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곽노현 교육감이 날아갔네요. 헌재에서의 마지막 한 판이 있다고 하지만 별로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형기 다 끝나고 심지어 교육감 임기까지 끝날 때까지 헌재가 사건을 가라앉힐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경남도지사에 이어 서울시 교육감까지, '그들'이 수복할 기회를 얻었네요.

 

이 사단의 계기는 단일화입니다. 되짚어보면, 당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보수진영 후보에 지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진보진영을 대표한다는 곽노현과 박명기가 지지율을 합치면 이길 것 같았죠. 그래서 진보진영에서는 둘이 단일화를 하라는 압박을 계속 줬고, 실제로 이런 저런 만남을 주선해 단일화 협상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때 박명기는 그동안 쓴 선거비용을 보전을 요구했고, 곽노현은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실무진에서 곽노현의 의사와 상관없이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고서 단일화 협상을 타결시켰고, 곽노현을 그것도 모른 채 박명기 후보가 통크게 양보한줄 알고 단일후보가 되어 당선되었죠. 당선된 후에 박명기가 이것 저것을 요구하기 시작하자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알아보니 실무진이 사고를 쳤던 겁니다. 결국 곽노현도 주변의 끈질긴 설득에, 선거비용을 다 보전해줄 순 없고, 당신 형편이 그리도 어렵다니 내 최대한 돈 모아서 주마, 하면서 2억을 줬습니다. 그게 결국 발목을 잡았고요. 곽노현은 이게 "절대 후보 사퇴의 대가가 아니고, 경제적으로 어렵다니 불쌍해서 준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법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또 실제로 공판 과정에서 곽교육감은 "박명기가 후보 사퇴를 해준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런 곤궁에 처했다고 했을 때 2억을 줬겠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한 백만원쯤 냈을거라고 했던 걸로 기억해요. 애매한 지점인거죠. 선거에서 단일화를 해서, 결국 나랑 단일화를 해서 어려워진 사람이니 백만원이 아니라 2억을 줬는데, 그렇다고 그게 단일화의 대가는 아니다... 라고 구구절절이 설명한건데 잘 안먹혔죠. 솔직한 심정으로 '선의'라고 발언했다가 놀림이나 받고.

 

어쩌다보니 최근 여러 선거는 새누리당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후보들은 단일화를 해야 이길까 말까 하는 판세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2등과 3등의 지지율 합이 1등보다 앞서면 2등과 3등에게 합치라고 요구합니다. 물론 같은 편에 가까울 때에 한해서지만요. 그 이면에 얼마나 힘든 과정이 있는지를 신경쓰지 않죠. 그 어두운 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곽노현 사건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단일화를 할 때 선거비용을 합법적으로 보전해주는 등의 길을 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만.. 쉽게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아름다운 단일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해소하는 수단으로만 쓰이면 모르겠지만, 이건 자칫하면 후보 매수를 대놓고 허용하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어차피 안될 것 같아서 사퇴를 마음먹은 후보로서는, 그냥 사퇴해서 돈을 다 날리기보단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단일화"의 이름으로 자기의 지지율을 팔고 싶어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단일화'를 통해 우리 편이 이기기를 바란다면, 애초에 단일화 과정을 먼저 거치고, 단일화 된 후보만 출마해야 합니다.

 

이 사건이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단일화 협상은 이제 예비후보 등록 단계에서 조기에 이루어질 수도 있겠죠. 맘이 복잡하네요. 교육감 선거에는 정당이 끼어들 수 없으니 이 건에는 해당이 안되지만, 애초에 당내 경선에서 단일화가 끝나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근본적으로... 왜 이쪽은 얘랑 쟤랑 합쳐야만 그쪽한테 이길 수 있는건가, 왜 그쪽에서는 여럿이 튀어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뭔가 진지하게 써보려고 했는데 두서없이 쓰다보니 완전 바낭이 되어버렸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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