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그러니까 어제 빅 이벤트를 치렀습니다. 집 거래요.

당연히 집으로 재테크하는 멋진 인생은 아니어서 사던 집 팔고 새 집으로 가는 건데요.

계약은 진작에 했고 어젠 잔금 & 서류 처리였죠. 근데...


아시다시피 이런 경우엔 일단 먼저 저희 집 파는 거래를 마친 후에 사는 거래를 마무리하잖아요.

근데 제가 준비 서류를 빼먹는 만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아침부터 동사무소도 주민센터도 아니게 된 행정복지센터로 왕복 달리기를... 

다행히 거리도 가깝고 대기도 전혀 없어서 10분 컷으로 해결하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역시나 나는 사무 업무는 안 되겠어!!'라는 평소의 생각을 30배 강화했습니다. ㅋㅋ


저희 집을 사는 분들은 아직 식을 안 올린 예비 신혼 부부였는데요.

예비 신혼... 이기도 하거니와 사람들이 굉장히 밝고 즐거운 분들이어서 괜히 즐겁고 좋았습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들 잘 사시길 이유 없이 빌어 봤네요.



2.

학교에선 매년 이 시즌마다 '올해의 입학생 수는 얼마냐!'가 이슈입니다. 출생아가 매년 신나게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학교의 경우엔 학급 수가 교사 티오와 실시간 연동(...)이 되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인데요.

제 직장의 경우에도 얼마 전에 한 학급이 줄었다가 다음 해엔 어찌저찌 다시 늘었고... 그러다 올해는 또 줄었네요.

그래서 '대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가 궁금해서 연도별 출생아 통계를 늘어 놓고 들여다 봤지요. 결과는...


7년, 길어도 8년 후면 입학생 수가 현재의 2/3로 줄어들겠더라구요. 그리고 12년 후엔 현재의 절반이 됩니다.

이래서야 조국의 미래가!!! 는 솔직히 두 번째 문제이고 저 같은 경우엔 '이래서 정년 채울 수 있겠나?'가 가장 급한 문제인데요. ㅋㅋㅋ

끼니 걱정 않을 노후를 위해서는 무조건 정년은 채우는 게 답인데. 이래서야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버틸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반 직장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학생 수가 줄어도 전혀 줄지 않는 업무들이 있고. 교사 수가 줄면 그걸 나눌 머릿 수가 줄어드니까 지금보다 행정 업무가 몇 배가 되겠죠. 


게다가... 한 학년에 담임 두 명씩 앉아 있는 풍경을 생각하면 별로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전교생이 100명, 200명 이렇게 될 미래를 상상해보면 음...

올해도 진지하게 장래 희망이 교사라는 아이들이 꽤 있었는데. 당장 때려 치우라고 갈궜어야 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ㅋㅋ


근데 대체 대한민국 교육부는 얼마나 더 학생이 줄어들어야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oecd 수준으로 낮춰줄까요? 인구 감소 스피드는 세계 최강인데...

제 직장의 경우엔 10년째 당당하게 '과밀 학급'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냥 그걸 유지시키면서 학급 수를 줄여대는 식으로 교사들 쳐내기에만 몰두 중이라. 앞으로도 미래도 별로 밝지 않네요. 허허.



3.

원래는 방학하면 영화를 하루에 몇 편씩 보고, 드라마를 1일 1시즌 보고, 게임 하나를 당일에 엔딩 보고... 등등 야심찬(?) 계획을 잔뜩 세워놨었는데.

이번엔 12월을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업무들로 가득 채우고 폐인처럼 살아서 후유증이 좀 남았나 봅니다. 

간신히 애들 밥이나 챙기고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밍기적밍기적거리다가 하루를 다 보내네요. 그래서 '이대로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또 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일 없이 빈둥거릴 수 있는 게 이 나이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더라구요.

그래서 좀 더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하핫.



4.

자식이 둘이니 자기들끼리 노는 시간들이 꽤 있어서 키우는 게 확실히 좀 편하긴 합니다만.

딸내미는 참 저랑 하고픈 게 많아서 저를 슬프게 합니다. ㅋㅋㅋ

아들은 이제 좀 컸다고 혼자서 빈둥거리는 걸 많이 즐기는 편인데 딸은 유독 무조건 둘이 함께 해야 하고 셋이 함께 해야 하고 가족이 함께 해야 하고 뭐 그래요.


근데 웃기는 건, 그래서 딸이랑 둘이 뭘 하안참 하고 있으면... 아들이 스멀스멀 다가와서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겁니다.

뭐라고 말도 안 하고 그냥 알짱거려요.

그러다 제가 '너도 같이 할래?' 그럼 헤헤헤 웃으면서 신나게 하는데...

그럼 딸이 대놓고 밀어냅니다. ㅋㅋㅋ 게다가 딸이 덩치도 크고 힘도 더 세서 아들은 속절 없이 밀리죠. 서러워하는 게 보이는데 동생은 아랑곳 않고...

게다가 둘이 취향, 성향이 워낙 달라서 매일매일 이놈들 안 소외되도록 놀아주는 것도 일입니다. 난 듀게질 해야 한다고 이것들아!!!



5.

집 거래는 끝났지만 제가 이사해 들어갈 집의 공사 문제로 여전히 원래 살던 곳에서 탱킹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매수자 분들께서 입주까지 여유가 좀 있으셔서 저희 가족 사정을 봐주셨거든요. (복 받으세요!!! ㅠㅜ)

다만 2주 후면 집을 빼야 하니 그 전에 짐 정리를 다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또 그때까지도 공사가 안 끝나서 저희 부모님 댁에 가서 신세를 지기로 했는데... 그동안 서로 불편할 것도 벌써 피곤하구요. ㅋㅋ


지금 사는 곳이 둘째가 두 살일 때 이사해 들어온 집인데 (심지어 그 시절 듀게에 사진도 올렸었... ㅋㅋㅋㅋ) 어느새 그 녀석이 열 살입니다.

거의 10년 가까이 살았다 보니 이사를 결정했을 때도 그랬고, 또 이렇게 이사가 다가오니 갑자기 센티멘털 휴머니스트가 된 기분이네요.


그래서 문득 제가 가장 오래 살았던 집을 생각해봤는데... 12살 때부터 21살까지 살았으니 세월로는 딱 10년인데.

그게 그냥 10년이 아니잖아요. 국민학생 때부터 대학 입학하고 군대 갈 때까지.

사춘기에 수험생에 대학생 + 입대까지니까 인생 가장 예민하고 드라마틱한 시기를 다 그 집에서 보낸 셈이죠.

그래서 추억도 가장 많구요. 옛날 일들 떠올리면 그 집 생각이 가장 많이 나고 그래요.

돌이켜보면 다행히도 꽤 좋은 세월이었습니다. 부디 자식놈들도 다음 살 집에서 그렇게 좋은 세월 보낼 수 있길.



6.

학년 말, 겨울방학 직전에.

한 번도 안 놀고 계속 무슨 과제 같은 걸 내줬던 동아리 수업 마지막 날에 애들이 하루라도 영화 보고 과자나 좀 뜯어 먹자고 난리를 쳐서 그러지 뭐... 했는데요.

애들 30명 정도를 앉혀 놓고 틀어서 무슨 문제 생길 걱정 없이, 그리고 너무 재미 없다고 성화 들을 걱정 없이 가장 무난하게 틀 수 있는 장르는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ㅋㅋㅋ 

그런데 최신 작품들은 어차피 애들이 다 봤다고들 해서 결국 '고전이나 봐라 이것들아!' 하고 이걸 틀었죠.




아 근데 좀 의외였습니다.

대체로 재미 없어 하더라구요(...)

뭐 이제 이것도 18년(!)이나 묵은 작품이니 그럴 수 있겠... 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의외였네요. 

신카이 마코토 갬성과는 많이 다른 걸까요? 다들 스즈메의 문단속은 그렇게들 좋아해놓고! (전 안 봐서 모릅니다 ㅋ)


그리고 그렇게 틀어 놓고 강제로 한 번 더 본 제 소감은... 

역시 맘에 안 듭니다. ㅋㅋ 음악도 좋고 감성도 좋고 멋진 장면들도 많고 이야기도 기본적으론 재밌는데.

지 연애질 하겠다고 주변에 끼친 민폐들이 너무 거슬려요. 뭣보다 그 소화기 남학생은 정말 끝까지 책임 안 지고 그냥 내버리지 않습니까.


뭐 그래도 노래는 여전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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