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하면 '미식의 도시'라고 하죠. 그런데 막상 살아 보면 "진짠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소문의 그 많다는 맛있는 음식과 식당들은 다 어디 있는 것이며, 게다가 가격도 한국과 비교해 그다지 착한 것 같지 않아요.  홍콩에 사는 한국인들이 모이면 초창기에 하는 말이 "외식비가 비싸다"입니다. 그리고 입맛에 맞는 곳을 찾다 보니 아무리 길에 식당이 널려 있어도 항상 가는 식당만 가게 되죠. 가끔씩 가이드북 꺼내 들고 한번씩 찾아가 보기도 하지만, 가이드북에 있는 곳들은 다는 아니어도 가격이 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1년 넘게 살았으니 그동안 제가 가 봤던 식당들 중 괜찮았던 곳 몇 곳만 소개하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니 다른 분들과 의견이 당.연.히  다를 수 있습니다.(^^)  가이드북과 겹치는 곳도 좀 있습니다.

 

1. 나뜨랑

 -  베트남 식당

 - 강추하는 식당입니다. 요즘은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어 한국분들이 심심찮게 보이고 여기저기 지점이 생겨 처음같은 신선한 충격은 없지만, 처음 이 곳 베트남 국수를 맛 보았을 때는 정말 신세계를 만난 듯했습니다. 나중에 더 저렴한 가격의 베트남 국수집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었으나 결국 어느 정도의 가격은 품질을 보증하는 것이라고 믿고 요즘은 충실히 나뜨랑만 다닙니다.^^ 

 - 간판 메뉴인 베트남 국수(포 누들이라고 하죠) 외에도 대부분 음식들이 다 괜찮습니다. 우리 아들은 고기를 좋아해서 우리 가족은 이 식당에 가면 대나무잎에 싸서 숯불에 구운 듯한 고기 요리(90 홍콩 달러)를 시키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습니다.

 - 센트럴 본점과 하버 시티 내의 지점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완차이, 타이쿠싱에도 있습니다.

 

2. 운남국수

  - 운남 국수는 2가지가 있습니다. 편의상 덜 매운 것과 많이 매운 것이라고 하죠. 한국사람들은 두 가지 종류 모두 다 좋아합니다. 하지만 매운 것 매니아인 저는 많이 매운 맛이 더 좋습니다. 침사추이의 성림지(?이름이 갑자기 기억이 잘 안 나네요)가 유명합니다. 저는 아무 일 없어도 일부러 먹으러 가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 많이 볼 수 있고, 일본 사람들도 많이 옵니다. 성림지는 침사추이에 또 다른 분점이 있고 타이쿠싱 시티 플라자에도 분점이 있지만 침사추이 본점이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갔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중간보다 약간 매운 맛'을 시켰다가 정말 눈물, 콧물 쏙 빼고 음료수 2잔 먹으면서 간신히 다 먹었네요. 매운 정도와 신 정도를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고기를 뺄 수도 있고, 파를 추가할 수도 있고, 하여간 여러모로 개인 식성에 맞게 맞추어 먹을 수 있습니다. 느끼한 홍콩 음식에 질린 한국 사람들, 비올 때 국수 생각나면 많이들 먹으러 옵니다. 침사추이 성림지 이외에도 홍함에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는 못 가봤네요. 센트럴에 있는 운남국수는 매운 정도가 성림지보다 조금 덜해서 좋더군요. 코즈웨이 베이에도 유명한 운남국수집이 있다는데 제가 간 곳이 그 곳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곳도 먹을 만합니다.

 

  - 좀 덜 매운 운남국수도 맛있습니다. 면은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하던 형태로 둥글고 굵은 쌀면이구요, 새콤매콤한 것이 술술 잘 들어갑니다. 가격도 착한 편이라 이 국수집도 한국인으로 붐빕니다. 타이쿠싱 시티 플라자에 큰 식당이 있고 셩완에서도 한 군데 봤네요.

 

3. 팀호완

  - 홍콩에서 딤섬 이야기를 빼 놓을 수는 없겠죠.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팀호완입니다. 딤섬집으로는 유일하게 미슐렝 별을 받았다나 뭐라나... 하지만 저는 가격이 싸서 갑니다.--; 몽콕에 본점이 있는데 엄청나게 오래 줄을 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행히 센트럴 IFC 지하에 분점이 생겨 그쪽으로 갑니다. 11시 15분쯤에 가면 바로 앉아 먹을 수 있지만 11시 30분 넘기기 시작하면 30-40분 정도 기다린다 생각하셔야 합니다. 대기 번호 호명했을 때 인원 수가 전부 다 있지 않으면 입장할 수가 없어서 누군가 한 명은 식당 앞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홍콩 숫자 정도는 익히게 되지요. 하하. 저는 바베큐 번이랑 닭고기를 넣고 찐 찹쌀밥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격이 정말 저렴합니다. 역시 강추예요.

 

4. 세레나데

  - 빅토리아 항을 보면서 은제 식기로 우아하게 딤섬을 즐길 수 있는 식당입니다. 동물 모양 딤섬이 재미있긴 한데 디저트 종류가 대부분이란 걸 몰라 처음에 좀 당황했어요. 분위기도 좋고 한데 차값이 좀 비쌉니다. 남편이 보이차를 시켰더니 3명이서 차값만 60달러 정도 나온 듯하네요.

 

5. 울루물루

  - 야경을 즐기며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이 식당을 가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친정 부모님들이 오셔서 식사할 장소를 물색해 보던 중 어디선가 들은 듯한 식당을 찾아 가게 된 거죠. 그래서 입던 옷 그대로 갔는데 그곳은 끝내주는 야경에 멋진 칵테일 드레스 등을 입은 잘 빠진 서양인들이 밤을 즐기는 장소더군요. 평범한 옷차림은 우리 가족과 바로 옆 홍콩 혹은 중국 중년 커플(?)뿐. 가격도 최고입니다. 하하  우리 식구가 갔을 때 5명이 스테이크 포함 메뉴 3개 정도 시켰는데 1500 달러 정도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스테이크 맛도 끝내줬고 분위기도 정말 좋더군요. 저도 그런 분위기에서 야경 보며 칵테일 한 잔 하고 싶더라구요.

 

6. 완차이 12달러 완탕

  - 가게 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가이드북에 있더군요. 제 가이드북에는 10달러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갔을 땐 12달러였습니다. 정말 저렴한 가격에 양도 꽤 괜찮습니다. 양 적으신 여성분은 1그릇이면 충분할 거구요, 남성분이라면 2그릇, 혹은 야채 등을 시켜서 함께 먹을 수도 있겠죠. 단점은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국어를 하던지 아니면 메뉴를 적어가서 그걸 보여 주며 이걸 달라고 해야 합니다. 제 남편도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며 의심했는데 일단 한 번 맛보고선 그런 의심을 날려 버렸네요.

 

 7. 완차이 멕시코 식당 아가베

  - 완차이에는 서양인들이 갈 만한 퍼브가 꽤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는 아이가 있어 그런 곳엘 갈 수가 없다는 거죠. 한 번은 저녁 때 지나가면서 본 멕시코 식당에 아이와 함께 들어갔다가 음주, 흡연, 그리고 남녀가 함께 있는 분위기에 깜짝 놀라 그냥 나왔네요. 그래서 길 건너편에 있는 아가베를 갔는데 이 곳은 상대적으로 건전(?)하더군요. 일요일 낮 정도에는 가족들도 오는 것 같습니다. 나초 요리가 참 싸요. 이 가격에 나초는 정말 배 터지게 먹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을 수 있습니다. ^^

 

 8. 에그 타르트와 빵

  - 식당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홍콩' 하면 에그 타르트죠. 처음엔 타이청 베이커리만 에그 타르트를 파는 줄 알고 일부러 센트럴까지 갔더랬습니다. 알고보니 홍콩에는 널린 게 에그 타르트고 개인적으로는 맛 차이도 모르겠더라구요. 요즘은 집 주변 빵집에서 삽니다. 물론, 가격은 훨씬 쌉니다. 타이청의 반값입니다.

  - 홍콩 빵은 좀 맛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자타공인 빵순이이긴 하지만 저는 달달한 디저트류나 단단한 빵 종류를 좋아하는데 홍콩의 대부분 로컬 빵집에 있는 빵들은 부드러운 빵들이거든요. 조금 비싸거나 고급스럽게 보인다 싶으면 거의 다 일본식 빵입니다. 케익도 그다지 맛있거나 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스타벅스나 퍼시픽 커피에서 파는 케익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빵 믹스류는 풍부해서 요즘은 원하는 빵을 찾아 돌아다니는 대신 믹스를 사서 밥솥으로 해 먹습니다. 주변에서 칭찬도 받고 꿩먹고 알먹고입니다.^^

  - 디스커버리 베이에 있는 빵집은 맛있는 것 같습니다. 서양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빵맛이 확실히 좋더라구요. 특히 따끈한 프레첼은 너무 맛있어서 디스커버리 베이에 가면 미친 듯이 빵을 사 옵니다.

 

 9. 커피

  - 홍콩은 차 문화이긴 하지만 한국인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죠. 그런데, 홍콩 커피들은 대개 매우 씁니다. 퍼시픽 커피에서 아메리카노에 숏을 3번이나 넣는 걸 보고 기함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제 주변의) 한국인들은 스타벅스를 선호합니다.  

  - 맥카페 커피가 괜찮습니다.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 맛도 괜찮아요.

  - Agnes B라는 체인점 카페가 있는데 초콜렛 전문점인지는 몰라도 이 곳 커피가 맛있습니다. 저는 모카 커피 좋아해요. 너무 달지 안으면서도 초콜렛 향이 진하고, 그러면서도 커피 맛이 나거든요.

  - 센트럴의 홀리 브라운, 좋습니다. 가격은 스타벅스 정도입니다.

 

 

더 많이 소개하고 싶지만 이만해야겠네요. 사진이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미처 찍어 놓은 게 없어서요. 다음 번엔 이번 중추절에 샀던 앵그리 버드 월병 사진을 한 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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