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호빗 - 뜻밖의 여정 봤습니다. 왕십리 HFR 3D 아이맥스로요.

 

제가 반려개님 이름을 '반지'로 지었을만큼 반지의 제왕 시리즈 왕빠수니라서

(반지가 처음 새끼를 낳았을 때 아가들의 이름은 레골라스-아르웬-프로도,

이후에 또 새끼를 낳았을 때 아가들의 이름은 메리-피핀-샘이었죠. ^^;)

호빗 시리즈도 분명히 보고 무조건 좋아할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긴 했었습니다만,

그래도 영화 보기 전에 워낙 호평보단 악평이 많아서 긴장되는 부분이 컸어요.

그런데 역시나, 좋더군요. 3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봤습니다.

영화 끝나고 엔딩크레딧 올라오는데 10년을 애타게 기다려왔던 영화가 벌써 이렇게 끝나다니ㅠㅠ

싶어서 너무너무 아쉬워서 선거날 레미제라블 예매 취소하고 또 봐야겠다 결심했어요.;;;

 

 

우선 기술적인 부분에서,

왕십리 아이맥스관 음성 씽크 문제 때문에 말이 많았다는데 다행히도 그 문제는 깔끔하게 고쳐졌더군요.

제가 좀 막눈이라 HFR 효과는 잘 모르겠고, 화질이 지나치게 선명해서 TV 화면처럼 보인다던가 하는

부분도 잘 모르겠고 암튼 화질은 꽤 좋았고 입체효과도 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 화면에 적응하기까지 한 10여분 동안 좀 어지럽긴 했는데 적응되고나니까 괜찮더라구요.

 

기술의 발전을 가장 확실하게 느낀 부분은 반지 시리즈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풍부해진 그래픽들이었어요.

특히 원정대가 절벽 틈을 빠져나와 만난, 반지 시리즈에선 매우 좁게 잡았던 리븐델의 전경이

커다란 화면에 가득 차는 순간의 전율이란...ㄷㄷㄷ 그래요, 리븐델은 이렇게 넓은 땅이었다구요!!! ;ㅁ;

그리고 트롤이나 고블린, 오크들의 섬세한 표정들에서 이어지는 골룸의 섬세한 표정도 레알 소름 돋았네요.

반지 시리즈에 비해 미묘하게 젊고 생기있는 골룸의 외모, 심지어 머리숱도 몇가닥 더 있죠.ㅎㅎㅎ

그 섬세한 외모 묘사도 그렇고, 표정 하나하나가 어쩜 그렇게 살아있던지..

특히 마지막 반지를 잃고 절망하는 골룸의 슬픈 표정은 장화신은 고양이 급의 임팩트였습니다. ㄷㄷㄷ

그 순간 잠시나마 빌보한테 이 나쁜 놈아 우리 골룸이 프레셔스 내놔라!! 하고 땡깡 부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능..;

 

억지로 스토리를 늘려놨다는 비판은 막상 보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요.

그래도 전 빠수니라 이 소중한 영화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많이 보고 싶은지라 늘려줘서 고맙네요.

뭐, 우려만큼 억지로 쭉쭉 늘려놓은 건 아니고 틈새틈새를 액션으로 잘 메웠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스토리 늘린 덕분에 영화에서 최고 귀여운 순간, 라다가스트의 토끼 썰매도 나왔구요.

원작엔 등장 안 하는 프로도부터 갈라드리엘 마님이나 사루만 등의 인물들 오랜만에 등장시켜서

반지 시리즈 팬덤 상대로 추억팔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 호빗 시리즈 기획 자체가 그 거대 팬덤 공략의 목적도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19살 때 찍은 빌보의 생일날 장면의 아침을 10년도 지난 후에 다시 찍었는데

얼굴이 하나도 안 변한 (물론 CG의 힘도 쪼매 있었겠죠?;) 일라이자 우드는..........

 

의외로 제가 품은 미미한 불만은 드워프들 너무 얼굴 중심으로 캐스팅한듯ㅋㅋㅋ 인데요.

제대로 드워프다워 보이는 인물들이 너댓 밖에 안돼요. 뭐, 이해는 합니다.

시꺼먼 남자들만 열다섯이나 뭉쳐다니는 원정대에 비쥬얼 담당 정도는 있어야요.

소린이 상반신 샷만 보면 드워프 왕자가 아니라 누메로르인 왕자 같지만... 뭐, 대장이잖아요. ^^;

필리 킬리 형제들, 너무 인간타입 미소년이지만... 뭐 이런 꽃돌이들도 좀 있어야죠.

.................라고 하기엔, 킬리는 솔직히 너무 엘프형 꽃미남이긴 해요.ㅎㅎㅎ

심지어 주특기도 드워프들에게 흔치 않은(+엘프들이 유난히 뛰어난 분야인) 능력인 활쏘기!

원작 읽은지 너무 오래돼서 원작에서 킬리의 주특기가 활쏘기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암튼 좀 엘프들이 받던 인기를 가져오려고 노린 건가... 싶은 설정이긴 하네요.

소린이 활공격이 필요할 때마다 킬리이이이~!!! 하고 외칠 때마다 아라곤이 헬름협곡에서

레골라스으으으으~!!! 하고 외치던 장면이 오버랩됐거든요.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까 나중에 다섯 군대의 전투에서 죽는 애들만 미남으로 캐스팅했네요?

전사할 때 관객들의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나.......

(↑ 요건 아마도 3부 쯤에 나올 내용인데 문득 생각이 나서... 암튼 스포일러니까 드래그 처리)  

 

 

하고 싶은 말들이 매우 많았는데 영화본지 만 하루가 지나고나니까 그새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리하여 저는 내일모레 또 (이번엔 코엑스 M2관으로) 호빗을 보러 갈 예정입니다.

사실 내일모레 출근을 할지 안 할지도 아직 결정이 안됐는데 마음은 이미 출근 안함으로..ㅋㅋㅋ

이 긴 영화감상글을 빙자한 빠순심 분출 글의 마무리는

제 덕심의 결정체인 이름의 주인공, 반지마마의 사진으로 마무리해봅니다. ^^

 

 

 

 

 

 

 

 

 

 

반지마마, 간식을 달라고 땡깡 부리는데 마침 육포 사다놓은 게 떨어져서 개껌을 줬더니

원하던 것이 아니라고 잠시 실망, 그래서 제가 싫으면 도로 내놔~ 하니까 또 그건 안된다며

개껌을 물고 제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로 수면을 취하고 계십니다. ^^;

 

 

 

 

 

 

주인이 출근준비할 때면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한 개가 되어버리는 반지마마...

늘 안쓰러운 마음에 한참 출근준비하다 말고 넋을 놓고 5분씩 쓰담쓰담을 해주곤 합니다.

그래도 저러다가 저녁에 집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발랄한 개가 되어 반가워해주는 것이,

집에 돌아가면 반겨주는 가족이란 존재의 소중함을 매번 절실하게 깨닫죠.

반지 시리즈에 낚여서 지어준 이름으로 어느덧 10년이 넘게 같이 살았는데

앞으로 그 세월만큼만 더 같이 살았으면... 이라고 생각하는 건 욕심이겠죠.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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