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지는 거다, 라는 자명한 대전제 앞에 남자라고 해서 다르겠는가만... 직간접경험추체험 동틀어 꽤 오래 가렵다 못해 곪은 궁금증의 내용은,

너무 뻔하게도 상대방 남자와의 소통과 교감의 부재(족)인 듯 합니다.

 

포괄적으로는 그러하고 더 깊이 들어가면 이미 틀어질대로 틀어져버린 상황에서도 여자들이 갈구하는 건, 남자로부터 받는 사랑. 그것을 여전히 갈망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미 더 이상 줄 마음이 없다는 것이 비극.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다가 돌리는 채널에서 이따금 '그 남자 그 여자' 라는 프로그램을 보곤 하는데 열이면 아홉이 이미 끝장 일보직전인 관계에서도 여자들이 바라는 건 남(편)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열망. 그것을 버리지 못함에도 충족되지 않는 결락이 가장 큰 통점인 듯 합니다. 손을 놔버릴 수도 없으면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을 망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력함. 또는 이미 다 빠져나가버린 빈 손바닥을 현실적으로 주먹 쥐지 못하는 미련(함) 같은 거.

 

방송 중 어느 타이밍이 되면 여자가 오래된 장롱을 뒤져 카메라 앞으로 들고나오는 것은 옛날 결혼 앨범이나  빛바랜 사진으로 남은 낡은 행복의 증거. 과거의 그거 현재의 남자에겐 의미가(나) 있을까요? 여타의 연애게시판을 둘러봐도 남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거나 믿지 못해 안달하는 여자들의 글로 넘쳐나고, 혼자서 이별도 잘 하고 번복도 잘 하는 수많은 여자들을 볼 때마다, 자기 여자를 그렇듯 고통스럽게 하는 그 숱한 무심한 남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제대로 야코를 먹일 수가 있나 하는 심술궂은 생각이 다 드는 겁니다.  (이성애적인) 남녀관계에서 여자들이 고통받는 것과 비례하는, 남자들이 느끼는 쥐약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이며 어느 지점이란 말입니까?

 

결론은, 절대로 너무  잘 해주지 말고 몸이든 마음이든 물질이든 제일 좋은 것은 (가급적 늦게 또는 끝까지)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이미 줘 버린 것을 되돌릴 수 없다면 내다버렸다는 심정으로 쿨하고 무심해져야 한다는 약은 생각만이 고전적인 해답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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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사이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셨네요.

 

네, 어떤 분 말씀대로 욕도 먹고 반론도 많이 듣고, 공감은 어려운 글을 제가 썼나 봅니다^^.  앞서 쓴 본문을 수정할 생각은 없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남녀차이 들먹이며 싸우자고 도발한 건 아니고요. 특히 본문과 다르게 자신의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모든 면에서 지극히 다정하고 인격적이고 솔직한 관계맺음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글에서 읽힐 수 있는 가해성이 불편할 법한 남자분들, 또는 예의 여자들 못지 않게 연애나 결혼에 상처받아 본 경험이 있는 남자분들과,  남녀관계에서의 감정문제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현명한 여자분들도 많다는 점을 전혀 모르진 않음에도 이 글이 어찌 읽힐 지 세심하게 고민하지 않고 간과했네요(많이 정제되지 못한 글이라 더 그렇습니다만). 부연하자면 이 글의 발단이 1의 본문에서처럼 우연찮게 몇 번 본 종합채널에 나오는 리얼다큐(?)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고, 어느 자유게시판들에서 흔히 봐왔던 여자분들의 연애고민, 그리고 이즈음 제 주변에서 연애 문제로 괴로워 하는 여자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발견한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 관계의 끈을 놔버리지 못하는 심리에 대한 이해와 동시에 느끼는 답답함이 다소 편향적인 글로 표현되어 여러분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도 있겠어요. 

 

조금 달리 얘기하자면, 둘의 관계에서 이미 한쪽의 마음이 식었거나 닫혔음에도 나머지 한쪽은 그대로의 감정이라면 주로 나타나는 1의 현상이 성별을 떠나 보편적인 것인데, 거기서 보여지는 많은 무심한 남자들의 패턴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점을 제 (좁은)경험치에서 피력했을 뿐, 그렇다고 설마 남자들은 남녀관계에서 아무런 상처도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겠습니까.

 

어떻든 제가 쓴 이 글이 편협하고 멍청하게 읽힐 수도 있는 다분히 주관적인 글이라 해도, 여러분의 의견들 더 생각해보고 고민해 보겠습니다.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들에 댓글 남겨주실 분 계셔서 달아주시면 고맙겠어요. 저는 잠깐 운동하러 갔다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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