같은 설정이에요.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여기 나오는 고유명사들을 차용한 일본 소설, 만화, 아니메들이 수두룩...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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