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안좋습니다.
거의 끝무렵이지만 달거리도 하는 중이라 신경이 좀 예민하고요.
그리고 가을을 타는 건지 요즘 기분이 매우 가라앉아 있어요. 아무 일도 없는데 집에 혼자 있으면 훌쩍훌쩍 울어요.

오늘 엄마가 보내신 택배가 왔어요. 낮부터 전화하셔서는 일찍 퇴근해서 냉장고에 잘 정리해서 넣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죠.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서 빼빼로며 과자 몇 개를 사왔어요. 주말에 종일 집에서 쉬려고 계획해서 주전부리를 좀 샀죠.

오늘 아침도, 점심도 제대로 안 먹고 빵이랑 우유, 머핀으로 때웠어요. 저녁은 감기약도 먹어야 하니 집에서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이랑 밥이랑 먹으면 되겠다 생각하고 집에 도착.

근데 집 앞에 놓여 있는 택배 상자가 너무 큰 거예요. 이미 이 때 전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어요.
낑낑거리며 들고 들어와서 열어봤을 때는 화가 났어요.
저한테 이야기 할 땐 분명 물김치 조금, 총각김치 조금, 쌀 조금 보내마 하셨는데 이건 전혀 조금이 아니었거든요. 보통은 반찬통에 담길 정도로 보내시는데 이번엔 무슨 연유에선지 김치통에다가 잔뜩 넣어서 보내신거죠. 그리고 김치 뿐만 아니라 다른 밑반찬 몇 가지까지 보내셨어요. 제가 전혀 부탁드리지도 않은 반찬을. 제가 생각한 양의 2.5배정도 온 것 같아요.

전 저한테 이렇게 많이 보내신 게 너무 화가 났어요. 애초에 저한테 말한 것과 다른 것도 화가 나고 제게 물어보지도 않은 것도 화가 났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성들여 보내주신 걸 보고도 고맙다는 마음이 들기는 커녕 화를 내고 있는 저한테 화가 나요.

퇴근하면서는 뱃가죽이 등에 붙은 것 같고 꼬르륵 소리가 계속 나서 맛있게 밥 먹어야지 했는데 작은 냉장고에 겨우겨우 집어 넣고 나니 식욕 뚝. 아니 배는 여전히 고프지만 밥은 전혀 먹고 싶지가 않아져서 결국 주말에 먹을 간식으로 저녁을 먹었어요.

네, 배 부르고 복에 겨운 투정인 거 알아요. 이 나이 먹도록 고마운 줄 모르고 혼자서 화내고 있으면 철이 없는 건 물론이고 개념 없는 짓인 줄도 알아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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