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이 같은 다른 영화가 있어서 글 제목에 연도를 적어놨네요. 런닝타임 92분에 장르는 뭐라 말하기 참 애매하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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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제작비도 모자라 죽겠는데 포스터에 쓸 돈 따위 있을리가!!! 라는 느낌의 포스터입니다.)


 - 뉴멕시코 인근을 쉐보레 말리부 한 대가 달립니다. 교통 단속 경찰이 따라와서 차를 세우고 트렁크 열어보라 그래요. 운전하던 할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 같음 안 열어볼텐데~' 라면서 열어주고요. 트렁크 안에서 뻗쳐 나오는 강렬한 섬광과 함께 경찰은 삽시간에 선채로 불타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라랄랄라 떠나는 우리 할배님.

 장면이 바뀌면 우리의 진짜 주인공, 풋풋하기 그지 없는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나옵니다. 마트에서 알바로 일하는데 이유 없이 개기다가 잘려요. 그리고 어찌저찌 잠깐 방황하다가... 얼떨결에 제목대로 '리포맨'이 되는 거죠. 이게 뭐 초인 같은 게 아니라 걍 자동차 할부로 사 놓고 돈 못 내는 사람들 찾아가서 그 차를 훔쳐(?)서 돌려 받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중엔 위에서 언급한 쉐보레 말리부 수배를 받게 되고, 영문 모를 고액 현상금이 달려 있는 걸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쫓아다니고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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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말리부가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차였다는 거. 이 영화로 얻은 예상치 못했던 지식이었네요. ㅋㅋ)


 - 위와 같이 적어 놓으면 무슨 멀쩡한 스토리가 있는 영화 같은 느낌인데, 별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주인공이 저 신비로운 쉐보레 말리부와 실제로 엮이는 게 거의 한 시간쯤 지나서이고. 그 전까진 그냥 주인공의 리포맨 적응기를 인간극장스럽게 보여주는 게 90% 이상이에요. 중간중간 그 말리부의 상황도 보여지고, 정체불명의 여자랑 살짝 썸도 타고, 뭐 이런 것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선배 리포맨들의 당황스런 장광설들을 bgm 삼아 주인공이 자기 일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당황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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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송뽀송 에스테베즈씨. 옛날엔 몰랐지만 지금 보면 집안 얼굴이 보입니다.)


 - 이게 뭐 어쩌라는 거지... 대체 말리부는 언제 다시 나오지... 이러면서 한참을 보다가 일단 대략 적응을 마치고 나면 뭔가 느껴지는 게 있긴 합니다. 그러니까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4년의 미국 사회를 다양한 시각에서 비춰주고 비판하고 조롱하는 거죠. 꿈도 희망도 대책도 없이 범죄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이라든가, 멀쩡한 직장을 얻어 사회 적응하는 데 실패한 아저씨들의 정신 승리라든가, 신자들을 갈취하는 기업형 교회들, 사람들을 옭아매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까지. 이렇게 나름 상당히 폭 넓은 소재를 다루는 가운데 그 중심은 어디까지나 타의로 아웃사이더가 된 젊은이 에밀리오 에스테베즈에 두고 있어요. 아마 당시 젊은이들에게 이 영화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이런 부분 덕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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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테베즈 외의 네임드 배우라면 이 분. 해리 딘 스탠튼씨 정도 되겠습니다.)


 - 근데 솔직히... 그게 그렇게 잘 되어 있진 않아요. ㅋㅋㅋ '컬트' 소리 듣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잖습니까.
 심각하게 봐주기엔 영화의 톤이 뭔가 애매하게 장르물스럽고 캐릭터들은 대부분 다 괴상한 느낌으로 과장되어 있고요. 코미디로 봐주기엔... 뭔가 애매하게 덜 웃깁니다.
 뭣보다 이야기가 그냥 듬성듬성 툭툭 끊어지며 진행이 되어서 집중이 잘 안 돼요. '런닝 타임도 짧은데 이왕 시작했으면 끝을 보자!'는 평소 습관이 아니었으면 중간에 멈춰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워낙 명성(?)이 드높은 작품이라 끝까지 보면 뭐라도 싱기방기한 구경 할 수 있겠지... 이런 맘도 있었구요. 그렇게 버티고 버텨 한 시간 십분쯤 지나가면, 끝을 20분 정도 남겨놓고서야 드디어 그 '뭔가'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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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가 뭔지는 안 알려드림!!!)


 - 그러니까 역시나 결국 그 쉐보레 말리부 사건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게 하일라이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턴 정말 뭐라 말하기 힘든 괴상한 장면들의 연속이에요. 타란티노스런 총격전부터 이티나 제목을 말할 수 없는 모 영화스런 장면까지 이질적인 장면들이 거칠게 턱턱 붙어 이어지는데 하나하나가 참으로 가관입니다. ㅋㅋㅋ 상황의 개연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캐릭터의 연속성도 안드로메다에. 진지하기 짝이 없는 장면에 그냥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어처구니 없는 대사가 튀어나오고 뭐 그래요.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정말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고 해도 제정신이 아닌 듯한 초 허접 특수 효과가 작렬하는 낭만적인(?) 마무리까지 보고 나면 대략 그때까지의 기다림이 보상 받는 기분. 애초에 원하고 기대했던 게 그런 거니까요. ㅋㅋ 그리고 그렇게 관대해진 심정으로 생각해보면 영화가 첨부터 쭉 이랬으면 금방 질렸을 것 같기도 하구요. 네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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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 전에 한 시간은 이런 것만 봐야 합니다. 그 시절 풍속도? ㅋㅋ)


 - 대충 이쯤에서 얼른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요 감독님이 다음에 만든 영화가 '시드와 낸시'라는 걸 봐도 그렇고, 역시나 '이 망할 놈의 세상 따위'라는 스피릿으로, 의도적으로 마구 질러 버린 영화가 되겠습니다.
 솔직히 무슨 스피릿을 장착하셨길래 이런 걸 보여주나... 따라가기 힘든 부분들도 많고, 전체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는 얘긴 도저히 못 해주겠네요.
 또 그 풍자란 것도 제가 1984년의 미국 젊은이들 심정을 잘 알 것도 아니니 맥락을 캐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구요. 그러다보니 상당 부분은 그냥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의 난장극은 확실히 기대(?)했던 카타르시스를 안겨줄만큼 개판(...)이구요. 또 그 난장판들도 그렇게 정신 없어 보일 지언정 분명히 전반부의 사회 비판과 풍자 맥락을 이어가며 마무리 짓는 성격이라 다 보고 나면 완성도에 대해서도 많이 관대해지는 느낌이고... 뭐 그랬습니다. 심지어 다시 한 번 보면 훨씬 재밌게 볼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러네요.
 어쨌든 자비심 없이 그저 확실하게 괴상한 영화를 보고 싶은 기분인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다만 보상(?)을 받기 위해선 대략 한 시간은 버텨야 한다는 건 잊지 마시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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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런 거 보고픈 분들 보시면 됩니다. ㅋㅋㅋㅋㅋ)




 + 아. 한 가지 빼먹었는데요.

 이 영화에서 참 괴상할 정도로 멀쩡하고 심지어 고퀄인 부분이 하나 있으니 바로 카체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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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차 몰고 술래잡기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하나 같이 평범한 듯 하면서 은근 고퀄이에요.

 물론 이 말 보고 카체이스 구경하려고 이 영활 재생하시면 절대 안 되구요. ㅋㅋㅋㅋㅋ



 ++ 왜 그런진 모르겠으나 이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공산품들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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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협찬을 못 받아서 빡쳐서 이랬다.

 2. 자본주의 껒여! 내 영화를 이용한 홍보 따윈 용납 못 한다!!


 둘 중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영화의 괴상한 분위기에 은근슬쩍 일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무슨 디스토피아 SF느낌 같은 것도 조금 나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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