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의 음악앨범'을 봤어요.

2024.02.01 00:35

thoma 조회 수:410

'유열의 음악앨범'을 넷플릭스에서 봤어요. 

2019년 작이네요. 정지우 감독의 영화 중엔 '4 등'을 참 좋게 본 기억이 있고 이 영화도 호평이 많아서 오래 찜해 두었었는데 마침내 손이 가서 보게 되었습니다. 

보기 전에 포스터를 보고 기대한 정도를 거의 알맞게 채워 주는 영화였어요. 

11년 정도의 시간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는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헤어지게 되는 데에는 본의와 본의 아닌 이유가 섞여 있고, 다시 만나게 되곤 하는 것에는 우연의 힘이 과하게 작용하기 땜에 이 부분에 좀 너그럽게 한쪽 눈을 감아 주어야 합니다. 첫 만남부터 사실 실눈 뜨기를 해야하긴 합니다. 정해인 외모의 고삼 짜리가 빵집에 들어가서 모 식품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리둥절한데, 그 날이 남주인공에게 그냥 제정신을 살짝 벗어난 날이었다고 큰 맘 먹고 봐줘야 해요. 


따지자면 영화의 중요한 국면들에 이런 무리가 있지만 이상하게도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점이 연출의 힘인가 싶어요. 아래 포스터처럼 수채화 느낌으로 갑니다. 수채화 느낌이라는 건 힘이 안 들어가 있는 담백함 같은 거 말입니다. 중심 인물이 안고 있는 문제가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각자 먹고 사는 일도 녹녹치 않고요. 이 문제들이 영화 끝까지 두 사람을 따라오는데 관객 입장에서 너무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힘들다 싶은 느낌을 갖게 되지는 않습니다. 큰 문제를 제외하고도 먹고 사는 고단함이 무시되진 않아서 쟤들이 우아해 보일 때도 물밑으로 열심히 발을 젓고 있겠지 생각하게는 됩니다만 가볍게 갑니다. 

영화의 톤이 지나간 일을 추억하는 분위기입니다. 첫 장면에서 2004년이라 표시되고 마지막에 2015년 표시가 된 시간대까지 옵니다. 그런데 각각의 시간대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영화에서 누군가가 회상하는 것을 실제로 보여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가 전개되는 시공간 자체가 추억하는 시공간의 느낌이에요. 정경들은 실제 화면은 안 그런데도 어쩐지 부옅게 흐리게 보이는 듯하고 가난한 듯하나 구차함은 없고 아늑하고 따뜻하며, 실시간의 고통을 드러내는 식이 아니고 조금은 묵힌, 다룰 수 있었던 지난 일을 돌아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회상하는 인물은 안 등장하나 회상하고 있는 영화랄까요.

제목부터가 한 시기의 기억을 자극하고, 영화의 지향 자체가 그렇습니다. 추억의 한자락을 펼쳐놓는 것이죠. 너무 아픈 일은 '추억'이 되진 않잖아요.  

저는 앞서 적었듯이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기대한 만큼은 충족되었어요. 오랜만에 이런 순한 영화도 보니 좋습니다.

  

걸핏하면 하는 말이지만 배우들의 외모가 껄끄럽긴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정해인의 외모에 대해 알리바이 심기를 꽤 합니다. 어째서 김고은에 대해선 그런 장치가 없는지 모르겠지만요. 심달기 배우가 잠깐 등장해서 영화의 낭만성을 완전히 깨는 역할을, 연기를 해버려서 웃음이 났네요. 이분 정말 날라리 학생 연기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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