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떻게보면 친노입니다.


그냥 노무현이 좋았고 노무현이 죽었을때 정말 슬프게 울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FTA를 할때,이라크 파병을 할때, 그리고 대추리 사건때


누구보다 그를 비판했고 그에게 실망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문재인이 노무현의 그림자를 가지고 돌아왔을때 탐탁치가 않았습니다.


사실 운명이라는 책을 읽었을때 참여정부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대선이 시작되고 그가 미디어에 노출되고 하는 과정에서 그의 모습들이 조금씩 조금씩 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 시각에서 필터링된 실망스러운 모습도 있었겠지만 전 그냥 그사람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었고 이제 친노라는 이름이 창피한 사람이었지만 이 사람이 믿고 싶었고 어딘가 탐탁치 않은 시선에서 적극적 지지로 점점 마음이 굳어져갔습니다.


그가 동물을 사랑하는 게 좋았고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을 진심으로 포용하려는 노력들도 좋았구요.


그리고 안철수와의 단일화에서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안철수의 지지로 이제 모든게 잘될줄 알았습니다.


오늘 아침,아니 오후 투표율을 확인했을때 저는 질꺼라는 상상을 1퍼센트도 하지않았습니다.


그정도 투표율로 질지는 상상못했으니까요.


그런데 대선 양자구도라는것, 그리고 고작 2%로 패배자가 되어야 한다라는것이 정말 잔인한거 같습니다.


물론 오늘 패배를 하기전까지는 몰랐죠. 패배한후 이곳의 많은 분들처럼 저 역시 극심한 멘붕을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듀게에 어떤분이 올리신 글을 봤죠.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문재인이 아닐까 하는.


그러고 보면 일주일전까지도 계속 지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기기 어려웠던 이판에 강제로 문재인을 소환한 것도


우리였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친구를 죽인 이의 앞에서 사과를 해야 했고


자신을 감옥에 보낸 유신 정권의 딸에게 축하 인사를 해야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너무 잔인하고 가슴아픕니다.


그런데 여기 글들이 , 친노여서 졌다라는 글들이 그에게 모든 화살이 돌아간다는게 더욱더 가슴아프게 합니다.


지금 패배를 분석하고 친노를 비난할순 있겠지요. 그런데 그 친노의 당사자는 바로 그잖아요.


저는 솔직히 문재인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표를 얻기 위해 새누리당처럼 거짓말도 못했고 자신을 속이지도 않았자나요.


어쩌면 표를 잃을지도 모르는 사안들을 굳이 말하는것도 봤었구요.


물론 그래서 졌을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기기 위해서 이렇게 해야 저렇게 해야한다라는건 실제로 정치권에 있는 정치인들로 족하지 않을까요?


우리까지 꼭 그에게 비난을 해야하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문재인이 말한 가치가-지켜질지는 의문이었지만- 틀렸다라는 생각이 들지않습니다.


단지 다른쪽을 찍은 이들이 문재인의 가치를 몰라줬거나 오해했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단지 2%의 사람들만 그 가치를 알게 해줬다면 우린 다음에 승리할수 있는 겁니다.


그 가치를 수정할 필요가 없이요.


가치를 수정하고 인물을 바꾸고 정당을 바꿔야만 이기는건 아닐꺼에요.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지켜야 할 가치라는건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어요.


구구절절 막 써내려가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낮에도 인용한 문구지만 다시한번 김근태의 글을 인용해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갔을 때 용기 있는 자들은 저항하다 잡혀 죽고, 비겁한 자들은 투항해서 바빌론의 앞잡이나 개가 되고, 저항하기에는 용기가 없고 투항하기에는 소시민적 양심이 살아 있던 남은 자들은 포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남은 자들이 후에 다시 일어서서 이스라엘 민족사를 재건하는 중추세력이 되었다. 남은 자들은 용기는 없지만 염치를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조심성이 많고 때로는 눈치도 보지만 근본은 선한 자들이며 때가 되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역사의 주된 물줄기를 이루어 낸다는 것이다. 김근태는 민중을 믿었고, 민중의 힘으로 반드시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였다.



김근태가 말한 민중의 힘을 믿어요. 우린 비록 남은자들이지만 도망치는 자들이 되진 말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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