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지널은 1994년에 만들어져서 한국에선 1995년에 개봉입니다만. 요 리덕스 버전은 2008년에 만들어져서 한국에선 2013년에 개봉했습니다. 런닝타임은 본편보다 7분이 줄어서 93분. 스포일러가 이번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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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좀 과한 포스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구성도 색감도 좀 부담스럽죠. ㅋㅋㅋ)



 - 다들 아시다시피 김용 선생의 대히트 레전설 무협 소설에서 캐릭터들을 가져오... 기만 해놓고 완전 자기 맘대로 만들어 버린 이야기죠. 뭐 분명히 원작 캐릭터들의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긴 한데, 동시에 굳이 그걸 원작 삼지 않았어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영화였기도 하고. 뭐 먼 훗날 왕가위가 '일대종사' 같은 영화도 만들어낸 걸로 미루어 보아 그냥 왕가위가 김용 소설도 좋아했던 게 아닌가 싶구요.


 어쨌든 이번에도 자비심 없이 숑숑숑 100%의 확률로 완벽하게 빗나가는 사랑 이야기들. 그리고 그 빗나간 사랑의 기억 하나에 일생 동안 괴로워하며 런닝타임 내내 세상에 철벽 치고 혼잣말을 하는 사람들의 궁상 맞은 이야기입니다. 스토리 요약은 안 할래요. 뭘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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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은 헐리웃 영화 속 멕시코 만큼이나 노오란 곳입니다.)



 - 옛날에 이 영화를 볼 땐 배경 스토리를 잘 몰랐기에 그냥 극장 가서 보고 '음. 그렇구나.' 이러고 왔습니다만. 지금와서 다시 보니 왕가위란 인간도 참 독한 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아비정전'으로 생명 위협까지 받아 놓고선 '아비정전 ver. 무협' 같은 걸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갖가지 고비를 다 이겨내가며 완성해 내놓다니 이건 그야말로 광인 수준이었던 거죠. ㅋㅋ 결과론으로 따져본다면야 그 와중에 '중경삼림' 같은 성공작을 내서 이후 오랜 세월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으니 잘 한 짓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애초에 계획된 일도 아니었잖아요. 정말 나쁜 사람이었던 겁니다 왕가위씨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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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 그래서 다시 한 번, 기본적으로 '아비정전'에서 했던 얘기를 무협 스킨 덮어서 되풀이하는 느낌의 영화입니다만. 여러모로 거기에서 더 발전한 느낌이 듭니다. '아비정전'에서 조금씩 느껴졌던 덜컹거리거나 살짝 어설픈 느낌들이 거의 없어졌어요.

 뭣보다 맘에 들었던 건 캐릭터별 비중 배분이 많이 공평해졌다는 거였습니다. 스토리상 원탑 주인공에 가까운 구양봉을 또 다시 장국영이 맡아서 연기하지만 이번에는 주변 인물들이 구양봉과 비슷한 비중으로, 모두 다 주인공인 듯이 폼을 잡아주거든요. 덕택에 '아비'랑 비슷한 민폐 나르시스트 빌런 캐릭터가 나와도 답답함이 덜 해서 좋았구요. ㅋㅋ 또 이 얘기 저 얘기로 계속 넘어다니는 구성 덕에 그다지 지루하지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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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장국영이 연기할 계획이었다고 그런 것 같은데. 따져보면 '아비'랑 공통점이 아주 많은 캐릭터이긴 합니다.)



 - 근데 사실 우리의 아비찡은 오히려 분신술을 쓰면서 파워업 했죠. 양가휘가 맡은 동사, 장국영이 맡은 서독. 이 둘을 가만히 보면 아비의 성격을 대략 반띵해서 물려 받은 자식들 같거든요. 무책임하게 여기저기 민폐 끼치며 살아 놓고 여자 하나가 자기 마음 안 받아준다고 지 혼자 비극 놀이하는 동사도. 본인 잘못은 눈꼽만큼도 생각 안 하고 남탓만 하며 골방에 처박혀 징징거리다가 막판에야 간신히 털고 일어나 움직이... 는데 정신을 덜 차려서 결국 끝이 안 좋은 서독도. 모두 아비 느낌이 낭낭한 게 사실은 그 아비가 왕가위 아저씨 페르소나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품게 했습니다.


 다만 뭐, 앞서 말 했듯이 다른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많이 커졌고. 그 중엔 장학우의 홍칠공처럼 긍정적인 캐릭터(이 양반은 아비정전 유가령, 중경삼림 왕페이 캐릭터의 남성 버전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도 있고. 좀 애매하지만 양조위의 맹무살수처럼 상대적으로 덜 답답한 캐릭터도 있고 해서 괜찮았어요. 전체적으로는 '아비정전'보다 오히려 숨 쉴 틈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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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전에 양조위가 중경삼림으로 한국에서 확 뜬 덕인지 이 캐릭터 맘에 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 비주얼 측면에선 뭐, 일단 탁 트인 배경이 펼쳐지는 장면이 많다는 게 큰 변화점이긴 한데. 그게 또 하필 사막이라서. ㅋㅋㅋ 사람 많은 도심 같은 건 당연히 안 나오구요. 마적떼를 제외하곤 엑스트라 한 명 필요 없이 한적 고독한 풍경들만 쭉 이어지는 데다가 그게 다 갈 곳 없는 사막이니 보기엔 시원해도 결국엔 또 갇혀 있는 사람들 이야기였다는 거. 


 그리고 이야기 측면에선 이제 완전한 환타지로 넘어왔는데요. 이것도 사실 큰 변화라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전에 적었듯이 전 '아비정전'을 보면서 무슨 꿈속 같은 공간을 떠다니는 유령들 이야기 비슷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지만 무협이라는 환타지 세계관이 바탕이니 그런 분위기가 좀 더 합리화된달까요. 그냥 그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본적으론 연속선상에 있는 비슷한 이야기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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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 호쾌하게 가둬드립니다.)



 - 근데 뭐 다 됐구요.

 결국 또 하나의 감성 무비라는 게 제 개인적인 결론이었습니다.

 다만 전 예나 지금이나 망한 사랑에 단단히 꽂혀서 본인이 우주의 중심이 되어 호올로 몸부림치는 류의 이야기엔 몰입이 잘 안 돼서 말입니다. ㅋㅋ 양채니가 들고 온 계란을 보며 어휴 저거 뜨거운 사막에서 며칠을 굴렀으니 옛날에 다 썩었을 텐데 홍칠공은 그걸 워떠케 먹었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임청하의 모용언, 모용연이 초단위로 변신하며 구양봉에게 성질 부리는 장면은 그냥 웃겨서 마음 편하게 웃었구요(...) 유가령이 등장할 때면 저 양반은 대체 어떤 집안에서 뭐하는 사람이길래 매일 밤마다 여자 혼자 애마부인 놀이 중인가가 궁금했고. 뭣보다 다들 대체 뭘 해서 먹고 살고 있는 것인가. 저 찌질한 성질머리들로 사회 생활은 어떻게 하나... 

 ...죄송합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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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뭐하시는 분이기에 밤마다 잠도 안 자고 물가에서 말이랑 놀고 계신 것인지.)



 - 스텝 프린팅을 액션에 써먹는 건 이 영화에서 어느 정도 완성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전 영화들까진 별로 안 멋진 액션씬을 멋있는 척해주는 치트키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건 나름 무협영화이다 보니 베이스가 되는 액션이 기본 퀄은 깔아줘서 그런지 스텝 프린팅으로 그림을 휙휙 날리고 끊어 먹어도 상당히 그럴싸해 보이더라구요. 


 올드팝들을 못 써먹게 된 자리를 잘 채워줬던 OST가 리덕스에서 변경된 것 때문에 아쉬워하던 분들이 많이 보이던데. 솔직히 전 이걸 27년 전에 극장에서 본 후 다시 본 적이 없어서 전혀 기억이 안 나구요. ㅋㅋㅋ 그냥 리덕스에 들어간 요요마의 연주 버전 음악들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나서서 튀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음악만 따로 떼어서 들어보면 또 의외로 그 자체로 듣기 좋은 모범적인 영화 음악이었다는 느낌.


 뭣보다 결말에서 홍칠과 구양봉의 갈라짐을 통해 영화가 구양봉 몰빵 과몰입을 피해간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느꼈어요. 홍칠의 길이 옳다는 것을 거의 명백한 수준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보니 주인공들의 갬성이 별로 와닿지 않았던 제 입장에선 맘에 들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어차피 구양봉 입장에 몰입한 사람들은 구양봉의 패배(?)까지도 그 감성의 일부로 받아들이실 테니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건전한 결말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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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원작 최애캐였던 홍칠공. 영화에서도 가장 긍정적으로 묘사돼서 좋았습니다.)



 - 결론적으로요.

 전 원래 뭐 하나라도 확실하게 튀고 또 그게 고퀄인 작품들에 대체로 후한 편이라, 이 영화도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전 오히려 많은 분들 좋아하시는 '아비정전'보다 이게 더 낫더군요. 왕가위의 연출력도 더 원숙해지고, 전달하는 이야기도 조금은 더 어른스러워진 이야기라고 느꼈어요. 물론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끝내주는 그림이었구요. ㅋㅋㅋ

 하지만 역시 특유의 그 감성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이거 보고 어제 '타락천사'까지 보고 나니 남은 넷플릭스 왕가위 영화들은 잠깐 쉬었다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진 다 투덜거리면서도 괜찮게 봤는데 '타락천사' 이걸 좀 험한 소리가 나오는 느낌으로 봐 버리는 바람에...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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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불패 후로 중성/양성적 캐릭터만 시켜대는 게 지겨웠던 게 은퇴 사유 중 하나라는데, 이 영화에서도... ㅋㅋ)




+ 가만 보면 왕가위는 줄기차게 로맨스만 다루면서도 그들의 사랑에 굳이 설득력을 부여할 생각을 안 한다는 게 특이합니다. 늘 둘 중의 하나에요. 그냥 훅! 하고 사랑에 빠져 버리거나. 아님 영화 시작 전에 이미 다 끝나버린 기억 속의 사랑이거나. 그래서 갸들이 그 사랑 때문에 그렇게 본인 인생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말아 먹는 상황에 별로 공감이 안 가는데요. 뭐 사람에 따라선 오히려 그렇게 디테일이 아예 없기 때문에 더 몰입할 수도 있고 그런 거겠죠. 그냥 저랑 잘 안 맞는 스타일인 걸로. ㅋㅋ



 ++ 배우들 일정 맞추기가 힘들어서 대역을 많이 썼다는 촬영 비화를 읽고 영화를 보니 영화 속 대화 씬이나 클로즈업 씬들을 볼 때마다 괜히 웃기더라구요. 대화 중에 한 명 얼굴만 오래 비추며 다른 사람은 목소리만 들리게 하는 건 '아비정전'에서도 자주 나온 방식인데. 똑같은 연출이 이 영화에 나오면 '응. 사실은 상대 배우가 아직 안 왔구나'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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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슨 대체 동사서독 촬영장일까요 동성서취 촬영장일까요.)



 +++ 그러고보면 우리 장여사님은 왕가위 영화에서 '많이 안 나와도 진 히로인' 전문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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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아예 특별 출연이셨던데. 그래서 분량도 많지 않지만 여전히 본인 포스와 캐릭터 역할의 중요성 덕에 존재감은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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